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유교경
영화 지음, 상욱.현안.김윤정 옮김 / 어의운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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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상도는 석가모니 부처님 일대기를 중요한 여덟 장면으로 나타낸 그림이다. 팔상도의 마지막이 바로 45년 동안 전법하고 사라쌍수에서 열반하는 '쌍림열반상'이다. 『불유교경』은 부처님이 열반에 들기 전 마지막으로 설한 법을 담은 경전이다. 원제는 『불수반열반약설교계경』이다. 본래 황제 요흥 시대에 인도 출신의 삼장법사 구마라집이 한역한 경전으로, 현재 산스크리트 원본과 티베트본은 없다. 독자들이 펼쳐든 이 책은 베트남 출신의 영화 스님이 2008년에 미국의 베트남 사찰에서 영어로 강설한 내용을 한문 원문과 더불어 번역한 것이다. 영화 스님은 중국 위앙종 9대 조사인 유명한 선화 상인의 직전 제자다. 영화 스님은 선과 정토를 함께 수행하는 선정쌍수를 제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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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유교경』은 부처님의 마지막 유언인 만큼 매우 심오한 불교 교리가 담겨 있다. 계율 공부, 선정 공부, 지혜 공부의 핵심을 전하고 있어, 사부대중 모두에게 귀중한 수행 지침서가 아닐 수 없다. 이른바 '계정혜' 삼학 가운데 계를 가장 중시한다. 구성은 다른 경전들과 같이 〈서분〉, 〈정종분〉, 〈유통분〉 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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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분〉은 부처님이 제도한 첫 번째 비구 안나콘단냐와 마지막 비구 수발타라를 소개한다. 두 비구 모두 아라한과를 증득했다. 성문과는 네 단계가 있다.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이다. 아라한은 욕계, 색계, 무색계의 모든 번뇌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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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분〉은 세간법의 본질과 출세간법의 법요를 설명하고 부처님께서 가장 중시하는 수행의 기본이 계율임을 천명한다. 계율보다 더 높은 법은 없다. 지계는 수행의 시작, 정순해탈의 근본이다. 비구는 지켜야 할 계율이 250개, 비구니는 지켜야 할 계율이 348개다. 선화 상인 역시 대만에서 일반 대중에게 설법을 펼칠 때 다음 여섯 가지 원칙을 크게 강조한 바 있다. 바로 "싸우지 말라, 탐하지 말라, 구하지 말라, 이기적이지 말라, 자신의 이익을 취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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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의 육바라밀에서 '지계'는 보시, 인욕, 정진, 선정, 지혜와 더불어 두 번째 바라밀에 해당하는데, 다른 바라밀의 지지대 역할을 한다. 지계는 다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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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보시입니다.

-인내할 수 있습니다. 예로 모욕을 당하고, 보복을 위해서 거친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엄격히 계율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정진입니다.

-선정이 생깁니다.

-일단 선정을 얻으면, 반야 지혜가 열립니다."(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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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를 지키는 주요 방법은 감각기관과 오욕칠정을 단속하는 것이다. 가령 과식, 게으름, 졸음, 번뇌, 분노, 교만, 아첨 등을 경계해야 한다. 한편, 출세간법은 소욕, 지족, 원리(遠離), 정진, 정념, 선정, 지혜와 불희론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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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분〉은 자리이타 수행에 대한 간곡한 권유와 더불어 유의법과 무상을 다시금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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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목경찬 지음 / 담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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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은 이야기꾼이다." 사찰 순례 전문가 목경찬의 말이다. 유식불교를 전공한 저자는 『절에는 이야기가 숨어있다』(담앤북스, 2023)에서 우리 사찰 속에 꼭꼭 숨은 이야기들을 편안한 어투로 들려준다. 이야기는 크게 '돌부처님이 들려주는 이야기', '열두 동물과 나누는 법담', '사찰 속 숫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세 가지 테마다. 