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운더리 - 최신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이 알려주는 마음의 중심을 잡아줄 보호막
김현 지음 / 심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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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 제목 '바운더리'를 보자마자 바로 '고슴도치 딜레마'를 떠올렸다. 추위를 막기 위해 모여든 고슴도치들이 서로 밀착하자마자 뾰족한 가시 때문에 다시 떨어지게 되는데 다들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면서 점차 온기를 유지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찾게 된다는 이론 말이다. 외로움과 불안, 상실감과 죄책감, 무료함과 지루함 때문에 해로운 대인관계의 수렁에 빠져든 이들에게 바운더리가 해로운 관계의 질곡에서 탈출하는 발판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바운더리가 단지 이런 기능만 갖고 있을까.

심리학자 김현은 바운더리를 마음건강 관리의 가장 기본 단계로 파악한다. 바운더리는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시간적·심리적·물리적 공간", 즉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는 외부의 압력이나 자극에 끌려 다니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지키는 마음의 보호막이자 안전지대다. 바운더리는 직역하면 '경계선'이지만, 실은 "가장 나답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정하는 마음의 공간"을 뜻한다. 저자는 이처럼 바운더리를 대인관계(가령 부모와 자녀 사이)에 경계선을 설정하는 건강한 거리두기 기능보다도 훨씬 넓은 정신건강 개념으로 활용한다. 저자가 보기에, 마음건강을 위한 두 축은 바운더리와 자기자비 마인드셋이다.

저자는 바운더리를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한다. 인간관계의 바운더리, 책임감의 바운더리, 일과 쉼의 바운더리, 감정의 바운더리, 이상과 현실 간의 바운더리다. 개인적으로 책임감의 바운더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착한아이증후군이나 장녀 콤플렉스 같은 수많은 역할과 책임에 짓눌리다 탈진된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 저자는 "과도한 책임감과 완벽주의가 번아웃으로 이어지는 핵심은 자기비판과 자책"이라고 강조한다. 자책감은 자신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비판적인 생각을 부풀리는데, 과도한 헌신, 책임감, 완벽주의, 흑백사고, 재앙적 사고들이 서로 뒤엉켜있다.

책임감에서 거리를 두는 바운더리를 설정하려면 자기자비가 핵심적인 축이 된다. 자기자비는 소중한 타인을 돌보듯 자기를 돌볼 줄 아는 태도다. 자기자비를 익히는 데 중요한 요소는 마음챙김(내 감정과 생각을 알아차리고 객관적으로 인식한다), 친절함(내 고통을 따뜻하고 열린 마음으로 수용한다), 보편적 인간성(내 경험을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사람들의 공통적인 경험이라고 정상화한다) 세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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