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스피치 - The King's Spe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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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 속에서 두 남자의 우정 같은 휴먼드라마, 아카데미 작품상에 걸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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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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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도시에 버려지고 남겨진 이들의 비애와 고독, 당신의 비지니스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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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라이딩 후드 - Red Riding Hoo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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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의 재해석을 통한 늑대인간 찾기의 잔혹동화, 아만다의 매력만이 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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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지대
쑤퉁 지음, 송하진 옮김 / 비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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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쑤퉁'은 국내에 10여 종의 소설들을 쏟아내며 나름 인기를 구가하는 작가다. 그와 함께 중국문학의 기수로 꼽는 작가 '위화'는 굵직한 작품들 <인생>, <허삼관 매혈기>, <형제>로 대표된다면, 여기 쑤퉁은 그 스펙트럼이 다소 넓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담아내고 있다. 역사소설부터 해서 섬세한 필치로 그린 여자의 이야기, 가열하고 비루하고 잔혹한 가족사, 그리고 그 시절의 청춘 이야기까지 그의 작품들은 다양한 레시피를 얹어 놓은 일종의 종합선물세트다. 그리고 이번에 접하게 된 쑤퉁의 작품은 바로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쓰린 유년시절을 떠올리듯, 우리시대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성북지대> 소설이다. 그런데 이 청춘의 이야기가 그냥 교과서적인 룰을 따르는 게 아닌, 이야기의 파괴성을 보듯 청춘들의 잔혹사를 그리며 읽은 이로 하여금 또 다른 기분이 괴어오르게 했다. 과연 성북지대에 올망졸망 모여사는 인간 군상들, 특히 여기 청춘들의 가열했던 봄날은 어떠했는지 이야기 속으로 떠나보자.



먼저 제목 '성북지대'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중국 강남 유역의 작은 도시 한구석, 전작과 같이 '참죽나무길'이 있는 그곳의 하늘엔 잔뜩 화학 공장의 매연으로 휘감은 듯 도시를 감싸고 있지만, 그 특유한 향을 머금은 공기가 지배하며 올망졸망하게 모여사는 작은 소도시다. 그리고 이곳에도 어김없이 인간 군상들이 있다. 특히 책 표지에 나와 있듯이 네 명의 10대 소년들이 주인공이다. 먼저, '리다성'은 자신이 아버지의 자전거를 타는 바람에 아비를 교통사로 잃고서 엄마 '텅펑'과 살고 있는 소년 가장, 아니 무람없이 가오만 잡고 사는 못 된 녀석이다. 그리고 '선쉬더'는 엄마 '쑤메이'와 아빠 '선팅팡'과 그럭저럭 사는 녀석이고, '장홍치'는 엄마 '쑨위주'와 사는데, 이 녀석이 한 여자애를 강간하면서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냥 닉네임 '쩔룩이'라 불리는 녀석은 아비 '왕더우'의 나름 총애를 받으며 나중에 이 소설 속에서 제일 잘 풀린 케이스의 인물이다. 이렇게 이들은 성북지대에서 잘 나가는 소위 '껌 좀 씹어봤다'는 '나쁜 녀석들' 4인방이다.

'나쁜 녀석들' 4인방의 청춘잔혹사 <성북지대>, 쑤퉁 최고의 청춘소설

그렇다면 이들의 일상은 어떨까? 그전에 이 녀석들은 10대 중반에서 후반을 넘어가는 그 질풍노도의 시기에 앞만 보고 질주하는 망아치처럼 천방지축 무람없이 마음대로 자기 멋대로다. 학교 공부는 뒷전이요, 모두 다 학교에서 제적을 당할 정도로 그들에게 공부는 먼 나라 이야기다. 그렇기에 여기선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일체 없다. 해뜨고 해가 질때까지 그냥 동네를 싸돌아 다니면서 작당이나 하는 그런 부류들이다. 그러니 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들도 애가 타면서도 그들 나름대로 생활전선에 있다보니 이들은 방치된 채,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하릴없이 성북지대를 거닌다. 그러다 큰 사고가 터진다. 홍치 녀석이 낚시꾼골목에 같이 사는 '메이치'라는 소녀를 강간한 거. 원래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순간 욕정을 참지 못하고 그녀를 욕보인 것이다. 바로 동네는 난리가 났다.

