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의 모든 것 - 성과, 승진, 소득을 얻는 상식 밖의 오피스 심리학
살마 로벨 지음, 문희경 옮김 / 청림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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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게 가장 필요한 지식이 '오피스 심리학' 아닐까 싶다. 직장 만족도와 삶의 행복도는 비례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만족도와 안녕감을 높이고, 성과와 소득을 끌어올리고, 창의성을 높이고, 동료에게 인정받도록 돕는 오피스 심리학은 매우 중요하다.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살마 로벨은 "일의 세계에서 성과와 창의성과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집중한다." 저자는 그동안 우리가 소홀히 했던, 때론 우리의 상식을 거스르는, 하지만 우리의 성과와 만족감과 행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사무실 요인들 혹은 단서들을 소개한다. 오피스 심리학은 크게 세 가지 테마로 나뉜다. 사무실 환경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 팀 동료들과의 의사소통법, 그리고 올바른 개인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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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먼저 업무 환경의 질을 높이는 단서들을 소개한다. 이를테면 사무실 배치, 폐쇄형 공간과 개방형 공간, 조명(밝은지 어두운지, 인공광인지 자연광인지), 온도, 창문 유무(혹은 창문 부족), 창밖 풍경의 효과, 자연 등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이다. 혹시 사무실 '풍수'에 관심이 있다면, 이들 환경적 단서에 자연스레 관심이 갈 것이다. 실내 환경의 질은 직원들의 성과와 행동과 동기와 만족감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카공족이 많은 이유는 적당한 수준의 백색소음과 향긋한 커피 내음이 작업 집중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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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함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단서들을 소개한다. 가령 악수 방식, 남을 모방하는 카멜레온 효과, 분노와 실망을 비롯한 다양한 감정 표현, 옷차림, 외모, 목소리의 높낮이, 다양한 인종 구성 등이 팀의 성과는 물론, 개인의 협상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한국의 직장 문화는 아직은 다문화주의가 보편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팀 구성에 있어서 인종, 성별, 민족, 문화적 배경 등의 다양성은 창의력과 실행력, 실질적인 이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다름은 새로운 효율성이다"라고 단언하면서, 다름이 다채로움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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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습관이 만드는 힘의 단서들을 소개한다. 개인의 선택과 습관에 따라 달라지는 성과와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다루는데, 가령 스마트폰을 유리하게 활용하는 법, 스마트폰이 일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는 법, 일하면서 듣는 음악과 업무 효율의 관계, 정돈된 책상의 득과 실 등이 그러하다. 또한 명상과 마음챙김처럼 창조력과 혁신의 힘을 끌어올리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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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책세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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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학폭 가해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학폭 피해자들은 언제나 가해자들에 비해선 소수다. 학폭 가해자는 '일진'이라 불리며 대개 패거리 문화를 이루기 때문에 피해자보다 쪽수가 많다. 일진은 악의 세력을 미화한 꼬리표다. 반면에 피해자는 '나 홀로' 약자이기에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그냥 짓밟히고 만다. 반항과 복수는 생각지도 못한채, 피해자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게 되었을까, 특별히 잘못한 일도 없는데 나날이 왜 지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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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학폭 가해자들은 외려 당당하다. 굳이 해명할 생각도 없지만 막상 한다고 해도 가해자의 해명은 언제나 궁색하다. '고작 이런 이유로'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궁색한 변명이다. '그때는 어렸으니깐, 잠깐의 재미로 한 거야', '이유는 없어…그냥 하고 싶어서 한 거야', 아님 '가해자 편에 서지 않으면 피해 당사자가 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그랬어'. 학폭은 범죄다. 범죄 기록이 평생 남듯, 학폭 가해자의 기록도 어딘가에 평생 남겨져야 하지 않을까. 피해자보다 가해자에게 관대한 세상은 또다른 희한한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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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가와카미 미에코는 감수성이 충만한 10대 중학생 '나'를 등장시켜, 청소년 학교 폭력 문제를 무대에 올린다. 두 명의 학폭 피해자와 한 무리의 학폭 가해자가 등장하는데, 피해자 두 명은 주인공인 사시를 가진 '나'와 꾀죄죄한 교복을 입고 다니는 동급생 고지마다. 사팔뜨기인 '나'는 니노미야 일당들의 '일용할 밥'이고, 고지마는 반 여자애들의 따돌림 단골이다. 학폭 가해자는 일진인 니노미야 패거리와 패거리의 만행을 한 발짝 뒤에서 방관하는 모모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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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에도 합당한 논리가 성립할까. 작가는 의도적으로 강자의 궤변과 약자의 궤변을 대비시킨다. 독자들은 학폭과 관련된 두 개의 궤변이 나란히 평행선을 질주하는 모습에 진저리칠 수도 있다. 모모세는 "세상의 모든 일은 우연히 벌어지며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는 강자의 궤변을 보인다. 마치 세기말 묵시록의 패자 논리 같다. 모모세는 피해자인 나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당하면 싫은 것은 남한테도 하면 안 됩니다"라는 인간관계의 황금율을 속임수나 뻔한 거짓말로, 약자의 변명으로 간주한다. 터무니없는 개똥철학을 늘어놓는 모모세에게 사이비 교주의 자질이 엿보인다. 주인공까지도 혹하게 만드니 말이다. 