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들의 지적 대화 - 세상과 이치를 논하다
완웨이강 지음, 홍민경 옮김 / 정민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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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세상에는 너무나 명확하고 당연해서 도리어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이치들이 존재한다." 중국 작가 완웨이강은 그런 "누구나 다 아는 이치"를 "0차원적 이치"라고 부른다. 가령 '돈이 있는 삶이 더 낫다, 똑똑한 사람이 성적이 더 좋다, 예쁘게 생긴 사람이 더 인기가 많다, 건장한 사람이 싸움을 더 잘한다' 등이 바로 그런 0차원적 이치에 해당한다.

그런데 0차원적 이치를 살짝 뒤집으면 1차원적 이치가 된다. 가령 '돈이 없는 삶도 행복할 수 있다'는 명제가 그러하다. 감수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문학과 영화가 이런 1차원적 이치를 즐겨 담는다.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이나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처럼 말이다. 하지만 1차원적 이치는 객관적인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돈이 많은 사람이 실제로 더 행복하다.

대부분의 0차원적 이치는 알아도 쓸모가 없다. 단 아주 유용한 0차원적 이치도 존재한다. 가령 일당백의 역할을 하는 스타플레이어의 존재가 그렇다. 공연계에서 유명한 이른바 '록스타 원리'다. 스타로커와 일반로커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물론 스포츠 영화는 록스타 원리 같은 0차원적 이치보다는 1차원적 이치를 더 즐겨 채택한다. 예컨대 '팀의 단합이 중요하다, 스타플레이어가 개별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팀 안에 스타플레이어가 너무 많은 것도 좋지 않다' 등이 대표적인 1차원적 이치다.

하지만 스포츠계의 현실은 어떠한가. 축구의 손흥민, 피겨의 김연아, 배구의 김연경을 떠올려보라. 정작 감독보다 스타플레이어가 훨씬 중요하다. 팀에 스타가 있으면 강력한 전투력이 상승할 뿐 아니라 팀원의 능력도 강화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스타 효과 혹은 록스타 원리는 스포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무릇 높은 수준의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스타에 의존해야 한다. 물리학자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에 따르면, 대학이 학술계의 슈퍼스타를 교수로 초빙하면 그 대학 전체 학과의 과학연구 성과를 54%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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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더리 - 최신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이 알려주는 마음의 중심을 잡아줄 보호막
김현 지음 / 심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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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바운더리'를 보자마자 바로 '고슴도치 딜레마'를 떠올렸다. 추위를 막기 위해 모여든 고슴도치들이 서로 밀착하자마자 뾰족한 가시 때문에 다시 떨어지게 되는데 다들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면서 점차 온기를 유지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찾게 된다는 이론 말이다. 외로움과 불안, 상실감과 죄책감, 무료함과 지루함 때문에 해로운 대인관계의 수렁에 빠져든 이들에게 바운더리가 해로운 관계의 질곡에서 탈출하는 발판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바운더리가 단지 이런 기능만 갖고 있을까.

심리학자 김현은 바운더리를 마음건강 관리의 가장 기본 단계로 파악한다. 바운더리는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시간적·심리적·물리적 공간", 즉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는 외부의 압력이나 자극에 끌려 다니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지키는 마음의 보호막이자 안전지대다. 바운더리는 직역하면 '경계선'이지만, 실은 "가장 나답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정하는 마음의 공간"을 뜻한다. 저자는 이처럼 바운더리를 대인관계(가령 부모와 자녀 사이)에 경계선을 설정하는 건강한 거리두기 기능보다도 훨씬 넓은 정신건강 개념으로 활용한다. 저자가 보기에, 마음건강을 위한 두 축은 바운더리와 자기자비 마인드셋이다.

저자는 바운더리를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한다. 인간관계의 바운더리, 책임감의 바운더리, 일과 쉼의 바운더리, 감정의 바운더리, 이상과 현실 간의 바운더리다. 개인적으로 책임감의 바운더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착한아이증후군이나 장녀 콤플렉스 같은 수많은 역할과 책임에 짓눌리다 탈진된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 저자는 "과도한 책임감과 완벽주의가 번아웃으로 이어지는 핵심은 자기비판과 자책"이라고 강조한다. 자책감은 자신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비판적인 생각을 부풀리는데, 과도한 헌신, 책임감, 완벽주의, 흑백사고, 재앙적 사고들이 서로 뒤엉켜있다.