당장 홍치의 엄마 쑨위주는 아들 구명에 나서고, 메이치의 엄마 정웨칭은 이런 사태에 너무나 당황해 이 동네를 떠나려 애쓴다. 그러는 사이, 착하고 가녀린 소녀 메이치는 이런 치욕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강물에 투신해 자살하고 만다. 그리고 그녀는 원귀가 돼 여기 성북지대를 유령처럼 떠돌게 된다. 홍치는 이미 교도소에 들어가 있지만, 마을 사람들 눈에 가끔 그리고 여기 소년들과 엄마들 눈에 가끔씩 나타나 원혼을 달래려 한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계속된다. 홍치가 강간 사건으로 쇠고랑을 찬 사이, 선쉬더는 같은 유리공장에 다니는 젊은 유부녀 진란과 바람을 피고, 심지어 쉬더의 아비 팅팡까지 그 여자를 탐한다. 이를 알게 된 쉬더가 다성이랑 눈에 쌍심지를 키고 칼을 들고 나서며 두 연놈을 죽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소위 지애비도 필요없다는 것인데, 이렇게 두 부자가 한 여자를 놓고 거시기한 짓을 하고 만 것이다. 이에 부인 쑤메이는 창피해서 얼굴을 못들 정도로 궁지에 몰리고, 결국 아비가 죄값으로 사상교육대에 보내지게 된다. 쉬더는 그냥 그렇게 지나간다. 젊음이 좋긴 좋은가 보다.

이후에 사건은 계속된다. 주인공 격인 리다성이 '돌아온 탕아'를 꿈꾸며 나름 무술 연마를 위해서 고수를 찾아다니고, 엄마 텅펑의 아버지인 뱀꾼 텅원장이 20여 년만에 딸을 찾아왔지만, 그는 소싯적 딸을 버렸다는 원죄로 문전박대를 당해 추운 겨울 다리 밑에서 동사하고 만다. 죽은 뒤 후회막급에 한움큼의 눈물을 쏟아낸 텅펑, 하지만 다성은 그 어떤 감정도 없다. 그냥 죽었구나다. 한편 쉬더와 팅팡 두 부자가 진란과 불륜질한 게, 항상 깔끄장했던 쑤메이는 목욕탕에서 진란을 개패듯 패주며 화풀이를 한다.

그리고 여기 네 명의 멤버 중에 쩔룩이는 문제아 대표로 뽑혀 학교 적응기 교보재 식으로 다시 학교로 복귀했는데, 수업시간에 선생 리팡과 삿대질에 대판 싸우고 다시 쫓겨난다. 그러는 사이 아들 홍치의 구명을 계속 하던 엄마 쑨위주는 이젠 거의 지쳤는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법원 앞에서 그만 급사하고 만다. 이 여인네의 죽음을 계기로 성북지대의 사람들은 하나 둘 죽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피부병이 창궐하고, 왕더우의 큰 딸 '진홍'이 밤길에 깡패들에게 맞아 살해되는 등, 이것이 메이치 원혼의 복수라 할 정도로 성북지대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심지어 아들과 함께 한 여자와 바람까지 펴 완전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진 선팅팡은, 아내 쑤메이가 왕더우랑 부절적한 관계임을 의심하다가 어이없이 자포자기 심정으로 자신의 거시기를 자해하는 등, 진풍경이 벌어진다. 참 대단한 동네가 아닐 수 없는데, 결국 그 진란이 산달이 다 돼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누구의 씨인지는 모르겠지만 동네에선 아들 쉬더쪽이라는 분위기에 진란은 그래도 쉬더에게 애정을 쏟는다. 그리고 그녀는 쉬더와 함께 몰래 밤기차를 타고 이 성북지대를 도망치듯 떠나버린다.

이젠 남겨진 청춘은 두 명 중 하나, 쩔룩이는 학교에서 다시 쫓겨난 뒤 이 마을에서 열심히 폐지 줍는 캉씨를 '군통'(국민당 정부의 군사위원회 조사통계국) 스파이로 잡는 공을 세우며 선진인사로 나름 위명을 떨치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다성이는 '돌아온 탕아'를 꿈꿔왔듯 다른 동네 구두장길의 돼지머리파와 그 전설의 17:1 아니.. 10:1 패싸움을 벌이다 장렬히 저탄장에서 전사하고 만다. 어미 '텅펑'이 아끼던 자명종 시계와 같이 묻히면서. 그리고 텅펑은 아들의 죽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오늘 날이면 종이우산을 든 채 거리를 미친년처럼 배회하며 말한다. "이봐요, 우리 집 자명종 못 봤어요? 쇵마오표 자명종인데, 혹시 못 봤나요?"



