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의 나라 - 문화의 경계에 놓인 한 아이에 관한 기록
앤 패디먼 지음, 이한중 옮김 / 반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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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학의 범주 가운데 '날 것'과 '익힌 것'이 있다. 내가 앤 패디먼의 《리아의 나라》(반비, 2022)를 읽으면서 줄곧 뇌리에 떠오른 문화인류학적 개념이 바로 '날 것'과 '익힌 것'의 구조적 대립이다. 리아 리는 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 온 라오스 몽족 출신의 난민 아이다. 안타깝게도 리아는 생후 3개월에 심한 경직을 동반한 발작을 일으키는데, 미국 캘리포니아 병원 의사들은 가장 흔한 신경질환 중 하나인 '뇌전증' 진단을 내리지만, 몽족 출신의 부모인 나오 카오 리와 푸아 양은 오히려 딸이 샤먼이 될 수 있는 심신 조건인 '영혼에게 붙들려 쓰러진 병', 즉 우리식으로 치면 일종의 '무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 

리아를 둘러싼 의료분쟁의 배후에 뿌리깊은 문화적 장벽 혹은 신화적 장벽이 도사리고 있다. 병원에 몽족 언어를 구사하는 전문 통역자의 결여로, 의사와 환자 가족 사이에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문제도 적지 않았지만, 서구식 병원의 치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불신하는 몽족 부모와 환자 가족을 비협조적이라 여기고 몽족 신앙을 우매한 미신으로 간주하는 미국 의사들간의 보다 깊은 신화적 차원의 갈등이 존재했다. 

여기서 라오스 몽족의 무속 치료 문화는 '날 것'으로, 미국의 현대의료 시스템은 '익힌 것'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날 것과 익힌 것'은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신화학》이란 역작에서 내세운 개념적 대립쌍인데, 구조주의 인류학은 한 문화의 심층 신화는 음양, 남녀, 야생과 문명, 날 것과 익힌 것 같은 일련의 개념적 대립쌍으로 구조화되어 있다고 본다.

오만과 편견에 휘둘리는 사랑은 지혜롭지 못한 사랑이다. 타자 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결여된 자기중심적인 사랑은 정말 세상에서 제일 아끼는 이를 고통의 수렁으로, 심지어는 죽음의 늪으로 몰아넣곤 한다. 생후 8개월부터 네 살 반이 될 때까지, 리아는 총 열입곱 번 입원했다. 4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처방은 스물세 번이나 바뀌었다. 의사들의 노력과 헌신 혹은 연민이 부족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 리아의 가족들이 처방된 약을 제대로 투약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의사들은 그렇다고 굳게 믿었다. 약을 제대로 먹이지 않는 리아네 부모가 아동학대 수준이라고 보고 위탁보호 조치에 앞장섰다. 한편 리아 가족들은 리아에게 나타나는 여러 부작용을 보며 의사들과 약물을 불신했다. 위탁가정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온 리아는 세 번의 굿에도 불구하고 병세는 계속 악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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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역사
제임스 수즈먼 지음, 박한선.김병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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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의 문명 수레를 굴리는 두 바퀴가 있다. 바로 노동과 여가다. 주당 40시간의 노동과 잠깐의 휴식이 현대인이 일주일을 쓰는 주요 방식이다. 노동의 의미를 보다 깊이 알려면 여가의 역할과 가치에 대해서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영국의 사회인류학자 제임스 수즈먼은 사회인류학적 관점에서 노동과 여가의 역사를 고찰한다. 가령 석기 시대 수렵채집인의 원초적인 노동과 여가, 농업혁명을 달성한 고대 농부의 노동과 여가, 그리고 네 차례의 산업혁명을 거친 현대인의 노동과 여가가 비교된다. 

