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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 시대의 강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고민들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평점 :
품절
정지우 작가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왈칵 눈물이 난다. 그의 전작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도 그랬고, 이 책은 근간이 되었을 작가님의 페이스북의 글도 그렇다. 지하철에서 사무실에서 생각 없이 스크롤을 굴리며 그의 이야기를 읽다 갑자기 터지는 울음을 삼킨 적이 몇 번이었는지.
그의 글은 언제나 주변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는 신문 사설의 지적 날카로움과는 다르다. (좋든 아니든) 그는 나와 내 친구의 이야기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한 후 그는 잘잘못을 이야기하기 보다 그럼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이 작업이 참 좋았다. 물론 우리에게는 사건이 일어난 이유를 분석하는 해설가와 그를 발판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코치의 글도 필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내겐 그런 류보다는 나와 같은 눈높이에서 그럼 우리는 이렇게 한번 해보자는 이의 글이 더 필요하고 소중하다.
작가님을 직접 뵌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분명히 그는 따뜻한 사람이다. 그의 글은 언제나 온화하다. 사람에 대한 배려다. 그는 어떤 순간에도 사람을 몰아붙이지 않는다. '그랬구나' '미안해' '내가 오해했어'라고 그는 일면식도 없는 나를 위로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그런데 너 잘못 하고 있지 않아', '네 기준은 누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네가 스스로가 되는 거야'라며 나의 삶을 격려한다.
<관계>, <지도 없는 시대>, <돌파와 회복>이라는 세 개의 카테고리에 알맞게 담긴 글은 그렇게 꼭 맞게 내게 왔다. 이 글을 쓰면서도 몇 번이고 밑줄 친 그의 문장을 되돌아보고 또 삼킨다 옳다. 우리 모두는 n개의, 자기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나도, 아마 당신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경주를 여행할 때 였다. 오늘의 운세 같은 것을 뽑는 자판기가 있었다. 천 원을 내고 맨 위에 놓인 운세를 가져가는 식이었다. 함께 여행하던 누나가 천 원을 냈고 맨 위의 종이를 선택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누나는 다음 종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다음 종이 또 다음 종이를 집어 올렸다. 결국 마음에 드는 운세를 집어 들고서야 '이거 오늘 내 운세래'하며 씩 웃었다. 누나가 옳았다. 누나는 자신의 삶을 선택했다. 교묘하게 나의 선택으로 포장된 누군가가 써준 종잇조각이 아니었다. 나도 내 운세를 덮었다. 그리고 몇 번이고 내가 원하는 내 삶을 들어 올렸다.
누구는 작년에 운 좋게 이사를 해서 1년 만에 몇억을 벌었다고 하고, 누군가는 운 좋게 주식 투자에 성공해 몇 천을 벌었다고 한다. 그런 말들 속에서, 삶을 다른 측면으로 사랑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더 줄어드는 것만 같다. 가끔은 누구를 만나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문학 이야기, 좋은 풍경이 있던 여행 이야기, 사랑이 있던 옛 추억을 말하기도 어딘지 민망하기만 하다. 혼자 뜬구름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아서다(p.171)
그 뜬구름 속에 저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