책임감에서 거리를 두는 바운더리를 설정하려면 자기자비가 핵심적인 축이 된다. 자기자비는 소중한 타인을 돌보듯 자기를 돌볼 줄 아는 태도다. 자기자비를 익히는 데 중요한 요소는 마음챙김(내 감정과 생각을 알아차리고 객관적으로 인식한다), 친절함(내 고통을 따뜻하고 열린 마음으로 수용한다), 보편적 인간성(내 경험을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사람들의 공통적인 경험이라고 정상화한다) 세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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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미워해도 괜찮습니다 - 살면서 한 번은 읽어야 할 부모와의 관계 정리 수업
가와시마 다카아키 지음, 이정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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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대다수 문제는 그 뿌리가 부모 자녀 관계에 있다. 부모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이 커서 부모에게 통제당하는 자녀들이 적지 않다. 성인이 되어도 부모에게 묶여 있는 자녀들은 부모에게서 받은 영향 때문에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문제와 갈등을 겪게 된다. 일본의 심리상담사 가와시마 다카아키의 말대로, "부모와의 관계는 모두의 숙제다."

통제적인 부모는 자녀에게 독이 되는 부모다. 이들은 자녀를 통제하고 말과 행동을 조종하기 위해 자녀들의 약점을 공격한다. 효도를 중시하는 유교 문화권에 기대어, 자녀의 부모 봉양에 대한 의무감과 책임감을 들먹이고, 자녀 내면의 수치심과 죄책감의 버튼을 꾹 눌러댄다. 통제적인 부모는 다음 네 가지 사고방식을 자녀들에게 주입시킨다. "자녀는 부모에게 무조건 감사해야 한다", "자식은 부모에게 은혜를 갚아야 한다", "자녀는 부모를 경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자녀는 부모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다.

문제 있는 부모는 다음 네 가지 주요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다. 상실에 대한 불안, 고독과 고립에 대한 불안, 무가치와 무능에 대한 불안, 자유를 침해당할 것이라는 불안이 그러하다. 독이 되는 부모는 대부분 두 가지 이상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어머니 쪽은 상실에 대한 불안, 고독과 고립에 대한 불안을 가진 경우가 많고, 아버지 쪽은 무가치와 무능에 대한 불안, 자유를 침해당할 것이라는 불안을 가진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도 자식을 자신의 분신이나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가 최악이다. 콤플렉스를 지닌 부모는 가치관, 감정, 책임이라는 세 가지 영역을 노린다. 즉 독이 되는 부모는 자녀에게 가치관, 감정, 책임을 강요한다. 부모와의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건강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가치관, 감정, 책임의 영역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 것이 포인트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꼭두각시처럼 굴지 말고, 나(자녀)의 가치관과 부모의 가치관 사이에 경계선을 그어야 한다. 부모의 감정을 살피느라 제 감정을 억압하지 말고, 부모의 감정과 내 감정 사이에 경계선을 그어야 한다. 끝으로,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그만 던져버리고, 나(자녀)의 책임과 부모의 책임을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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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코 상 :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
사노 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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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적은 여자다. 이 말은 아마도 로맨스 소설이나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 엄마와 딸의 실제 관계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냉전상황보다 못한 엄마와 딸이 적지 않다. 엄마가 자녀를 보호하는 울타리일 수도 있고, 딸의 성장과 행복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의 그림책 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사노 요코에게 엄마 시즈코 상은 냉랭한 벽과 같은 존재였다. 남보다 못한 그런 애증과 반목의 관계였다.

엄마 시즈코 상은 현실적이고 생활력이 강했지만 장녀 요코에게는 꽤나 모질고 거칠고 냉랭했다.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던 요코는 네 살 무렵, 자신이 내민 손길을 엄마가 매정하게 뿌리쳤던 그 순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분명 그때부터 엄마를 향한 증오감이 서서이 싹을 틔었을 것이다. 엄마의 냉대와 불신 그리고 모멸은 그 증오의 싹에 거름이 되어주었다.