독자들은 이런저런 흥미진진한 사찰 이야기를 통해 불교 교리와 불교 문화를 보다 폭넓게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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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순례의 초보자들이 알면 좋은 내용을 먼저 소개하고 싶다. 사찰 내부로 들어가려면 일주문, 천왕문, 해탈문 삼문을 지나야 한다. 둘 또는 네 기둥을 일직선상에 세운 일주문은 수미산 밑자락에 해당하고 일심(一心)을 나타낸다. 일심은 한결같은 마음, 부처님 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네 기둥이 만든 세 개의 문은 각각 성문에 대한 가르침, 연각에 대한 가르침, 보살에 대한 가르침을 의미한다. 해탈문은 수미산 정상에 해당하고, '불이문'이라고도 불린다. 경주 불국사에는 불이문에 해당하는 자하문이 있다. '자하'는 부처님의 기운이 노을처럼 퍼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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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문은 수미산 중턱에 해당한다. 사천왕은 원래 수미산 중턱에 걸친 사천왕천에 사는 천신이었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에 감복하여 불법을 지키는 신장으로 거듭난 이들이다. 동남서북을 지키는 사천왕은 지국천왕, 증장천왕, 광목천왕, 다문천왕으로 각각 특징적인 지물이 있다. 비파, 검, 용과 여의주, 창과 탑이 그러하다. 그런데 지물은 경전과 지역마다 다소 차이를 보이곤 한다. 이를테면 조계사의 다문천왕은 창과 불탑이 아닌 비파를 들고 있고, 마곡사 사천왕의 경우는 탑 대신 채소 바구니를 들고 있다. 혹자는 사천왕이 평화로운 시기에는 악기류나 탑이나 보배 같은 것을, 힘든 시기에는 칼이나 창 등을 든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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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십이지지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열두 동물과 나누는 법담’ 편은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열두 동물들에 얽힌 재미난 불교 이야기를 전한다. 함양 용추사의 심우도, 안수정등(절벽의 나무와 우물 속 등나무)의 고사, 『법화경』 「비유품」의 '불타는 집의 비유', 의성 고운사 호랑이 벽화, 용과 관련된 창건 설화, 싯다르타 태자의 애마 '칸타카', 중국 최초의 사찰인 후한 명제 때의 백마사, 보성 대원사 티벳박물관에 있는 어린 양을 안은 부처님, 눈 셋 달린 강아지와 해인사 경판, 산돼지로 나툰 지장보살 등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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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을 얻고 중생을 돕는 데에는 세 가지 발심이 있다고 한다. 첫째 왕과 같은 발심, 둘째 뱃사공과 같은 발심, 셋째 목동과 같은 발심이다.

왕과 같은 발심은 내가 먼저 왕이 되어서 인간의 괴로움을 없애주겠다는 마음이다. 뱃사공과 같은 발심은 내 배에 탔으니 사람들을 저 언덕까지 안전하게 건너도록 해주겠다는 마음이다. 목동과 같은 발심은 양 떼들을 먼저 안전한 우리에 넣어 주고, 자신은 마지막에 성불하겠다는 마음이다."(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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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함께 삽니다 - 반려견에 대한 모든 것, 2023 볼로냐 아동도서전 ‘라가치상 어메이징 북셸프’ 선정작, 2022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 ㅣ 베스트 지식 그림책 9
옐레나 불라이 지음, 이윤정 옮김, 설채현 감수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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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기 마련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에도 주인의 책임과 의무가 만만치 않다. 이른바 '동물의 5대 자유'라는 게 있다. 동물보호의 기본 원칙을 천명한 것인데, '배고프지 않고, 목마르지 않을 자유', '불편하지 않을 자유', '통증, 부상, 질병으로 고통받지 않을 자유',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을 자유'를 말한다. 저자는 이를 '개의 5대 자유'라고 부른다. 반려동물 등록제의 취지도 결국 동물의 복지와 관련이 있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생후 2개월 이상 된 반려견에게 의무적으로 개방형 마이크로칩을 삽입하게 하는데, 반려견을 입양하면 곧장 가까운 동물병원을 찾아 등록해야 한다. 반려동물 학대와 유기를 방지하기 위한 정말 좋은 제도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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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옐레나 블라이는 이 책에서 자신의 반려견 '조'를 내세워 반려견을 키우는 데 필요한 정보와 주의할 점을 설명한다. 저자인 레나가 조를 입양한 실제 경험이 잘 녹아들어 있고, 그림체도 훌륭한 지식그림책이다. 또한 한국의 반려견 문화와 관련 제도가 부록으로 제시되어 있어 유용하다. 이 책은 우리 가족과 잘 맞는 반려견 성향 찾기, 반려견 입양하는 법, 반려견 행동의 의미와 문제 행동, 반려견의 노화 과정에 이르기까지 반려견에 대한 정보를 19개 주제로 나누어 소개한다. 