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발자취를 따라서 CHRISTIAN FOUNDATION 4
피터 워커 지음, 박세혁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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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발자취에 이어 이번엔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따라가본다. 흔히 '종교혁명'하면 루터와 칼뱅부터 떠올리는데, 서구 종교사에서 진정한 혁명은 사도 바울의 위업이라고 본다. 신약의 메인 작가가 사도 바울이다. 바울의 총 3차에 걸친 선교 여정은 천년왕국에 비길만한 서구인들의 그리스도 중심적 세계관의 기틀을 다졌다. 그리고 서신에 드러난 바울의 핵심사상은 기독교 신학의 뼈대가 되었다. 어찌보면, 루터와 칼뱅은 바울의 혈맥을 이은 완고한 제자인 셈이다.

신학자 피터 워커는 친절하게도 복음서 기자인 누가의 사도행전에 기록된 바울의 수많은 선교 지역들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두루 소개한다. 가령 바울의 회심 장소인 시리아의 다메섹에서 시작하여, 1차 선교지, 2차 선교지, 3차 선교지 그리고 마지막 로마행까지 이르는 대장정이 펼쳐진다. 두 페이지에 걸쳐 '바울의 선교 여행 지도'가 나오는데, 이토록 험난한 여정을 보고도 바울이 예수의 신앙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가벼이 입에 담을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이 책은 사도행전과 바울서신을 입체적으로 깊이 이해할 수 있게끔 한다. 정말 이보다 훌륭한 성지순례 가이드도 없다.

"사도행전의 전반적인 이야기는 초대 교회의 메시지가 예루살렘을 출발해 '땅 끝'에 이르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는 바울이라는 한 사람이 마침내 로마에 도달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라는 중요한 부차적 줄거리가 담겨 있다."(24쪽)

바울처럼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는 종교인도 드물다. 한동안 나는 바울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시선을 갖고 있었다. 예수의 부드러운 '영성 신앙'을 딱딱한 '교의 신앙'으로 바꿔치기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내 시각은 류영모와 함석헌 같은 영성가들의 영향이 컸다. 영성가들이 보기에 바울은 교회와 도덕적 규율을 중시한 보수성과 교조성의 화신이다. 영성 신앙의 추종자들은 요한복음을 매우 중시하고 상대적으로 바울서신을 가벼이 여기는 경향이 있다. 바울서신은 로마서, 고린도전서, 고린도후서, 갈라디아서, 에베소서, 빌립보서, 골로새서, 데살로니가전서, 데살로니가후서, 디모데전서, 디모데후서, 디도서, 빌레몬서 등 13권이다. 바울서신에서 늘 전제되는 것은 예수의 재림이 머지 않았다라는 시간적 긴박감과 죄와 구원, 그리고 모든 것에 관한 심판이다. 이탈리아 정치철학자 안토니오 그람시는 기독교를 '바울교'로 폄하한 적이 있는데, 솔직히 속사정을 아는 사람이 들으면 참으로 틀린 말이 아니라 할 것이다.

바울은 "내가 전에는 비방자요 박해자요 폭행자였으니"라는 고백처럼, 원래 기독교도를 박해하는 유대교 원리주의자였다. 하지만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예수를 만난 신비체험 후 기독교 포교의 선봉장이 된다. '이방인의 사도'가 되라는 예수의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메섹은 바울의 유명한 회심의 장소이기에, 저자는 바울의 고향인 다소보다도 제일 먼저 소개한다. 바울은 소아시아 길리기아 다소에서 태어났고 예루살렘에서 자란 엘리트 유대인이다. 바울은 희랍어를 구사했고 히브리교육에 정통한 바리새인이었고 율법에 정통한 랍비였고 로마시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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