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약사는 오늘도 안 된다고 말한다 - 의사 약사 친구가 필요한 당신에게
강준.조재소 지음 / 박영스토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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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제목이 다 있어 ㅋㅋ 보자마자 이 자조 섞인 제목에 ㅋㅋㅋ를 연발하며 책을 열었는데 심지어 의사와 약사가 쓴 책이다. 와 뭐지 이 사람들. 이렇게 자폭해도 괜찮은 건가. 반신반의 하며 책을 열었다.


병원 가서 엄근진한 표정의 의사 선생님을 한 번쯤 만나본 이들은 안다. "안돼요" 뭐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무조건 안된대... 물론 의료는 사람들의 경우 늘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야 하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 정말 과도하게 겁을 주는 건 아닌가 찜찜할 때가 많다. 그리고 또 얼마나 받아야 하는 검사과 먹어야 하는 약이 많은지.. 심지어 보험도 안된다는 검사에 자꾸 지갑은 열리고 그러다 보면 결국 이런 결론에 다다른다. 나 눈탱이 맞았나?


불안한 마음에 이내 구글이나 유튜브를 찾아보자면 오늘 내가 만난 의사의 이야기가 틀렸고 너 눈탱이 맞았다는 사람도 있다. 하 그럼 그렇지. 병원을 옮겨야 하나? 유튜브 영상을 따라 병원도 옮기고 명의를 찾아 헤맨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다행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결국 병원비만 몇 배로 깨지고 처음 그 병원 앞에 서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이럴 때마다 늘 가슴을 치며 지난 날을 후회한다.

나도 공부 잘해서 이럴 때 물어볼 의사 친구 하나 둘걸.


책은 그 의사 친구와 약사 친구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쓰였다. 편두통, 감기, 습진, 피임약 등 우리 주변에서 쉽고 흔하게 겪는 병과 약에 대해 이야기하는 1부, 아이가 자주 걸리는 질병과 치료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2부, 그리고 카페인, 알코올이나 탈모, 혈압 같이 누구나 궁금해 할 법한 건강에 대한 이야기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챕터별로 이 병은 어떤 병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짧고 쉽게 쓰여 있는데 현직 의사와 약사가 들려주는 이야기인 만큼 굉장히 현실적이고 또 쉽게 쓰여 있다.


편두통이 심해 나도 잠을 못 이루던 날이 있었는데, 아 이게 이런 병이었구나. 불면증에는 이렇게 좋구나, 상비약은 이렇게 구성해야 하는구나. 꽤 쏠쏠한 생활 속 의약정보가 담겨 있다.

이 책은 누구 안 주고 가지고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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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베이비 -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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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자살하고, 남자는 사라지고, 아이는 버려지고.

이 대환장 파티에서 남은 이는 아이 하나다. 예전에는 탄광촌, 이제는 카지노가 자리 잡은 마을에서 아이를 룸메이드에게 던져둔 채 카지노 기계에 앉곤 하던 부부는 결국 아이를 전당포에 맡기고 돌아오지 않는다. 여자는 자살하고, 남자는 사라지고 아이는 버려졌다. 
카지노를 운영하는 할머니는 별 수 없이 아이를 키운다. 그런데 시골 인심이라는 게 그렇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라도,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그렇게 버려진 아이에겐 죄가 없다고 믿는다. 이러니 전당포 가족 뿐 아니라 온 마을이 나설 수 밖에 없다. 아이는 보살펴진다. 그렇게 카지노 베이비는 자란다. 꽤 예쁜 아이로.

소설은 아이의 눈으로 시작해서 아이의 눈으로 끝난다. 할머니와 엄마와 삼촌과 살고 있는 아이는, 자신의 눈으로 탄광촌에서 카지노가 된 작은 동네 지음과 지음에 살고 있는 어른들을 읽어 나간다. 마을의 공무원, 길 건너 전당포 사장님 그리고 시장통 곳곳에서 살아가는 삼촌과 이모들, 시커먼 석탄과 땀내 가득하던 시절부터 마을을 지켜온 이들은 환락의 도시가 되어버린 지음에서도 자신의 자리에 서 있다. 커피 장사를 하던 할머니는 전당포 주인이 되었다. 석탄을 나르던 트럭이 있던 주차장에는 급전을 빌리고 미처 찾아가지 못한 까만 자가용들이 가득해졌지만 그 가운데 지음을 지켜온 사람들은 나름의 모습으로 서 있다.

