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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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혈투'처럼 사투보다는 가열한 '다툼'만이 남는다. 그래도 색다른 사극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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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넘버 포 - I Am Number F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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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의 SF 액션영화 시리즈, 로리언 VS 모가도어의 한바탕 대결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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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책이 단박에 끌려 알라딘 적립금 만료일에 맞춰서 사게 된 책, 아니 책이라기 보다는 한 편의 대서사라 불릴 정도로 무언가 울림이 있는 제목 그대로 '대장정', 알다시피 중국의 대장정은 인류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사건이자, 특히 중국인들에게는 인민 스스로의 눈으로 바라본 정신의 원류, 곧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라 말할 수 있다. 그만큼 대장정이 주는 임팩트는 대단할 수 있는데, 우리가 보통 국민당의 장제스와 공산당의 마오쩌둥의 '국공내전'으로 비춰지는 이 대장정 속에는 어떤 일이 가열하게 펼쳐진 것일까? 그래서 이참에 고증에 입각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 컬렉한 것인데, 기존 실록집처럼 사진이 담긴 두 권의 두꺼운 책에서 좀더 쉽게 판화처럼 그림이 그려진 한 편의 서사드라마로 나왔으니 바로 '소설 대장정' 총 5권이다. 자.. 그럼 실사를 먼저 보시죠.. ~~















위처럼 책은 다소 독특하다. 기존의 소설 책같은 구성이지만 크기가 반양장본 스타일로 좀 큰 편이다. 그리고 안에 보다시피 판화가 매 그려져 있어 퀼리티를 높이고 있다. 즉 말글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해당 페이지마다 판화로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거. 특히 이번에 한국어판을 펴내면서 중국 혁명이나 중국 근현대사가 낯설고 어려울 한국 독자들을 위해 여섯 해에 걸쳐 대장정의 속살을 900여 컷에 담아낸 선야오이의 그림을 함께 실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최적의 조합이 아닐 수 없는데, 지금은 고인이 된 '웨이웨이'가 치밀한 고증을 거친 뒤 빛나는 문학적 상상력으로 대장정을 완벽에 가깝게 되살려낸 것이 바로 '대장정'인 것이다.

대장정, "중국 공산당 역사에서 가장 영웅적인 서사시" - 조너선 스펜스

그러면서 이 책은 확신과 경외로 가득 찬 채 거대한 대륙의 운명을 뒤바꾼 역사인 '대장정'을 흡인력 있게 되살린 문학적 성취라는 평가다. 77명의 실존 인물과, 23명의 꾸며낸 인물들을 씨줄과 날줄 엮듯 촘촘히 엮어 대장정의 전체 모습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고, 모스크바 출신 볼셰비키들에게 밀려 늘 찬밥 신세였던 촌뜨기 '마오쩌둥'이 어떻게 중국 혁명 세력의 헤게모니를 장악해 가는지, 또 쓰라린 패배와 고난을 딛고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인민의 마음을 얻어 누구도 감히 짐작하지 못한 운명을 기어이 거머쥐게 되는지, <소설 대장정>을 통해 알 수 있다는 소개다. 5권의 목차는 이렇다.

1권
1. 붉게 물든 샹 강
2. 남으로 머리를 돌려라
3. 마침내 우 강을 건너다
4. 쭌이 회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다

2권
5. 츠수이 강을 건너 시베이로
6. 다시 쭌이로 총부리를 돌려라
7. 난징 성을 뒤흔든 쭌이 대첩

3권
8. 구이양을 거짓 공격하라
9. 윈난 땅을 가로질러 진사 강으로
10. 총을 쏘지 않고 이 족 지역을 지나다

4권
11. 천연 요새 다두 강을 앞두고
12. 루딩 교를 빼앗으라
13. 눈 덮인 자진 산을 넘다
14. 드디어 만난 두 방면군

5권
15. 물거품이 된 쑹판 작전 계획
16. 신비롭고 잔혹한 땅, 쑹판 대초지
17. 마침내 북쪽으로 가는 길이 열리다
18. 마지막 고비, 라쯔커우
19. 뒷이야기 

이렇게 《소설 대장정》은 소설의 흐름과 긴장감을 살리면서 독자들이 한 권 한 권 손에 쥐고 읽기 쉽도록 모두 다섯 권으로 나누어져 있다. 368일 동안 산 열여덟 개를 넘고 강 스물네 개를 건너 12,500킬로미터를 행군한 목숨을 건 여정 '대장정'.. "근대의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오디세이"라는 '애드거 스노우'의 말처럼, 시대와 장소를 넘어 '불가능한 꿈'을 꾸는 사람들을 북돋우는 이 가슴 벅찬 이야기는 판화 기법으로 대장정을 충실히 되살린 선야오이의 그림을 만나 제대로 방점을 찍는다. 감히 한낱 소설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그 어떤 가열한 울림과 서사, 중국 공상당 역사에서 가장 영웅적인 서사시로 불릴만한 이 거대하고 매혹적인 엄청난 사건의 모든 것을 만나보자. 그것이 현재 중국을 아는 근원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기 윤구병의 추천사를 음미해 보자.  