각 주제는 흑백과 컬러 두 파트로 나뉘는데, 흑백 페이지에는 반려견에 대한 알뜰 정보를, 컬러 페이지에는 주제와 관련한 작가의 경험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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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시장에서 검정 봉지에 담아 새끼 강아지를 데려오던 시절은 지났다. 이는 아주 옛날 얘기다. 지금은 브리더를 통해서 혹은 유기견 보호소를 통해서 반려동물을 찾곤 한다. 브리더를 알아볼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브리더 흉내를 내는 강아지 공장 번식업자를 피하고 진짜 전문 브리더를 알아봐야 한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켐페인 덕분에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을 계획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유기견 보호소는 순종견보다는 믹스견이 많고, 입양 전에 임시보호 가정의 돌봄을 거친다. 반려견의 건강을 지키려면, 우선적으로 반려견이 절대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알아야 한다. 초콜릿, 아보카도, 포도와 건포도, 양파와 마늘이 있는데, 이는 반려견에게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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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의 훈련은 긍정 강화 교육이 원칙이다. 크게 배변 훈련과 두뇌발달게임으로 나눠볼 수 있겠다. 아무래도 반려견의 배변 훈련이 처음에는 꽤나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 실내 배변에서 실외 배변으로 점차적으로 나아가려면 주인의 인내심이 요구된다. 실외배변의 경우, 개들이 용변을 보기 위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멤도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는 개들이 지구 자기장을 활용해 남북 방향에 맞추어 자세를 잡고 볼 일을 보기 때문이다. 요건 나도 모르던 사실이다. 정말 나침반 뺨치는 신기한 재주가 아닐 수 없다. 저자는 반려견의 두뇌발달을 위한 게임으로 수건말이 게임, 상자 게임, 투명 페트병 게임, 스러플 매트 게임 등 다양한 놀이법도 소개하고 있다. 이때까지 여러 반려견을 키우면서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놀이들이라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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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가 좋다 여행이 좋다 - 힐링과 믿음의 땅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ㅣ 여행이 좋다
세라 백스터 지음, 해리 골드호크 외 그림, 최경은 옮김 / 올댓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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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자의 마음가짐을 갖게 만드는 거룩한 장소, 그곳이 바로 성지다. 트레킹이나 휴양, 관광의 목적으로 왔어도 거추장스러운 속세의 짐을 훌훌 내던지게 만드는 장소가 바로 성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지가 존재한다. '힐링과 믿음의 땅'으로 정평이 나 있는 그런 유명 성지 말이다. 하지만, 성지를 찾은 순례자가 여전히 탐욕이나 출세, 물질적 성공과 같은 속세의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지 못한다면, 그저 눈요기감의 관광 명소에 그칠 뿐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될 것이다. 이는 마치 목욕탕 욕조에 명품으로 도배한 옷을 가득 껴입고 들어가는 짓과 다를 바 없다. 성지도 중요하지만, 순례자의 마음가짐은 더욱 중요하다. 성지는 신과 소통하는 기도의 장소, 신성한 관조와 명상의 장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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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세라 백스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지 25곳을 소개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부터 모스크 안에 있는 가톨릭 성당인 스페인의 메스키타, 환상처럼 섬에 떠 있는 몽생미셸, 성모 마리아의 발현과 기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루르드, 그리스 신들의 거처로 알려진 올림포스산, 세계 3대 종교가 어우러져 있는 예루살렘과 성전산, 호주 벌판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는 울루루, 아즈텍족이 신들의 탄생지로 여겼던 멕시코 테오티우아칸, 잉카 창조 신화의 일부이며 문명의 탄생지로 알려진 티티카카 호수 등이다.저자는 성지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마법과 미스터리에 신성 한 스푼 얹은 장소들"이라고 강조한다. 사진이 아닌 삽화로 성지나 순례 여정을 소개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중세 시대의 순례자가 남긴 소중한 한 권의 영성 노트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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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순례는 인간과 세계의 유한성을 깨닫게 해준다. 순례자 개인에게는 심적 변화를 위한 밝은 출발점이나 영성 진화의 맑은 마중물이 되어준다. 순례자가 평생 어깨에 짊어진 속세의 어둑한 거품을 깨지게 만드는 곳, 질긴 욕망 보따리에 균열이 생기게 하는 곳이 성지다. 