언제였더라. 강원도 태백의 탄광촌을 우연히 지나가다 들렀다. 나름 관광지로 조성하려 애쓴 흔적은 보이는데 안타깝게도 폐광을 개조한 박물관의 관람객은 나를 포함해 둘 뿐이었다. 박물관에 서서 당시 광부들의 옷과 도시락 등을 보고 있자니 뭔가 울컥하던 것이 올라 왔다. 생각해 보면 우리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이것이 우리의 모습이었는데, 그렇게 우리 함께 살았었는데 지금 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복잡한 마음으로 조금 더 차를 달리자 이번엔 강원랜드가 나왔다. 외제차들이 즐비해 있고, 여기저기 신나는 비명들이 난무했다. 담배 냄새와 살짝 흘러 나오는 위스키 냄새 그리고 리조트의 순진한 불빛이 거짓말처럼 엉켜 있었는데 불과 몇 시간 새 만난 너무 다른 두 개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개발? 돈? 다 좋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모습은 무엇일까?

여자는 자살하고, 남자는 사라지고, 아이는 버려졌지만 소설은 슬프거나 비장하지 않다. 끝까지 아이는 즐겁게 전당포와 지음의 이야기를 재잘댄다. 영원할 것 같던 카지노는 싱크홀로 무너졌고 사람들은 떠나갔다. 지음에 남은 이들은 이제 또 다른 삶을 개척해야 한다. 아이는 상관없었다. 남은 이들은 또 다시 땅을 고르고 벽돌을 쌓고 지붕을 올리고 길을 낼 것이다. 새로운 가족은, 새로운 마을은 또 시작될 것이다. 그곳이 탄광이든, 카지노이든, 버려진 땅이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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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온한 밤을 빈다
시로 지음 / 안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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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님을 알지는 못하지만 겉장 날개에 적힌 이 문장을 보고 바로 알았다. 이 사람, 나와 같은 결을 가진 사람이구나. 사랑과 이별, 가족, 친구, 믿음이나 마음 같은 단어에 취약한 이들이 있다. 단어 하나에 떠오르는 기억들이 벅차 잠을 못 이루고 눈물로 베개를 적시 고야 마는 이들이 있다. 이런 이들은 주로 글을 쓴다. 그리고 그 글이 마음 너머의 누군가에게 닿길 바란다. 만나야 할 사람들은 결국 만난다는 주문과 같은 말을 믿으며.


떠나는 순간 사랑이 끝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만남이 끝날 뿐, 마음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사랑이라는 감정은 여전히 남아있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그 색이 변할 뿐이다.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거짓말한다. 나조차 속았으면 좋겠다.(p.253)


마지막 챕터의 제목은 '거짓말처럼 편안해진 밤'이다. 추측건대 그는 쉬 편안하기 어려운 여러 밤을 보낼 것이다.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그가 얼마나 스스로를 속일지는 모르겠으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결기에, 그의 다짐에 괜히 마음이 울컥거리는 밤이다. 

오늘 그의 이 밤이 안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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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 시대의 강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고민들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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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작가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왈칵 눈물이 난다. 그의 전작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도 그랬고, 이 책은 근간이 되었을 작가님의 페이스북의 글도 그렇다. 지하철에서 사무실에서 생각 없이 스크롤을 굴리며 그의 이야기를 읽다 갑자기 터지는 울음을 삼킨 적이 몇 번이었는지. 


그의 글은 언제나 주변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는 신문 사설의 지적 날카로움과는 다르다. (좋든 아니든) 그는 나와 내 친구의 이야기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한 후 그는 잘잘못을 이야기하기 보다 그럼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이 작업이 참 좋았다. 물론 우리에게는 사건이 일어난 이유를 분석하는 해설가와 그를 발판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코치의 글도 필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내겐 그런 류보다는 나와 같은 눈높이에서 그럼 우리는 이렇게 한번 해보자는 이의 글이 더 필요하고 소중하다. 


작가님을 직접 뵌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분명히 그는 따뜻한 사람이다. 그의 글은 언제나 온화하다. 사람에 대한 배려다. 그는 어떤 순간에도 사람을 몰아붙이지 않는다. '그랬구나' '미안해' '내가 오해했어'라고 그는 일면식도 없는 나를 위로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그런데 너 잘못 하고 있지 않아', '네 기준은 누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네가 스스로가 되는 거야'라며 나의 삶을 격려한다.