저자가 결혼을 서두르고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한 것도 다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몸부림 아니었을까. 엄마와의 비뚤어진 관계는 진행형이다. 거의 관계를 끊다시피 했지만, 엄마가 치매에 걸리자 값비싼 실버타운에 모시게 된다. 의외로 얌전한 치매였다. 툭하면 집을 나가고 화를 내고 통장을 누가 훔쳐갔다는 그런 의심을 하지 않는, 또 간혹 흐린 정신에 장녀 요코에게 평생 들어보지 못했던 살가운 말을 던지기도 하는 그런 귀여운 치매였다.

"나는 누군가에게 용서받았다고 느꼈다. 갑자기 온 세상이 다른 모습으로 온화해졌다. 나는 용서받았다. 어떤 인지를 넘어선 큰 힘이 작용한 용서였다. 나는 작아지고 뼈만 남은 엄마와 몇 번이나 서로 껴안고 흐느껴 울었다. 실컷 울고 나니 감기가 나았을 때의 아침 같은 기분이 들었다."(254쪽)

부모님의 관계나 아버지에 대한 추억,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감당한 이런저런 생활고, 일찍 세상을 떠난 오빠와 남동생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비롯해 자기 가족의 생활사를 이렇게 여과없이 과감히 들려줄 수 있는 작가의 강심장에 탄복할 수밖에 없다. 요코 여사는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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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어
로빈 노우드 지음, 문수경 옮김 / 더난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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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사람일수록 형편없는 빵을 고른다." 사랑과 인정에 굶주린 사람들은 이성을 보는 안목이 꽝이다. 진짜 괜찮은 이성을 지루하다거나 심심하다고 여기고, 정말 형편없는 나쁜 년놈을 오히려 멋지거나 매력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쁜 남녀가 더 자극적이다.

사랑에 집착하거나 중독된 사람들은 혼자라는 것을 두려워하고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사랑을 애걸복걸한다. 가령 넷플릭스 드라마 〈트렁크〉에서 음악 프로듀서 한정원이 와이프 이서연에게 집착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불륜과 외도 같은 불안정한 연애 관계가 주는 흥분으로 일상의 우울과 권태를 희석시키려고 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한국에 이런 유형의 상간남녀가 적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빈 노우드는 사랑에 집착하는 여성들의 특징을 열다섯 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대체로 정서적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문제가정에서 자랐다, 도움이 필요한 남자를 보살펴주면서 어린 시절의 욕구불만을 채우려고 한다, 부모와 비슷한 문제를 가진 남자에게 끌린다, 남자에게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서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남자를 돕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사랑받지 못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남자가 사랑해주지 않아도 참고 기다리며 그를 기쁘게 해주려고 최선을 다한다, 남자와의 문제를 모두 자기 탓으로 돌리며 어떤 비난도 감수한다, 자신은 행복해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행복할 권리를 얻으려고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 남자나 상황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애쓰면서 모두 다 그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자위한다, 남자와의 관계에서 현실의 모습보다 이상적인 사랑을 꿈꾼다, 남자와 그의 괴로움에 중독된다, 심리적·육체적인 이유로 마약·술·당분에 중독되기 쉽다, 나쁜 남자에게 끌려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 괴로워하느라 자신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 못한다, 불안정한 연애 관계가 주는 흥분으로 우울증을 방지하고자 한다, '멋진' 남자가 이들에게는 '지루한' 남자다.

사랑중독과 집착은 병이다. 관계중독의 배후에 문제가정이 있고 불안정한 애착장애가 있다. 폭력가정에서 자란 여자가 매 맞는 아내가 되고, 알코올중독자 부모를 둔 여자가 알코올중독자이거나 혹은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남자와 사귄다. 사랑에 집착하는 여자들은 통제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남자를 선택한다. 상대방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는 두려움, 분노, 긴장감, 죄책감 등에서 비롯된다. 집착적 행동은 종종 파트너에 대한 통제, 불안, 질투로 이어지며, 중독적 연애 패턴과 유사한 경로를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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