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가 좋다 여행이 좋다 - 힐링과 믿음의 땅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여행이 좋다
세라 백스터 지음, 해리 골드호크 외 그림, 최경은 옮김 / 올댓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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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자의 마음가짐을 갖게 만드는 거룩한 장소, 그곳이 바로 성지다. 트레킹이나 휴양, 관광의 목적으로 왔어도 거추장스러운 속세의 짐을 훌훌 내던지게 만드는 장소가 바로 성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지가 존재한다. '힐링과 믿음의 땅'으로 정평이 나 있는 그런 유명 성지 말이다. 하지만, 성지를 찾은 순례자가 여전히 탐욕이나 출세, 물질적 성공과 같은 속세의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지 못한다면, 그저 눈요기감의 관광 명소에 그칠 뿐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될 것이다. 이는 마치 목욕탕 욕조에 명품으로 도배한 옷을 가득 껴입고 들어가는 짓과 다를 바 없다. 성지도 중요하지만, 순례자의 마음가짐은 더욱 중요하다. 성지는 신과 소통하는 기도의 장소, 신성한 관조와 명상의 장소여야 한다.

영국 작가 세라 백스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지 25곳을 소개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부터 모스크 안에 있는 가톨릭 성당인 스페인의 메스키타, 환상처럼 섬에 떠 있는 몽생미셸, 성모 마리아의 발현과 기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루르드, 그리스 신들의 거처로 알려진 올림포스산, 세계 3대 종교가 어우러져 있는 예루살렘과 성전산, 호주 벌판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는 울루루, 아즈텍족이 신들의 탄생지로 여겼던 멕시코 테오티우아칸, 잉카 창조 신화의 일부이며 문명의 탄생지로 알려진 티티카카 호수 등이다.저자는 성지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마법과 미스터리에 신성 한 스푼 얹은 장소들"이라고 강조한다. 사진이 아닌 삽화로 성지나 순례 여정을 소개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중세 시대의 순례자가 남긴 소중한 한 권의 영성 노트를 떠올리게 한다.

성지 순례는 인간과 세계의 유한성을 깨닫게 해준다. 순례자 개인에게는 심적 변화를 위한 밝은 출발점이나 영성 진화의 맑은 마중물이 되어준다. 순례자가 평생 어깨에 짊어진 속세의 어둑한 거품을 깨지게 만드는 곳, 질긴 욕망 보따리에 균열이 생기게 하는 곳이 성지다. 저자는 말한다, "사람마다 각자 자신의 영혼이 젖어 드는 특정 장소가 있다"고. 맞다. 사실상 나는 사도 성 야고보의 묘지로 향하는 산티아고 순례길과 '우주의 배꼽'이라 불리는 티베트의 카일라스산에 제일 눈길이 갔다. 불교 신자는 카일라스산을 보석 같은 설산이라는 뜻의 '강 린포체'라고 부른다고. 강인한 신심으로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자도 있다고 하니, 내 눈으로 그런 거룩한 행동을 직접 지켜보고 싶다. 바람을 움켜쥐려는 이들, 세속적 권력에 목매는 이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허심과 하심의 행위가 바로 오체투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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