반면에 피해자인 고지마는 "모든 약함에는 이유가 있으니 자신의 약함을 유지하며 존재하는 것으로 싸워야 한다"는 약자의 궤변을 내비친다. 고지마의 약자 논리는 아큐적 정신승리법이라기보다는 기독교적인 구원 논리에 가깝다. 고지마는 마치 '성녀 신드롬'의 거룩한 희생자를 자처하는 것 같다. 고지마는 강박처럼 성녀나 성자의 표식을 학폭 피해자의 몸에서 찾곤 하는데, 고지마가 주인공의 사팔뜨기 눈을 좋아한 이유도 바로 그런 연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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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 터지는 '샌드백'이 존재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고지마는 학교 폭력 피해를 일종의 경건한 신앙이나 믿음 차원으로 합리화한다. 고지마가 '헤븐'이라 새롭게 이름 붙인 미술관의 어느 작품을 보더라도 고지마의 생각은 종교적인 혹은 미신적인 색채가 짙다. 여기서 헤븐은 "슬픔과 고난을 극복한 후에 도달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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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저 걔네들의 괴롭힘에 굴복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태를 선택해서 받아들이고 있는 거라고, 고지마는 몇 번이나 나에게 거듭 말했다. 우리가 아무리 지독한 꼴을 당해도 누구에게도 호소하지 않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에 가고, 그리고 거기서 같은 일이 반복되고, 그럼에도 거기서 그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정말로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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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폭로하고 폭력의 원인과 논리를 나름 모색도 하지만, 마치 학폭을 한때 잠시 내리는 소낙비처럼 묘사하려는 경향이 있다. 정작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고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이 사시 교정 수술을 받은 뒤 바라본 세상은 아름답기 그지 없는데, 그런 정상적인 눈이 앞으로 학교폭력에 당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나 복선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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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 -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게임 역량에 대한 심층적인 탐구
제인 맥고니걸 지음, 김고명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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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 엘리트에게 문명과 지성의 공적으로 몰려 '찬밥' 신세가 되곤 하는 분야가 있다. 플라톤 시대에는 시, 조선 정조 시대에는 소설, 그리고 현대 한국에선 게임이 바로 그런 대표적인 찬밥이었다. 세상의 부모가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로 자녀의 게임 중독이다. 게임 중독은 성적 하락과 인성의 망가짐은 물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을 조장하는 무시무시한 질병처럼 간주된다. 시, 소설, 게임 모두 엄연한 문화 예술의 장르인데도 지배 엘리트와 어른들의 눈에는 쓸 데 없는 시간낭비로 비춰지곤 한다. 그런데 차분히 따져보자. 시, 소설, 게임이 정말 시간낭비일 뿐인지 말이다. 누군가에겐 찬밥 신세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구원의 동아줄이 되기도 한다. '찬밥 역량'에 대한 재평가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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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제인 맥고니걸의 『게임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RHK, 2023)은 게임이 인간 문명의 핵심요소라면서 게임의 긍정적인 사회적 효과를 크게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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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현실이 주지 않는 보상을 주며 현실과 다른 방식으로 배우고, 느끼고, 움직이게 한다. 또한 현실과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하나로 묶는다.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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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게임은 현실세계에서 쉽게 채울 수 없는 욕망을 충족시켜준다. 게임 세계는 성취와 보상이 명확하다. 아이들은 안다, 게임은 행복을 부르는 마법 같은 예술이라는 사실을. 게임을 '소확행'의 대명사로 꼽아도 무방하다. 게임의 유구한 역사를 들여다보면 단번에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역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역사』에는 배고픔을 잊기 위해 놀이를 개발한 고대 리디아인들의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이틀에 한 번은 음식을 먹지 않고 온종일 게임을 하면서 18년의 기근을 버텼다고 한다. 정말 전설적인 이야기 아닌가. 오늘날이라고 다를 건 없다. 게임은 언제나 이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실질적인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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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가장 인기있던 주제는 게임을 활용한 세상 바꾸기였다.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게임',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게임', '사회 현실 게임', '기능성 게임', '전 지구적 차원의 게임 활용법'등이 큰 주목을 받았다. 모든 게임은 네 가지 특징이 있다. '목표, 규칙, 피드백 시스템, 자발적 참여'가 게임의 본질적 특징들이다. 저자는 이런 게임의 본질적 요소를 활용해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게임으로 일상의 행복을 키우고, 소중한 사람들과 더 끈끈한 관계를 맺으며, 온 힘을 기울여 더 큰 보람을 느끼고, 새로운 현실변화 방안을 찾는 14개의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게임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크게 다음 세 가지로 축약해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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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게임은 실제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둘째, 게임은 초거대 규모의 사회적 협력과 시민 참여를 지원한다. 셋째, 게임은 우리가 더 지속가능한 삶을 살고 더 강인한 종으로 발전하게 한다."(4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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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 대한 모든 것 - 혁신은 어떻게 탄생하고, 작동하고, 성공하는가