   
  오늘 여기, 이 남녘땅에서 대장정은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에는 아직도 대장정이 끝나지 않았다.
독재와 특권의 험로를 뚫고 그 많은 목숨을 민주화의 제단에
올렸는데도 통일 조국은 아직도 저 멀리 아득하게 비켜서 있다.
숨 막히게 다가서는 그림들이, 그 그림을 뒷받침하는 이야기들이
이렇게 충격과 감동으로 다가서는 것은 이것이 아직 끝나지 않은
바로 우리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윤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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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 - Black S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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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직업은 발레리나, 그렇기에 그녀는 온몸으로 자신의 열정을 태워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을 발산하려 한다. 한 마리 백조가 되든, 흑조가 되든 그 사랑의 세레나데 앞에서 그녀는 춤춘다. 고로 존재한다. 이것이 영화 '블랙 스완'에서 극 중 발레리라 '니나'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나탈리 포트만'의 존재 이유다. 그 존재 이유에 대한 고찰과 성찰을 드라마적으로, 때로는 매혹적인 스릴러 구도로 그려낸 것이 영화 '블랙 스완'이다. 과거 레옹의 소녀 마틸다로 각인된 여배우 '나탈리 포트만', 이 한 편의 영화로 지금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인데, 어릴 적에 실제 발레를 했다는 후문처럼 그녀가 영화 상에서 보여준 발레리나 연기는 실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완벽 그 자체였다.

실제 발레리나 모습의 '나탈리 포트만', 최고 화제작 '블랙 스완'

살을 뺀 가냘픈 모습의 발레리나가 안고 있는 그 심리적 갈등과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매혹적인 관능까지 그녀는 이 영화에 제대로 빙의돼 모든 것을 바친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영화는 '미키 루크'를 레슬러로 변모시킨 2008년 화제작 '더 레슬러'를 연출한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감독 작품으로, 그간의 빠른 편집과 현란한 카메라 워크,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의 연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는 천재감독답게 그는 이미 주목을 끌었다. 그런 그가 10여 년 전 이 작품을 구상할 때 이미 여주인공으로 '나탈리 포트만'을 낙점했다는 후문처럼, 이 영화는 이미 그렇게 만들어지고 만들어 낸 한 편의 예술과 영화적 경계에 서며 눈길을 끌었으니, 이 영화 '블랙 스완'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당신의 심장을 할퀴는 사이코 섹슈얼 스릴러 '흑조'를 탐한 '백조'의 핏빛 도발!

뉴욕 발레단의 니나(나탈리 포트만)는 연약하지만, 순수하고 우아한 '백조' 연기로는 단연 최고로 꼽히는 발레리나. 새롭게 각색한 '백조의 호수' 공연을 앞두고, 감독 토마스(뱅상 카셀)는 니나를 '백조'와 '흑조'라는 1인 2역의 주역으로 발탁한다. 하지만, 완벽한 '백조' 연기와 달리 도발적인 '흑조'를 연기하는 데에는 어딘지 불안하다. 게다가 새로 입단한 릴리(밀라 쿠니스)는. 니나처럼 정교한 테크닉을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관능적인 매력은 뿜어내, 은근히 그녀와 비교된다. 점차 스타덤에 대한 압박과 이 세상의 모두가 자신을 파괴할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니나. 급기야 그녀의 성공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던 엄마마저 위협적인 존재로 돌변한 상황에서 그녀는 내면에 감춰진 어두운 면을 서서히 표출하기 시작하는데...



사실 영화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자세히는 알지 못해도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백조의 호수'는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로 유명한 발레곡이다. 마법에 의해 백조로 변한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왕자, 그들을 시기하고 유혹하는 흑조의 출현으로 백조의 위험스런 사랑을 다룬 이야기로 보면 무방한데, 이런 '백조의 호수' 공연에 있어 1인 2역의 퀸으로 발탁된 '니나', 이때부터 그녀는 여기에 모든 것을 건다. 사실 실력은 어느 정도 있었지만, 이렇게 프리 마돈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처음. 그래서 그녀는 너무 설레고 가슴이 뛰는 이 배역에 자신의 역량을 모두 발휘할려고 한다. 그런데 순수하고 아름다운 결정체 '백조' 역과는 달리, 치명적이고 도발적인 '흑조'를 연기하는데 무언가 자신이 없는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감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백조'와 '흑조', 두 역을 위한 그녀의 몸부림이 파국을 향한다.