저자는 말한다, "사람마다 각자 자신의 영혼이 젖어 드는 특정 장소가 있다"고. 맞다. 사실상 나는 사도 성 야고보의 묘지로 향하는 산티아고 순례길과 '우주의 배꼽'이라 불리는 티베트의 카일라스산에 제일 눈길이 갔다. 불교 신자는 카일라스산을 보석 같은 설산이라는 뜻의 '강 린포체'라고 부른다고. 강인한 신심으로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자도 있다고 하니, 내 눈으로 그런 거룩한 행동을 직접 지켜보고 싶다. 바람을 움켜쥐려는 이들, 세속적 권력에 목매는 이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허심과 하심의 행위가 바로 오체투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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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의 발자취를 따라서 ㅣ CHRISTIAN FOUNDATION 4
피터 워커 지음, 박세혁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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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발자취에 이어 이번엔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따라가본다. 흔히 '종교혁명'하면 루터와 칼뱅부터 떠올리는데, 서구 종교사에서 진정한 혁명은 사도 바울의 위업이라고 본다. 신약의 메인 작가가 사도 바울이다. 바울의 총 3차에 걸친 선교 여정은 천년왕국에 비길만한 서구인들의 그리스도 중심적 세계관의 기틀을 다졌다. 그리고 서신에 드러난 바울의 핵심사상은 기독교 신학의 뼈대가 되었다. 어찌보면, 루터와 칼뱅은 바울의 혈맥을 이은 완고한 제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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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 피터 워커는 친절하게도 복음서 기자인 누가의 사도행전에 기록된 바울의 수많은 선교 지역들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두루 소개한다. 가령 바울의 회심 장소인 시리아의 다메섹에서 시작하여, 1차 선교지, 2차 선교지, 3차 선교지 그리고 마지막 로마행까지 이르는 대장정이 펼쳐진다. 두 페이지에 걸쳐 '바울의 선교 여행 지도'가 나오는데, 이토록 험난한 여정을 보고도 바울이 예수의 신앙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가벼이 입에 담을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이 책은 사도행전과 바울서신을 입체적으로 깊이 이해할 수 있게끔 한다. 정말 이보다 훌륭한 성지순례 가이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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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의 전반적인 이야기는 초대 교회의 메시지가 예루살렘을 출발해 '땅 끝'에 이르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는 바울이라는 한 사람이 마침내 로마에 도달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라는 중요한 부차적 줄거리가 담겨 있다."(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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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처럼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는 종교인도 드물다. 한동안 나는 바울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시선을 갖고 있었다. 예수의 부드러운 '영성 신앙'을 딱딱한 '교의 신앙'으로 바꿔치기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내 시각은 류영모와 함석헌 같은 영성가들의 영향이 컸다. 영성가들이 보기에 바울은 교회와 도덕적 규율을 중시한 보수성과 교조성의 화신이다. 영성 신앙의 추종자들은 요한복음을 매우 중시하고 상대적으로 바울서신을 가벼이 여기는 경향이 있다. 바울서신은 로마서, 고린도전서, 고린도후서, 갈라디아서, 에베소서, 빌립보서, 골로새서, 데살로니가전서, 데살로니가후서, 디모데전서, 디모데후서, 디도서, 빌레몬서 등 13권이다. 바울서신에서 늘 전제되는 것은 예수의 재림이 머지 않았다라는 시간적 긴박감과 죄와 구원, 그리고 모든 것에 관한 심판이다. 이탈리아 정치철학자 안토니오 그람시는 기독교를 '바울교'로 폄하한 적이 있는데, 솔직히 속사정을 아는 사람이 들으면 참으로 틀린 말이 아니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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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은 "내가 전에는 비방자요 박해자요 폭행자였으니"라는 고백처럼, 원래 기독교도를 박해하는 유대교 원리주의자였다. 하지만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예수를 만난 신비체험 후 기독교 포교의 선봉장이 된다. '이방인의 사도'가 되라는 예수의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메섹은 바울의 유명한 회심의 장소이기에, 저자는 바울의 고향인 다소보다도 제일 먼저 소개한다. 바울은 소아시아 길리기아 다소에서 태어났고 예루살렘에서 자란 엘리트 유대인이다. 바울은 희랍어를 구사했고 히브리교육에 정통한 바리새인이었고 율법에 정통한 랍비였고 로마시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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