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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 이야기
스즈키 도시오 지음, 오정화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5년 1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학창시절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지내던 때가 있다. 가끔 친구들에게 내가 오타쿠였는지 물어보면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뭏든 발을 깊이 들였던 것 맞다. 나우누리 anc란 동호회 게시판에서 지금 서평을 올리듯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올드한(?) 그림체나 동화같지만 현실을 꼬집은 스토리. 특히 무엇보다 서정적인 음악에 매료되었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그 '스튜디오 지브리'에 관한 책으로, 저자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이사이자 프로듀서라고 한다. 그는 한때 지브리의 모회사였던 출판사 도쿠마 쇼텐의 '아니메쥬' 편집자이기도 했고, 지브리의 설립에 관여했으며 거의 모든 극장 상영작을 프로듀싱했다고 하니 미야자키 하야오를 제외하면 스튜디오 지브리에 관해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라 생각되어 매우 기대되었다.
책 중에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지브리 스튜디오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히사이시 조의 '너를 태우고'로 잘 알려진,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인 천공의 성 라퓨타가 사실 개봉 당시엔 생각보다 흥행에 실패했었다는 것, 분량이 짧아 이유가 궁금했던 반딧불이의 묘가 이웃집 토토로와 함께 상영하면서 그렇게 됐다는 것, 미야자키 하야오는 원래 3작품만 제작하고 해산할 생각이었으나 마녀 키키의 흥행 이후 마음을 바꾸고 스튜디오 지브리의 장대한 여정 시작했다는 것, 잔잔한 느낌의 붉은 돼지가 개봉 당시 그해 일본영화와 해외영화를 통틀어 가장 큰 흥행을 했던 작품으로 새로운 사옥을 건설하는 데 힘이 된 작품이라는 것. 어째서인지 그림체나 많은 것이 달랐던 바다가 들린다가 신진 제작진 중심의 처녀작이었다는 것. 귀를 기울이면이 한신(고베) 대지진이 일어났던 때에 제작된 작품이라는 것 등 팬으로서 기억할 만한 많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한편 국내 극장에서 정식으로 처음 상영했던 모노노케 히메는 스튜디오 지브리로서도 명운을 건 대작이었다는 것,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게드전기, 포뇨 등 수많은 작품 속 인물과 온천등 배경, 가오나시와 같은 캐릭터 등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스쳐갔다.
제로센 설계자 이야기인 바람이 분다로 국내에선 역사 왜곡 우려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고, 개인적으로도 잠시 멀리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아야와 마녀'를 좋아하면서, 그리고 그게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이후에도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 지브리 파크 오픈 소식 등을 들으며 꾸준히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아직 젊지만, 가끔 추억이 희미해져 무언가 떠올리려 해도 잘 기억이 나지 않을때면 나이가 드는게 느껴져 서글퍼질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책은 마치 지난 수십년을 함께 해 온 친구와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하는 듯한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읽는 내내 모든 작품의 BGM이나 주제가가 떠오르며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스튜디오 지브리를 좋아한다면, 옛 추억을 떠올리며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론 너무 뜻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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