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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 -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게임 역량에 대한 심층적인 탐구
제인 맥고니걸 지음, 김고명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평점 :
지배 엘리트에게 문명과 지성의 공적으로 몰려 '찬밥' 신세가 되곤 하는 분야가 있다. 플라톤 시대에는 시, 조선 정조 시대에는 소설, 그리고 현대 한국에선 게임이 바로 그런 대표적인 찬밥이었다. 세상의 부모가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로 자녀의 게임 중독이다. 게임 중독은 성적 하락과 인성의 망가짐은 물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을 조장하는 무시무시한 질병처럼 간주된다. 시, 소설, 게임 모두 엄연한 문화 예술의 장르인데도 지배 엘리트와 어른들의 눈에는 쓸 데 없는 시간낭비로 비춰지곤 한다. 그런데 차분히 따져보자. 시, 소설, 게임이 정말 시간낭비일 뿐인지 말이다. 누군가에겐 찬밥 신세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구원의 동아줄이 되기도 한다. '찬밥 역량'에 대한 재평가가 시급하다.
미래학자 제인 맥고니걸의 『게임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RHK, 2023)은 게임이 인간 문명의 핵심요소라면서 게임의 긍정적인 사회적 효과를 크게 강조한다.
"게임은 현실이 주지 않는 보상을 주며 현실과 다른 방식으로 배우고, 느끼고, 움직이게 한다. 또한 현실과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하나로 묶는다. "(21쪽)
그렇다. 게임은 현실세계에서 쉽게 채울 수 없는 욕망을 충족시켜준다. 게임 세계는 성취와 보상이 명확하다. 아이들은 안다, 게임은 행복을 부르는 마법 같은 예술이라는 사실을. 게임을 '소확행'의 대명사로 꼽아도 무방하다. 게임의 유구한 역사를 들여다보면 단번에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역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역사』에는 배고픔을 잊기 위해 놀이를 개발한 고대 리디아인들의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이틀에 한 번은 음식을 먹지 않고 온종일 게임을 하면서 18년의 기근을 버텼다고 한다. 정말 전설적인 이야기 아닌가. 오늘날이라고 다를 건 없다. 게임은 언제나 이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실질적인 수단이다.
2009년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가장 인기있던 주제는 게임을 활용한 세상 바꾸기였다.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게임',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게임', '사회 현실 게임', '기능성 게임', '전 지구적 차원의 게임 활용법'등이 큰 주목을 받았다. 모든 게임은 네 가지 특징이 있다. '목표, 규칙, 피드백 시스템, 자발적 참여'가 게임의 본질적 특징들이다. 저자는 이런 게임의 본질적 요소를 활용해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게임으로 일상의 행복을 키우고, 소중한 사람들과 더 끈끈한 관계를 맺으며, 온 힘을 기울여 더 큰 보람을 느끼고, 새로운 현실변화 방안을 찾는 14개의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게임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크게 다음 세 가지로 축약해 정리한다.
"첫째, 게임은 실제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둘째, 게임은 초거대 규모의 사회적 협력과 시민 참여를 지원한다. 셋째, 게임은 우리가 더 지속가능한 삶을 살고 더 강인한 종으로 발전하게 한다."(4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