영화는 이때부터 니나를 중점으로 더 파고 들어가 그녀의 혼돈과 심리에 따른 강박을 보여준다. 마치 이것이 현실인지 허상인지 구분도 하지 않은 채, 니나가 파국으로 치닫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섞인 모습으로 연이어 표출한다. 자신을 가르치던 발레선생 '토마스'와 과격한 발레씬을 연습하는가 하면 그렇게 잘 대해주고 딸 하나만을 위해 살아온 전직 발레리나 출신의 어머니를 차갑게 대하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등, 또 발레공연에 있어 대역으로 경쟁상대인 '릴리'에 빠져들어 레즈비언처럼 동성애에 빠지고, 급기야 그녀를 죽이기까지 하는 등, 그녀는 이번 공연을 위해서 모든 것을 걸며 그 어떤 완벽한 연기를 위해서 스스로의 덫에 빠져들고 만다. 그리고 실제 공연의 휘날레가 오르는 순간 그녀는 매 막마다 완벽하게 연기를 해보인다. 특히 흑조로 변신할 때 시퀀스는 정말 백미가 아닐 수 없는데, 하지만 그녀는 완벽함을 추구한 무대 위에서 그 백조처럼 가열하게 몸을 던지고 만다.

이렇듯 영화는 어느 한 발레리나의 연기 투혼에 대한 이야기라 보면 사실 쉽다. 즉 어떤 카리스마가 있는 히로인은 아니었는데, 운이 좋은 것인지 실력을 이제서야 인정을 받은 것인지 몰라도, 어쨌든 그녀는 '백조의 호수' 공연의 댄싱 퀸이 되었다. 이때부터 그녀는 완벽주의자로 변모해 그 완벽한 공연을 위해서 강박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그녀를 둘러싼 상황과 그림들이 마치 환청을 듣듯 환영을 보듯 현실과 허상의 모호한 경계에서 달린다. 그러면서 그 지점에서 그녀의 잔혹한 욕망이 내뿜는다. 즉 완벽함에 대한 연기의 욕심과 함께 흑조를 연기하기 위한 내재된 섹슈얼리티가 살아나며 그녀는 몸부림친다. 무대에서 펼치듯 말이다. 결국 니나는 완벽한 연기에 대한 강박과 욕망이 절묘하게 조화가 되면서도 때로는 상충돼 극한으로 치닫게 됨을 본다. 그러면서 영화는 이런 니나의 모습을 때로는 환청과 환영의 신기루처럼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발렌 공연과 어우려져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블랙 스완'의 의미는 무엇일까? 스완(swan)은 백조. 단어 그대로 하얀색의 백조인데, 검은색 백조는 무엇일까? 여기에도 근원은 있다. 18세기 유럽의 조류학자 2명이 항해에 나섰다. 험난한 파도를 헤치고 나아간 먼 바닷길, 그 끝에 드디어 발견한 신대륙. 이후 '오스트레일리아'라고 불릴 그 땅에서 그들은 기이한 새 한마리를 만난다. 이른바 검은 백조. 흰 새라서 백조(白鳥)라고 이름 지은 새가 검은색이라니.. 조류학에 몸담은 평생의 백조 연구가 이 검은 백조 앞에서 일거에 무너져 버리고 만 것이다. 딱 한 마리의 새 앞에서. 이후 '블랙 스완' 검은 백조는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어떤 것'이라는 의미로 인용되고 있다. 즉 다시 말해 전혀 생각하지 않은 현상이 갑자기 어느 날 일어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불가능이 현실로 발생하는 '블랙 스완', 영화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사례에서는 동명으로 책 출간이 화제가 되었듯이, '구글의 성공' 이나 '9·11테러'를 블랙 스완의 가장 쉬운 예로 꼽고 있다. 이것은 매우 개연성이 희박한 사건이나 그에 대한 특징을 예측할 수 없고 엄청난 충격을 동반하며, 일단 현실로 나타나면 그 충격파는 엄청나다는 가장 핫한 개념인 것이다. 고로 여기 영화 '블랙 스완'이 의미하는 바는 얼추 느낌이 온다. 완벽한 발레 연기를 위해서 강박에 시달리고 욕망을 향해 달려오면서 그녀가 흑조로 변모한 순간, 기존의 현실과 능력을 무시하고 충격파를 던지게 될 거라는 일종의 스포일러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완벽을 꿈꾸는 한 발레니라의 눈물과 광기가 서린 가운데, 누구나 알지만 이제껏 아무도 본적이 없는 '백조의 호수', 그 무대 뒤의 잔혹사를 펼쳐내고 있는 것이 바로 영화 '블랙 스완'인 것이다.