예의없는 청춘들의 불온한 이야기, 그 시절은 그렇게 쓰리고 그리운 거.

이렇게 이 소설은 어느 것 하나 착한 구석을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로 점철돼 있다. 강간, 자살, 자해, 살해, 폭력 등 사회 일면을 장식할 내용들로 여기 네 명의 소년들이 중심이고, 이 예의없는 청춘의 인사들을 화자로 내세우며 가족사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마치 전작에서 읽었던 <쌀>과 <화씨비가>처럼 여기에도 가열한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 거. 그렇기에 중심에 있는 이들 4명은 학교 공부와는 거리가 먼 절대 모범생이 아닌, 사회에서 소외되고 방치된 채 거리를 배회하고 사고나 치고 다니는 이른바 '나쁜 녀석들'이다. 절제되지 않은 욕정으로 강간을 저지르고, 어미와 아비에게도 욕지거리를 퍼붓고, 무술을 익혀 오로지 짱만 먹겠다는 심산에다, 다 큰 처자와 바람을 피고, 학교 선생에게 대드는 등, 이런 캐릭터는 우리가 보통 TV 뉴스에서나 보는 '막장급 청소년'을 보는 듯 하다.

하지만 쑤퉁은 이들을 통해서 그들의 그런 모습 뒤에 감춰진 이면과 무모하기까지 한 그들의 언행을 통해서 그 어떤 사회적 존재를 증명하려 했다. 즉, 막 청춘기에 접어든 이 소년소녀들은 이미 위태롭고 불안하고 불온한 모습으로 치닫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 소외되고 방치된 자들의 가혹한 현실을 투영하고 있음을 견지하게 된다. 이것은 1970년대 말 문화대혁명의 풍파를 겪은 지난 세대의 은원이 가시지 않은 듯, 그대로 담아내며 이 예의없는 청춘들을 통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직관적으론 '나쁜 녀석들'의 불온한 이야기지만, 절대 이야기는 나쁠 수가 없는 바로 그 시절의 청춘의 현실과 이상, 그 속에서 쑤퉁은 유년시절을 상념하듯 섬세하면서도 잔혹하게 꺼내들고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이 이야기는 스스로 말했듯 자전적 소설로써 '쑤퉁 최고의 청춘소설'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대표적 작품이다. 그것은 여기 '성북지대'에서 보여준 이야기들이 누구에게나 한 때 불온했던 청춘의 한 페이지를 추억케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청춘스케치'라고 다 좋을 순 없는 것이다. 나쁜 것일수록 추억은 오래 가는 법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유년시절은 어떠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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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 백 - The way back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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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살기를 원한다. 간혹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있어도, 어쨌든 인간은 죽기보다는 살기를 위해서 몸부림치는 영장류다. 그런 인간이 어떤 고통과 억압에 의해서 통제를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아마도 그 압제의 현장 속에서 죽지 못해 사는 그냥 살아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며 스스로를 위로할 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시련과 고통이 더 혹독할수록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무한의 자유의지가 있음을 견지한다면, 여기 이 영화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담아낸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다. 즉 죽기보다는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그 가열한 본성이 지배한 채, 이들은 그 대자연 속에 한 몸을 던지고 만 것이다.

인간의 자유를 향한 의지를 담아낸 리얼한 대서사 <웨이 백>

이것이 바로 대자연 속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 <웨이 백>의 플롯이자 기본 스토리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큰 줄거리보다는 살아남기 위해서 그 머나먼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는 여정을 담은 일종의 '로드무비'라 할 수 있다. 이런 연출은 이미 거장 반열에 오른 '피터 위어' 감독이 그려냈으며,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 깊이 박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와 <트루먼쇼>를 잇는 감동 3부작의 완결판으로 이 영화는 방점을 찍는다. 감동을 일부러 자아내는 것이 아닌, 그들이 살고자 하는 대탈주의 여정을 날것 그대로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이목을 끌었으니, 영화 <웨이 백>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1940년, 역사상 최악의 시베리아 강제 노동수용소라 불리는 '캠프 105'! 7명의 수감자들이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다. 살을 파고드는 시베리아의 살인적인 추위와 지옥보다 더 고통스러운 고비사막의 폭염을 이겨내며 오직 자유를 찾아 6,500KM라는 믿을 수 없는 거리를 탈주한 이들의 리얼 감동 실화가 시작된다!


