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목경찬 지음 / 담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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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은 이야기꾼이다." 사찰 순례 전문가 목경찬의 말이다. 유식불교를 전공한 저자는 『절에는 이야기가 숨어있다』(담앤북스, 2023)에서 우리 사찰 속에 꼭꼭 숨은 이야기들을 편안한 어투로 들려준다. 이야기는 크게 '돌부처님이 들려주는 이야기', '열두 동물과 나누는 법담', '사찰 속 숫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세 가지 테마다. 독자들은 이런저런 흥미진진한 사찰 이야기를 통해 불교 교리와 불교 문화를 보다 폭넓게 알게 된다.

사찰 순례의 초보자들이 알면 좋은 내용을 먼저 소개하고 싶다. 사찰 내부로 들어가려면 일주문, 천왕문, 해탈문 삼문을 지나야 한다. 둘 또는 네 기둥을 일직선상에 세운 일주문은 수미산 밑자락에 해당하고 일심(一心)을 나타낸다. 일심은 한결같은 마음, 부처님 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네 기둥이 만든 세 개의 문은 각각 성문에 대한 가르침, 연각에 대한 가르침, 보살에 대한 가르침을 의미한다. 해탈문은 수미산 정상에 해당하고, '불이문'이라고도 불린다. 경주 불국사에는 불이문에 해당하는 자하문이 있다. '자하'는 부처님의 기운이 노을처럼 퍼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천왕문은 수미산 중턱에 해당한다. 사천왕은 원래 수미산 중턱에 걸친 사천왕천에 사는 천신이었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에 감복하여 불법을 지키는 신장으로 거듭난 이들이다. 동남서북을 지키는 사천왕은 지국천왕, 증장천왕, 광목천왕, 다문천왕으로 각각 특징적인 지물이 있다. 비파, 검, 용과 여의주, 창과 탑이 그러하다. 그런데 지물은 경전과 지역마다 다소 차이를 보이곤 한다. 이를테면 조계사의 다문천왕은 창과 불탑이 아닌 비파를 들고 있고, 마곡사 사천왕의 경우는 탑 대신 채소 바구니를 들고 있다. 혹자는 사천왕이 평화로운 시기에는 악기류나 탑이나 보배 같은 것을, 힘든 시기에는 칼이나 창 등을 든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십이지지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열두 동물과 나누는 법담’ 편은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열두 동물들에 얽힌 재미난 불교 이야기를 전한다. 함양 용추사의 심우도, 안수정등(절벽의 나무와 우물 속 등나무)의 고사, 『법화경』 「비유품」의 '불타는 집의 비유', 의성 고운사 호랑이 벽화, 용과 관련된 창건 설화, 싯다르타 태자의 애마 '칸타카', 중국 최초의 사찰인 후한 명제 때의 백마사, 보성 대원사 티벳박물관에 있는 어린 양을 안은 부처님, 눈 셋 달린 강아지와 해인사 경판, 산돼지로 나툰 지장보살 등이 소개된다.

"깨달음을 얻고 중생을 돕는 데에는 세 가지 발심이 있다고 한다. 첫째 왕과 같은 발심, 둘째 뱃사공과 같은 발심, 셋째 목동과 같은 발심이다.

왕과 같은 발심은 내가 먼저 왕이 되어서 인간의 괴로움을 없애주겠다는 마음이다. 뱃사공과 같은 발심은 내 배에 탔으니 사람들을 저 언덕까지 안전하게 건너도록 해주겠다는 마음이다. 목동과 같은 발심은 양 떼들을 먼저 안전한 우리에 넣어 주고, 자신은 마지막에 성불하겠다는 마음이다."(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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