<관계>, <지도 없는 시대>, <돌파와 회복>이라는 세 개의 카테고리에 알맞게 담긴 글은 그렇게 꼭 맞게 내게 왔다. 이 글을 쓰면서도 몇 번이고 밑줄 친 그의 문장을 되돌아보고 또 삼킨다 옳다. 우리 모두는 n개의, 자기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나도, 아마 당신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경주를 여행할 때 였다. 오늘의 운세 같은 것을 뽑는 자판기가 있었다. 천 원을 내고 맨 위에 놓인 운세를 가져가는 식이었다. 함께 여행하던 누나가 천 원을 냈고 맨 위의 종이를 선택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누나는 다음 종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다음 종이 또 다음 종이를 집어 올렸다. 결국 마음에 드는 운세를 집어 들고서야 '이거 오늘 내 운세래'하며 씩 웃었다. 누나가 옳았다. 누나는 자신의 삶을 선택했다. 교묘하게 나의 선택으로 포장된 누군가가 써준 종잇조각이 아니었다. 나도 내 운세를 덮었다. 그리고 몇 번이고 내가 원하는 내 삶을 들어 올렸다.


누구는 작년에 운 좋게 이사를 해서 1년 만에 몇억을 벌었다고 하고, 누군가는 운 좋게 주식 투자에 성공해 몇 천을 벌었다고 한다. 그런 말들 속에서, 삶을 다른 측면으로 사랑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더 줄어드는 것만 같다. 가끔은 누구를 만나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문학 이야기, 좋은 풍경이 있던 여행 이야기, 사랑이 있던 옛 추억을 말하기도 어딘지 민망하기만 하다. 혼자 뜬구름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아서다(p.171)


그 뜬구름 속에 저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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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2 - 호랑이덫 부크크오리지널 5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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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에 뒤팽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없으니 내가 뒤팽이 되겠다는 모던보이. 꽤 재미난 한국소설이 나왔다. 소설인데 영화 시나리오를 노리고 만들었다 싶을 정도로 정교하고 책 속의 이미지가 눈앞에 그려진다. 즐거운 책이다.


어릴 적 추리소설에 한창 빠져있을 때가 있었다. 셜록 홈즈, 괴도 루팡, 소년탐정 김전일에 명탐정 코난까지. 루팡을 홈즈가 잡을 수 있을까 상상에 빠져보기도 했고 김전일과 코난 중 누구의 머리가 더 좋은지에 대해 친구들과 답 없는 토론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추리소설이 시들해지기 시작했고, 먼 나라 이야기보다는 조금 더 내 옆에 내려앉은 이야기들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추리소설은 영화에서나 간간이 비칠 뿐 내 삶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그러다 더위에 지친 어느 여름밤, 마침 제목도 흥미로운 책을 접했다. 400여 페이지, 쉽게 읽히는 두께의 책은 아닌데 읽는데 책을 읽는데 한나절이 안 걸린 것 같다. 그만큼 몰입감 있고 재밌다.

1929년 여름 경성, 호랑이가 나타난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를 잡이 위해 순사들과 포수들이 엉켜있다는 풍문이 어지럽게 돈다. 이 궁금함을 해소해야 하는 덕문 씨는 선화가 그렇게 말리는데도 결국 담을 넘어 경성 거리로 나서고 우연찮게 살인사건의 최초 목격자로 휘말리게 된다. 시종일관 수상쩍은 이토 순사와 자칭 탐정이 된 오덕문 씨의 두뇌 혹은 눈치 싸움으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여러 사건과 인물들이 얽히며 덕문 씨는 사건을 풀어나간다. 만약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다면 이 장면은 이런 영상이 그려지겠다 싶을 정도로 꽤 장면은 디테일하고, 스토리는 몰입감 있게 흐른다. 그리고 시종일관 나를 '오덕문'이 아니라 '에드가 오'로 부르라는 주인공의 넉살 등 웃음 포인트도 제법 많다. 이 책은 2편이고 이미 1편은 시중에 나왔으며, 향후 2편이 추가로 더 나올 예정이라는데 우리나라에도 추천할 법한 꽤 기대되는 추리소설 시리즈가 등장한 것 같아 내심 기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당시 경성의 모던보이 문화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었는데, 사진이나 옛날 영상으로만 보던 1920년대 경성, 인사동, 광화문이 그려져 꽤 즐겁기도 했다. 전등이 밤거리를 비추고, 전철이 다니고, 머리를 포마드로 떡칠한 양복쟁이들과 풍각을 통해 밤거리에 울려 퍼지는 음악들.

책의 가장 멋진 기능은 나를 그 시대로 데려가 준다는 것인데, 오래간만에 1929년의 경성 거리를 한껏 헤매고 온 기분이다. 휴가철 읽을 책이 필요하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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