매트 리들리 지음, 이한음 옮김 / 청림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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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과학저술가 매트 리들리는 혁신과 발명을 구분한다. 혁신은 언제나 발명 이상이다. 때론 발명이 혁신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다. 발명이 개인적이라면 혁신은 집단적이고, 발명이 '유레카의 순간'처럼 신속하다면 혁신은 점진적이다. 발명중에서 실제 사업화에 성공하는 경우는 소수다. 하나의 발명이 하나의 혁신으로 '진화'하려면 고된 과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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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진화생물학, 고고학, 기술,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혁신의 본질과 특성을 탐구한다. 열에너지, 공중 보건, 교통, 농경, 통신,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의 발명과 혁신 사례를 다루는데, 혁신이 어떻게 탄생하고 작동하고 성공하는지 살핀다. 아쉽게도 미술, 문학, 음악 분야의 혁신 사례는 다루지 않고 있다. 무수한 발명품 가운데 인류 역사의 전환점이 되는 혁신의 아이콘이 되려면 신화 속 영웅이 악룡을 퇴치하는 듯한 그런 지난한 투쟁의 경로를 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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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 전화기, 비행기, 아이폰, 인공지능을 떠올리면, 대중들은 에디슨, 벨, 라이트 형제, 스티브 잡스, 마빈 민스키를 곧잘 떠올리곤 한다. 그런데 발명품과 대표적인 발명가를 서로 짝짓는 일은 기실 혁신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혁신은 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종의 지적인 네트워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혁신은 누군가와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단체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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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 점진적인 진화 과정이라면, 혁명과 영웅적인 돌파의 갑작스러운 계몽이라는 관점에서 기술되는 사례가 왜 그렇게 많을까? 답은 두 가지다. 인간 본성과 지식재산권 제도다. …우리는 돌파구를 이룬 누군가의 중요성을 과장하고, 그의 경쟁자와 선배는 까맣게 잊고, 그 돌파구를 실용화한 후배를 무시하려는 유혹에 너무나 쉽게 또 너무나 자주 빠지곤 한다."(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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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유용하고 간편한 아이디어의 싹이 복잡한 네트워크를 통해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풍성한 결실을 맺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혁신은 대체적으로 부당하며 모호하고 예측이 불가능하고 냉혹하다. 또한 혁신은 주로 시행착오를 통해 발생하며 우연하게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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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지성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의식, 실재, 지능, 믿음, 시간, AI, 불멸 그리고 인간에 대한 대화
마르셀루 글레이제르 지음, 김명주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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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가 개발한 최첨단 언어모델 챗GPT 열풍이 한창이다. 덕분에 지능과 의식, 인간과 기계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이 생겼다. 챗GPT는 트랜스포머 기반의 딥러닝 방식으로 방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마치 인간처럼 그럴듯한 대답을 할 수 있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정체성과 스토리가 있듯이, 인공지능도 특유의 정체성과 스토리를 구축할 수 있을까.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인공지능은 배울 수는 있어도 체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감과 감정이입이 불가능하기에 체험이 불가능한 것이다. 알파고가 자신의 수많은 바둑 시합을 복기할 수는 있어도 회고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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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체험과 추체험은 오직 살아있는 고등 생명체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인간보다 지적인 인공지능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지만, 인간보다 인간적인 인공지능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이유는 바로 공감과 연민의 결여 때문이다. 뭐, '의식의 결여'나 '마음의 결여' 혹은 '양심의 결여'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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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컴퓨터에 빗대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신경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인공지능의 추론과 인간의 사고하는 마음을 서로 같은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인공지능이 바둑과 체스, 계산이나 보고서 작성 같은 면에서 인간보다 더 나은 면모를 보일지라도 인간의 지능과 인공지능은 결이 다르다고 말이다. 한편, 티베트 불교 전문가 앨런 월리스는 과학자들이 마음과 의식에 대해 잘 모르면서, 이를테면 의식을 일으키는 필요충분조건을 알지 못하고, 또 마음과 뇌가 서로 무슨 관계인가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거의 없으면서, 툭하면 뇌신경을 내세워 환원론과 유물론, 결정론 등의 오만을 저지른다고 비판한다. 확실히 마음과 의식에 관해 과학자와 인문학자의 시선은 여전히 갭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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