그 어떤 전문가적인 호평의 단어들이 난무하더라도 이처럼 한 편의 예술을 드라마적이고 밀도감 있게 사이코 섹슈얼 스릴러같은 묘미로 그려낸 작품도 흔하지 않음을 다시 보게 된다. 그것은 이미 전미 비평가협회와 골든 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까지 확실시 되는 '나탈리 포트만', 그녀가 완벽한 춤을 추기 위한 욕망은 사악한 쌍둥이 자매인 '흑조'를 대변하는 순간에 발현된다. 즉 자신 내면의 이중적 자아의 표출로 인한 자기파괴적 욕망, 그 속에서 대역에 대한 두려움까지 겹치며 강박과 광기로 치닫는 모습까지, 이 작품은 '백조의 호수'의 비극적 요소와 주인공의 정신세계를 뒤섞은 심리 스릴러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결국에는 잔혹한 욕망을 향해 내던진 치명적인 탐미의 세계를 절묘하게 그려낸 한 편의 전위적인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의 완벽함의 추구..
그 순간 파멸로 갈 수도 있음을 한 마리 검은 백조는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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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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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세 남자의 원초적인 몸싸움을 그린 영화가 하나 있다. 이들은 조선군으로 저 광활한 만주벌판 전장터에서 죽다가 살아남은 자들이다. 물론 같은 편이기에 이들의 목적은 하나다. 고향 땅 조선으로 돌아가는 거. 그래서 의기투합해 어떻게든 살아서 돌아가야 하는데, 이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죽이려 한다. 아니 왜? 무엇 때문에 같은 아군인데도 불구하고 서로 죽이려 하는 것일까? 그것도 적지에서 말이다. 이런 의문에서 다소 독특한 설정으로 출발하는 영화가 바로 '혈투'다.

세 명의 조선군의 사투를 그린 '혈투', 박훈정 작가의 첫 감독 데뷔작

그런데 배경은 현대물이 아닌 사극으로 조선중기 광해군 11년 때라는 시대가 들어가 있다. 그래서 이들이 펼쳐낸 죽음을 불사하면서 싸우는 '사투'는 칼과 단검 도끼를 움켜쥔 채 다소 원초적인 몸싸움을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피를 볼 심산으로 '혈투'를 펼쳐낸 작품을 만든 감독은 영화 <부당거래><악마를 보았다>의 시나리오 작가 박훈정. 그의 첫 감독 데뷔작이자 유명세를 떨친 전작의 시나리오 작가라는 홍보만으로, 신예 감독의 영화가 이렇게 주목을 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두 편의 인상적인 시나리오처럼 영화도 제목처럼 혈투스럽게 그렸을까.. 먼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광해군 11년, 만주벌판. 적진 한가운데 고립된 3인의 조선군. 명의 압박으로 청과의 전쟁에 파병된 조선 군장 헌명(박희순)과 부장 도영(진구)은 전투에서 패한 후 적진 한가운데 객잔에 고립되고, 그 곳에서 또 다른 조선군 두수(고창석)를 만난다. 하지만, 친구인 헌명, 도영 사이에 엇갈린 과거가 드러나며 팽팽한 긴장과 살의가 감돌기 시작하고, 둘 사이에서 두수는 행여 탈영한 자신을 알아볼까, 누구 편을 들까 노심초사다. 각자의 손에 장검, 단도, 도끼를 움켜쥔 채 세 남자의 시선이 부딪히고, 청군의 거센 추격 속에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혈투의 순간이 다가오는데…. 2011년 2월. 비밀이 밝혀질수록 혈투는 뜨거워진다.


(고립된 세 명의 조선군 도영, 헌명, 두수. 이들은 서로의 목숨을 노린다.)

세 명의 강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혈투, 왜 서로를 죽이려 했을까?