(강제 노역으로 끌려가던 중, 눈폭풍을 맞아 엎드린 채 한 노인이 버티자 총을 겨눈다.)

이렇듯 줄거리는 사실 간단하다. 한마디로 줄이면 '강제 노동수용소를 탈출한 이들의 살아남기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1940년 전후로 전세계가 대전으로 몸살을 앓으며 특히 유럽쪽이 그 포화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고 이른바 수용소로 끌려가는 그때, 여기 악명이 높기로 소문난 시베리아 강제 노동 수용소 '캠프105', 이곳에 유럽 각 지역의 정치범과 범죄자들이 끌려와 수용돼 살고?있다. 그러면서 거기 소장이 말한다. '이곳에서 너희들을 감시할 필요도 없이 시베리아 한복판이기에 도망치는 거 자체가 죽음이다' 라는 거. 그렇다. 그곳은 영하 30도를 오르락하는 맹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곳, 그러니 도망가다가 얼어죽을 판이다. 하지만 이곳에 부인의 피치못할 밀고로 끌려온 주인공 야누스(짐 스터게스)는 터줏대감으로 오래 눌러있던 정치범 스미스(에드 해리스)와 탈출을 감행하기로 한다.

시베리아 강제 노동수용소를 탈출 후, 가열한 여정의 시작과 끝

이 두 명과 함께 몇몇 인사도 가담하고, 뼈속까지 러시안이지만 악명 높은 범죄자 발카(콜린 파렐)도 가세하며 총 7명이 야밤에 그곳을 탈출하고 만다. 앞을 못볼 정도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그 밤에. 물론 이를 알게 된 수용소측에서 그들을 쫓지만 허사다. 그렇게 그들은 우선 탈출엔 성공했다. 하지만 그들 앞에 놓인 생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거친 눈보라의 혹한 속에서 무작정 걷기가 시작되고, 그 속에서 한 명이 동사하고, 점점 식량과 마실 물마저 떨어지며 그들은 지쳐간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의지로 몇 주를 걸어 드디어 큰 호숫가를 발견하며 한 고비를 넘긴다. 그런면서 어디 집단농장에서 탈출한 가녀린 소녀 이레아(시얼샤 로넌)가 이들 일행에 가담한다. 처음에는 안 받아 줄려고 했지만, 소녀도 일행과 함께 대탈주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들의 고달픈 여정은 계속된다.

이제는 혹한을 넘어선 끝도 보이지 않는 사막을 횡단하며 이들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다. 바로 마실 물이 떨어지며 그 강렬한 태양빛에 일사병으로 죽기 일보 직전,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사막 한 가운데서 우물가를 발견해 한숨을 돌리고, 또 긴 여정은 계속된다. 걸어도 걸어도 보이지 않는 남쪽나라.. 이 사막을 횡단하며 무려 3명이나 죽게 된다. 그 속에는 바로 가녀린 소녀 이레아도 끼어 있었으니, 완전 메말라버린 소녀의 육신은 그렇게 사막 한 가운데 묻히고 만 것이다. 결국 살아남은 자들은 야누스와 스미스 할배를 비롯해 이젠 4명.. 그렇게 그들은 또 계속 걷고 걸으며 마지막 순간에 결국 티베트 고원까지 도달한다. 그리고 그곳의 마을에서 칩거를 하게 되고, 결국 그 자유를 향한 의지는 계속 되는 가운데 또 험준한 산맥을 넘고 넘어서 결국 인도 땅을 밟게 된다. 그리고 그들 세명은 그곳 사람들한테 나름 환송을 받는다. '어디서 오셨수? 시베리아에서요.. 아니 그 먼 곳에서.. 어떻게.. 걸어서 왔지요..' ;;;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무조건 '걷기'다. 눈밭이든 사막이든..)