그동안 일과 밥벌이에 대해 가장 많이 토를 단 것은 경제학자들이었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일을 "인간의 필요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소모하는 시간과 노력"이라고 정의하는데, 이런 정의는 두 가지 문제를 놓치고 있다. 하나는 일과 여가를 구분하는 유일한 차이가 '맥락'에 달려 있거나 보수를 주느냐 받느냐에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필요'의 범위와 모호성 문제인데, 식량, 물, 공기, 온기, 친교, 안전 같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소모하는 에너지를 제하면 보편적인 필요로 간주될 만한 다른 어떤 것이 거의 없다는 것과, 필요는 흔히 '욕구'와 서로 구별하기 힘들게 뒤섞인 애매어라는 점이다. 

전통적 경제학의 '일=밥벌이'라는 협소한 정의 대신에, 저자는 사회인류학적 관점에서 일의 보편적 정의를 "어떤 목표와 결말을 달성하기 위한 과제에 에너지와 노력을 의도적으로 소모하는" 것으로 넓힌다. 사회인류학자는 일과 인간의 관계사에서 꽈배기처럼 서로 교차하는 두 가지 길을 고려한다. 하나는 "인간이 에너지와 갖는 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인류의 진화와 문화가 가려는 방향"이다. 두 길의 교차점은 불의 활용, 농경의 보급, 도시의 탄생, 굴뚝 공장의 출현이다. 이 네 가지에 새로운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인공지능(AI)'이 될 것이다.

정말 세상이 확 달라졌다. 평균 수명은 길어졌지만, 인공지능과 자동화 같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고용 안정성은 대폭 떨어졌다. '평생직장'이란 말은 쏙 들어가고, 대신에 직업이 서너 가지가 넘는 'N잡러'와 본캐와는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내세우는 '부캐'라는 말이 성행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020년 '일자리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향후 25년간 8.5천만 개의 일자리가 자동화로 대체되고, 9.7천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이 소식이 장미빛이 아닌 게 문제다. 직업 수는 늘지만 대우는 박해지고 경쟁은 한없이 치열해져, 번아웃증후군, 공황장애, 성인 주의력결핍증 등 현대인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목록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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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한국사능력검정시험(한능검) 시대별 기출문제집 심화(1급.2급.3급) - 최신 기출 트렌드에 맞는 문제만 PICK!ㅣ모바일 기출문제집+성적 분석 서비스+전 회차 무료 기출 해설강의ㅣ폰 안에 쏙! 혼동 포인트 30+기출 사료 모음집(PDF) 제공
해커스 한국사연구소 지음 / 챔프스터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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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에 역사책을 펼치면 특별한 감수성이 샘솟는다. 다만 펼친 책이 우리나라 통사가 아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기출 문제집이지만, 시대별에 따른 분류라서 그런지 우리 민족사의 핵심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복습하는 효과가 있다. 맘에 든다. 해커스 한국사연구소에서 펴낸 시대별 기출문제를 풀어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사 흐름은 물론 전반적인 출제 경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선사시대, 고대, 고려 시대, 조선 시대, 근대, 일제 강점기, 현대, 통합 주제의 순이다. 통합 주제는 지역사, 문화유산, 세시 풍속을 다룬다.

최신 기출 트렌드에 따라 총 500 개의 문제를 골랐는데, 기출문제 바로 옆에 맑은 거울처럼 풀이와 개념정리까지 나와있어 실력 검증과 복습을 동시에 다잡게 해준다. 한 페이지당 네 문제가 나오고, 바로 옆에 정답 개념과 오답 개념까지 모두 잡을 수 있는 상세한 해설이 딸려 있다. 