이렇게 영화는 전장터에서 살아남은 세 명의 조선군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동지이면서도 적이 되버린 상황 속에서 '누가, 누구를 먼저 칠 것인가'라는 중요한 상황에 몰리면서 영화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먼저 줄거리를 다시 요약해 보면은 만주벌판에서 청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조선군 세 사람, 각기 다른 위치에 있었지만 살기 위해서 허허벌판에 남겨진 다 쓰러져가는 객잔에 모이게 된다. 서로 적인 줄 알았지만 같은 조선군, 이에 안심하는 듯 하지만 이들은 동상이몽을 꿈꾸듯 모양새가 다르다. 그것은 각자가 살아온 길이 다르기 때문인데, 바로 그 지점에서 서로의 신분적 캐릭터로 대변된다. 그것은 바로 '계급'에 대한 것이다.

먼저 '도영'(진구)은 조정의 암투 속에 집안이 몰락한 세도가의 한량으로 모든 것에 무심한 듯 하지만, 마음 속에 독을 품고 있는 알 수 없는 본심이 있는 인물이다. 이런 도영과 죽마고우였던 '헌명'(박희순)은 조선최고의 군장으로 출세가도를 위해 권력의 편에 서면서 도영과 척을 두게 되는데, 전투에 패하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도영에게 남긴 한마디가 치명적인 사투를 불러 일으키게 된다. 바로 이 영화의 제목처럼 '혈투'를 불러 일으킨 사단이 된 거. 반면 여기 두 장수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두수'(고창석)는 군율을 어기고 전장에서 도망친 사병으로 하필이면 이 객잔에서 자신의 수장 헌명과 맞닥트리게 되며 위험에 처한다. 하지만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 그는 이곳을 살아 나갈려고 무진장 애쓰는 인물이다. 두 사람을 어떻게든 죽일려고 하면서..



이렇듯 영화는 세 명의 인물에 포커스를 맞춰어 그것도 한정된 공간 '객주'에 머물게 해, 이들의 사투를 그려낸 것이 기본 뼈대이자 플롯이다. 그런데 이런 그림들은 기존 사극에서 많이 보여준 장면들이나 흔한 이야기 구조가 아니다. 그것은 한복 대신 전투복, 당파싸움이 아닌 원정 파병 출정이라는 소재에서 조선 궁궐이 아닌 만주벌판에서 벌어진 전장터, 그리고 그 속에서 영웅의 이야기가 아닌 살고자 하는 한 개인, 그런데 같은 편인 아군인데도 불구하고 대결을 펼쳐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그것은 어떤 승패가 아닌 생사가 걸린 혈투로 정점을 찍으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객잔에 고립된 이들의 현재와 과거를 뒤돌아보게 해주며 시간의 역순으로 드러나는 새로운 형식적 재미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과도한 개입처럼 느껴져 매끄러운 극 전개에 방해가 된 느낌이다.

제목 '혈투'처럼 혈투스럽지 못한 가열한 다툼만이 남은 '혈투'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영화가 안고 있는 독틈함의 무게감 때문인지 몰라도 이들 상황에 대한 몰입이나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 다분하다. 즉 죽마고우였던 두 장수가 서로를 죽이게 되는 상황으로 몰린 개연과 필연에 있어 다소 때꾼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 어떤 가열한 사투 속에서 미친 광기의 혈투를 보고 싶었지만, 웬지 혈투가 아닌 다툼으로 보이는 건 왜일까? 더군다나 두 장수에 개입된 사병은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 듯 하면서 둘을 해치려 든다. 오로지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인데, 그것은 천민 출신이기에 신분 차별 사회에 대한 반항적 모드로 그들을 대하며 생사를 건다. 그러면서 이들은 그 객잔을 벗어나지 않은 채, 그 속에서 세 번을 전후로 가열한 몸싸움의 다툼으로 일관한다.

이것이 이 영화가 안고 있는 근원적인 패착의 느낌이다. 즉 제목처럼 '혈투'라는 게 무색할 정도인데, 그래도 마지막에 이제는 서로를 죽여야 하는 극한으로 달리고 청군이 그 객잔을 덮치면서 이들은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리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살아 남았을까? 아니면 모두 죽었을까? 이렇게 의문이 들지만 그간에 그 안에서 지칠대로 지친 몸싸움으로 그들은 기력조차 없을지도 모르겠다. '적이 되어버린 친구, 적군의 추격, 누구를 먼저 치고 누구와 손을 잡을 것인가'하는 동상이몽 속에서 영화는 끝장을 향한 최후의 혈투로 달려왔지만, 제목처럼 가열한 혈투 대신 살고자 하는 몸싸움의 다툼처럼 남고 말았다. 그래도 분명 기존 사극 영화와는 차별화가 느껴지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사극혈전' 핫이슈로 소개 되었지만, 제목만 다르게 고쳤어도 괜찮을 법 싶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이른바 죽음을 불사하며 피를 보는 가열한 사투인 '혈투',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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