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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지성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의식, 실재, 지능, 믿음, 시간, AI, 불멸 그리고 인간에 대한 대화
마르셀루 글레이제르 지음, 김명주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평점 :
오픈AI가 개발한 최첨단 언어모델 챗GPT 열풍이 한창이다. 덕분에 지능과 의식, 인간과 기계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이 생겼다. 챗GPT는 트랜스포머 기반의 딥러닝 방식으로 방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마치 인간처럼 그럴듯한 대답을 할 수 있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정체성과 스토리가 있듯이, 인공지능도 특유의 정체성과 스토리를 구축할 수 있을까.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인공지능은 배울 수는 있어도 체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감과 감정이입이 불가능하기에 체험이 불가능한 것이다. 알파고가 자신의 수많은 바둑 시합을 복기할 수는 있어도 회고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체험과 추체험은 오직 살아있는 고등 생명체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인간보다 지적인 인공지능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지만, 인간보다 인간적인 인공지능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이유는 바로 공감과 연민의 결여 때문이다. 뭐, '의식의 결여'나 '마음의 결여' 혹은 '양심의 결여'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마음을 컴퓨터에 빗대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신경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인공지능의 추론과 인간의 사고하는 마음을 서로 같은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인공지능이 바둑과 체스, 계산이나 보고서 작성 같은 면에서 인간보다 더 나은 면모를 보일지라도 인간의 지능과 인공지능은 결이 다르다고 말이다. 한편, 티베트 불교 전문가 앨런 월리스는 과학자들이 마음과 의식에 대해 잘 모르면서, 이를테면 의식을 일으키는 필요충분조건을 알지 못하고, 또 마음과 뇌가 서로 무슨 관계인가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거의 없으면서, 툭하면 뇌신경을 내세워 환원론과 유물론, 결정론 등의 오만을 저지른다고 비판한다. 확실히 마음과 의식에 관해 과학자와 인문학자의 시선은 여전히 갭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