시대별 출제 비율을 보면, 조선 시대(21%), 근대와 일제강점기(각 16%), 고대와 고려 시대(각 14%), 현대(10%), 선사 시대(5%), 통합 주제(4%)의 순이다. '주제별 기출 트렌드'로 이론 학습의 주안점을 파악할 수 있고, 각 시대의 핵심 내용을 요약한 시대별 '최종 암기 점검'으로 결전 당일의 최종 점검이 용이하다. 가령 지역사의 경우, 기출 트렌드 항목은 "충주, 부산, 독도가 빈출 포인트이니 해당 지역의 역사적 사실은 꼭 기억"해두라고 당부하고, 최종 암기 점검 항목은 충주, 부산, 독도는 물론 평양, 원산, 개성, 서울, 인천, 공주, 청주, 강화도, 진도, 거문도, 완도, 거제도 등을 아우른다. 개인적으로 지역사 항목에 관심이 많은데, 왕들의 정책 이야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지역과 환경의 이슈까지 포함하기에 그러하다. 또한 책은 수험생을 위해 '14일 학습 플랜'과 '7일 학습 플랜' 두 시간표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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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바우만 - 유동하는 삶을 헤쳐나간 영혼
이자벨라 바그너 지음, 김정아 옮김 / 북스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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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는 계몽주의의 후예들이다. 계몽이성과 휴머니즘은 좌파의 몸에 새겨진 두 가지 근본 타투다. 우리에게 '액체 근대' 혹은 '유동하는 근대'로 잘 알려진, 폴란드의 유대인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서구 좌파 진영을 대표하는 유명한 대중지식인이다. 세계적인 지식인 바우만의 몸에도 이 두 가지 타투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액체 현대』나 『리퀴드 러브』란 책으로 바우만의 담론을 처음 접한 독자라면, 그의 핵심 담론이 현대성, 포스트모던 윤리, 세계화, 소비주의, 구성주의 등과 맞닿아 있다고 보지, 마르크스 이론이나 역사유물론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1970년대 영국 리즈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부임하기 전까지, 바우만의 원초적인 사상적 토대는 공산주의였다. 

평전의 저자 이자벨라 바그너는 바우만의 주요 활동기를 크게 '폴란드 시기', '영국 시기', '국제 시기' 세 흐름으로 나눈다. 먼저 폴란드 시기는 명실상부 공산주의 운동가로 활약한 시기였다. 바우만은 정치 장교로 복무하며, 공산주의 정당의 첩보 요원으로도 일했다. 전쟁과 군대를 치열하게 경험한 바우만의 청년기를 떠올리면, 영화 「피아니스트」 같은 유대계 폴란드인의 홀로코스트 관련 영화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같은 긴장감 넘치는 첩보물이 오버랩된다. 폴란드 공산당이 주도한 극렬한 반유대 캠페인으로 인해 바르샤바대학 교수직을 박탈당하기 전까지 바우만은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로 활동했다. 바우만은 자신의 대학원 은사로 역사유물론을 강의한 율리안 호흐펠트와 사회학 세미나로 유명한 스타니스아프 오소프스키를 언급한 바 있다. 율리안 호흐펠트는 사회주의적 인본주의 원칙을 강조하고, 교조적인 스탈린주의와는 거리를 둔 수정주의 진영의 거두였다. 

1960년대 후반, 바우만은 조국 폴란드를 떠나 잠시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당시 이스라엘 사회학계의 보스는 이스라엘 최고 명문인 히브리대학교의 사회학과 학과장인 슈무엘 아이젠슈타트였다. 한국인에게 아이젠슈타트는 매우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의 스승이 바로 그 유명한 마르틴 부버다. 문제는 바우만이 강조하는 인본주의 사회학과 아이젠슈타트의 구조 기능주의 접근법이 서로 양립하기 어려웠다는 데 있다. 물론 두 사람은 성격도 연구 스타일도 많이 달랐다. 

한편, 영국 시기(1968~2000)는 1971년 영국 리즈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부임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던 시기다. 바우만이 지도한 박사반 학생인 키스 테스터의 회고담이 흥미로웠다. 테스터는 박사 과정을 끝낸 뒤에도 지도교수인 바우만과 가까이 지냈고, 친구이자 공동 연구자가 되었다. 저자는 "두 사람의 관계는 경력 동조가 일어나는 3단계 모형인 일치-융합-상징적 공동 연구에 꼭 들어맞았다"고 평한다. 참고로 테스터는 2004년에 『지그문트 바우만의 사회 사상』을 출간한다. 