이렇듯 이 영화는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 감행한 대탈주의 가열한 여정을 담아냈다. 그리고 이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영화 초반에 자막 설명에도 나오듯이 여기 세 명의 남자가 인도까지 살아서 왔고, 이 영화를 그들을 위해서 바친다는 조사(弔詞)로 포문을 연다. 즉 그들이 걸었던 거리는 시베리아에서 인도까지 장장 6,500km나 되는 목숨을 건 사투였던 것이다. 그 7명 중에서 4명은 죽고 3명이 살아남은 영화 같은 실화, 그것이 이 영화의 포인트자 리얼하게 그려낸 여정이다. 그런 그림들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제작에 참여할 정도로 마치 리얼 다큐를 보듯 광활한 대자연을 있는 그래도 담아내며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베리아의 매서운 혹한과 사막의 강렬한 태양빛 아래의 폭염, 그러면서 살고자 물을 찾는 이들의 사투, 자세히 설명 안해도 그림이 그려지는 시퀀스다.

대탈주의 가열한 여정 속에서 광활한 대자연을 탐미한 영화 <웨이 백>

그러면서 영화는 이들의 탈주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쫓기는 탈주의 긴박감 보다는 인간이 고통의 탈주 속에서 어떻게 메말라가며 살고자 하는지 그 자유의지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그려낸 느낌이 많다. 즉 보통의 탈주영화들이 쫓고 쫓기는 자의 액션적 그림으로 그려냈다면, 이 영화는 그 대자연 속에서 살고자 하는 인간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 그려낸 것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런닝타임이 2시간이 훌쩍 넘을 정도로 길다. 초반 30여 분 강제 노동수용소 생활과 탈주 후부터는 이들 여정을 로드무비를 보듯 날 것 그대로 담아낸 거. 특히 1시간이 넘게 진행된 사막씬은 보는 이가 목이 탈 정도로, 그들의 목마름은 정말로 와 닿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이들이 직접 몸을 불사하며 연기한 모습은 리얼 그 자체였다. 특히 가슴에 스탈린 초상을 문신으로 새긴 러시아 출신의 범죄자 '발카'는 중간에 이들과 헤어지게 됐지만, 얼추 모습이 '브래프 피트'인줄 알았지만 바로 매력남 '콜린 파렐'이었던 거. 제대로 호연을 펼쳤는데, 또한 주인공 야누스 역의 '짐 스터게스'도 이들의 탈주를 이끄는 리더로서 끝까지 살아남는 열연을 펼쳤다. 그는 실제로 전쟁이 끝나고 조국 폴란드가 공산주의로부터 해방된 그때, 50여 년이 지나 고향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를 맞이한 것은 이젠 다 늙어버린 부인.. 캐감동이 밀려오지 않을 수 없다. 눈물 찔금.. ~~


(정치범 스미스 역의 '에리 해리스'와 가녀린 소녀 탈주범 '이레나' 역의 '시얼샤 로넌')

<웨이 백>, 감동 이전에 7인의 생존본능의 자유의지를 보시라..

또한 극 중에서 미국인 정치범으로 끌려와 이들 대탈주 여정에 동참한 최고참인 할배 '스미스'역의 '에드 해리스'도 호연을 펼치며, 갈수록 수척해지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이 가열한 여정의 유일한 홍일점 '이레나' 역의 '시얼샤 로런'은 결국 일사병으로 쓰러져 메말라진 육신으로 사막 한 가운데 묻히고 말았다. 그런데 보는 내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었는데, 찾아보니 바로 죽어서도 구천을 떠도는 영혼을 그린 영화 <러블리 본즈>에 나왔던 그 소녀 주인공이었다. 여기서는 고통의 탈주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았던 소녀 역이었는데, 그렇게 장렬하게 산화하고 만 것이다. 아...

아무튼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인간이 자유를 향해 몸부림치는 그 여정을 담아낸 일종의 로드무비다. 그렇지만 절대 가벼운 영화가 아니거니와 꽤 묵직한 그림과 울림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면서 큰 화면 속에서 광활한 대자연을 만끽하는 비주얼과 영상까지 한 편의 리얼 다큐를 보듯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뭐.. 여러 말이 필요없는 감동 이전에 그들의 사투를 날것 그대로 담아내며, 그토록 살고 싶은 그들의 무서운 생존본능과 자유의지를 향한 그들의 몸부림을 만나보시라..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실화가 그들 앞에 아니, 우리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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