1989년 이후, 바우만은 리즈대학에서 은퇴한 뒤 폴리티 출판사에서 본격적으로 근대성과 탈근대성에 관한 일련의 대표작들을 출간한다. 가령 『입법자와 해석자』(1989), 『현대성과 홀로코스트』 (1989), 『근대성과 양가감정』(1993)등이 있고, ‘액체’와 '유동'의 은유를 통해 현대 서구 사회의 불확실성과 현대인들의 불안과 공포로 점철된 삶을 깊이 통찰한 『액체현대』(2000)는 바우만을 세계적인 지식인이자 포스트모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거듭나게 한다.

국제 시기(2000~2017)는 세계적인 사상가로 우뚝 선 바우만의 노년기로,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 해마다 책을 적어도 한 권을 출간하는데, "내용은 소비주의, 세계화, 근대성, 탈근대성, 두려움, 사랑, 혐오, 반유대주의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끈 사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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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다리기 신나는 새싹 182
조시온 지음, 지우 그림 / 씨드북(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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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대항 축구 시합이 펼쳐지면 승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이기면 환호성과 웃음이 파도처럼 넘실대고, 지면 교실이 온통 울음바다가 되곤 했다. 무엇이 그리 분하고 속상했는지, 옷소매가 축축히 젖을 정도로 펑펑 울게 된다. 그런데 다 같은 시합이지만,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싸우는 운동회에서 정작 우리 팀이 졌다고 운 적은 없었다. 뭐랄까, 운동회는 시합이라기보다는 축제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런 운동회의 화룡점정은 뭐니뭐니해도 줄다리기다. 개인적으로 이어달리기와 기마전이 가장 심장이 쫄깃해지는 종목이었지만, 가장 고되고 가끔가다 부상자가 나오곤 하는 시합은 줄다리기였다.

대중동원의 힘겨루기로는 스케일이 가장 크고, 그만큼 힘들고 고된 시합이 줄다리기다. 오죽하면 월드 드라마 '오징어게임'에도 등장했겠는가. 줄다리기는 힘보다 기술이 중요하다. 정확히 말하면, 배꼽이 하늘을 보는 누운 자세, 선수들 머리가 하나로 정열된 상태가 중요하다. 발의 버팀대가 되어줄 땅 파기도 기본이다. 줄다리기는 마찰력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줄다리기를 시작하자마자 몸을 뒤로 젖혀 무게 중심을 낮추면 작은 힘으로도 버틸 수 있다. 이게 줄다리기에 숨은 과학이다. 우리 땐 청군과 백군이 싸웠는데, 여기선 '최강 청군'과 '무적 홍군'이 대결을 펼친다. 

독후활동지가 별책부록인 점이 맘에 든다. 여러가지 독후 질문들이 이어진다. 이를테면, 줄다리기 경기 중에 벌이 나타나는데, 나라면 어떻게 할까?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무엇인가?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어떤 인물에게 가장 눈길이 가는가? 청군에 힘세고 몸집이 큰 학생들이 많은데도 경기에서 진 이유는 무엇일까? 반면 홍군이 승리한 비결은 무엇일까? 줄다리기 응원 구호로는 어떤 게 좋을까? 내가 듣고 싶은 응원의 말은 어떤 것이 있나? 줄다리기 경기를 할 때 어느 모둠에 들어가고 싶은가, 팔씨름을 이긴 학생들로 구성된 모둠 아님 몸무게가 무거운 학생들로 구성된 모둠? 학교에서 어떤 모듬원과 함께하고 싶은가, 똑똑하며 자기 주장이 강한 친구인가 아님 상대방을 배려하는 친구인가? 자, 아이의 답변을 들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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