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빛 모든요일그림책 5
강경수 지음 / 모든요일그림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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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반댓말은 무관심이다. 무관심과 냉소 그리고 혐오는 세상의 빛을 어둡게 하는 새까만 먹구름이다. 다행히도 세상이 암담할 때 스스로 빛이 되어준 인물들이 있다. 마치 활활 불타는 햇불처럼 말이다. 최제우나 최시형 같은 동학의 성인들이나 충무공 이순신과 안중근 의사처럼 역사 교과서나 위인전에 나오는 민족 영웅들이 그러한 어둠을 밝히는 빛과 같은 존재들이다. 이런 대단한 성인들과 영웅들은 책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그런데 평범한 장삼이사도 충분히 빛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우리가 평범한 일상에서 타인을 위해 마음을 쓰고 기꺼이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 우리 얼굴에는 빛이 꽃처럼 환하게 피어오른다.

강경수의 그림책 『당신의 빛』(모든요일그림책, 2022)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선한 마음을 ‘후광’으로 나타낸다. 선한 마음을 담아 실천한 자그마한 행동이 빛을 끊임없이 발하는 원동력이다. 학창시절 선생님의 말씀이 훗날 인생에 숙성된 맛을 더하는 효모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림책의 주인공 역시 그러했다. 

담임은 중세 종교 미술의 특징 중 하나인 후광을 설명하면서 성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선한 마음의 소유자이고 서로 돕고 사랑한다면 누구나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친절을 보여준 빛나는 인물들로 소방관과 구급대원, 무료 급식소를 연 아저씨, 연탄 배달을 돕는 자원봉사자들, 죽은 다람쥐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 준 반 친구 등이 등장한다. 담임의 말을 가슴에 품은 주인공은 약자를 위한 관심과 배려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실천한다.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할머니를 돕는 주인공의 머리 위로 훤한 빛이 드리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어린 독자들의 마음에 단단히 자리잡은 선한 마음의 씨앗이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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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태도 - 15년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운 삶의 의미
박지현 지음 / 메이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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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세상에 대한 친절한 시선,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향한 예의바른 소소한 배려, 그게 바로 '참 괜찮은 태도'다. 인간은 짐승과 성인 두 극단에서 줄타기하는 광대 노릇과 흡사하다고 본 철학자도 있었는데, 인간은 금수가 되어서도 안 되고 굳이 성인이 될 필요도 없다. 그저 인간다우면 족하다. 신문에 대서특필될 만큼 남을 위해 적극 헌신하거나 해마다 열혈 봉사하는 기부천사나 보살 같은 분들도 계시지만 그런 높은 이상이 목표가 되어선 곤란하다. 오히려 날마다 마주치는 이들에게 사소한 친절과 밝은 미소를 베푸는 '봄날의 햇살' 같은 이들이 더욱 많아져야 살 맛 나는 세상이 된다. 가령 헌혈이 습관인 사람들을 떠올려보라. 바로 그런 게 '참 괜찮은 태도'다. 

헌혈을 안한 지 15년이 넘었다. 그리고 혈액 재고가 거의 바닥이라는 뉴스를 접할 때가 있었다. 그때 부끄러웠다. 삶에 지칠수록 헌혈과 같은 작은 배려와 친절을 등한시하게 된 것이 아닐까 반성해본다. 더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최강 면역력을 누구나 갈구하는 요즘, 헌혈하면 오히려 피가 맑아지고 몸이 건강해진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그다지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것 같다. 헌혈 우대 대상이 학생과 군인처럼 건장한 청년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머리가 희끗해진 나는 국가나 적십자사의 우선적인 대상은 아닐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제 피를 금쪽처럼 아끼기 마련이다. 건강검진 때마다 뭔 피를 그리 많이 뽑냐며 투덜대는 어르신들이 헌혈을 할리 만무하다. 헌혈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나 에이즈 같은 감염 문제가 아닐까 싶다. 병이 옮을까 무서워서 헌혈을 꺼리는 분들이 아마도 가장 많을 것이다.

저자 박지현은 KBS 「다큐멘터리 3일」의 원년 멤버다. 「다큐멘터리 3일」(2007~2022)은 특정 공간에서 72시간 동안 벌어지는 상황과 사람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관찰 기록한 방송 프로다. 저자는 2007녕부터 12년 동안 VJ로 활동하며, "교도소와 고물상, 노량진 고시원, 소록도, 조선소, 해병대, 시골 분교의 입학식, 알래스카의 한인타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실, 청와대, 인천 공항 관제탑, 올림픽 개·페막식 현장 등"을 취재할 수 있었다. 길 위에서 만난 정말 다양한 분들의 삶을 밀착 취재하면서, 덕분에 삶의 중심을 다잡는 실용적인 지혜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굳건한 용기를 배울 수 있었다. 

2008년 저자는 서울에서 가장 많이 헌혈을 한다는 '구로 헌혈의 집'을 취재한다. 그러면서 세상에는 다정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소소한 각성을 하게 된다. 헌혈은 뭔가 거창하면서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하는 그런 게 아니다. 소소한 친절과 감사하는 마음이 자신과 주변 세계를 보다 밝게 만든다. 

"힘들게 노력해서 목표를 이루었지만 그 후의 공허함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는 큰 목표를 세우고 살아가는 것만큼 소소한 취향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성공을 이루는 것만큼 그 기쁨을 같이 누릴 주변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무엇인가를 해내고 이뤄 갈 때 같이 기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깊은 감사를 느끼곤 합니다."(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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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궁그미를 위한 물리 열두 살 궁그미를 위한 과학 시리즈 1
로라 베이커 지음, 알렉스 포스터 그림, 권영균 옮김 / 니케주니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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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궁그미가 물었다. "달이 사라지면 어떻게 돼요?" 내 머릿속엔 먼저 '조석 간만의 차'라는 기본 지식이 떠올랐다. 달이 사라지면 밀물과 썰물이 없으니 바다의 파도가 일지 않으리라는 것, 서핑을 할 수 없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자기 손가락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밤이 온통 칠흙같이 어두울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한달간 초승달에서 보름달, 다시 하현달로 변하는 아름다운 달빛 축제도 영영 볼 수가 없게 되고, 둥근 보름달과 풍성한 먹거리가 함께하는 민족 대명절 한가위도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정도가 내가 말해줄 수 있는 답이었다. 정작 가장 중요한 답은 한참 뒤에야 떠올랐다. 바로 인류의 멸망이다. 공룡 대멸망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인류 대멸망이야말로 바로 달이 사라져 인류가 치루는 가장 큰 재난이 아닐까 싶다. 

혹자는 달이 없어지면 지구 자전축이 불확실해져 극심한 기후변화가 도래하고, 갯벌이 사라지고, 해양 생태계가 붕괴되고, 야행성 동물들도 먹이를 찾을 길이 없어 멸종할 수 있다고 한다. 소행성 격돌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심지어 지구의 자전이 아예 멈출 지도 모른다고 한다. 역시나 달의 부재는 곧 지구의 괴멸이다.

아이가 과학자가 되길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물리와 화학, 지구과학 같은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지적 호기심이 강하고 관찰력과 논리력이 나름 좋다는 얘기이므로 꽤나 기분 좋은 일이다. 과학자처럼 생각하려면 혹은 물리학자처럼 생각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책은 '모든 것에 질문 던지기, 실험하기, 기록하기, 질문을 멈추지 않기'를 요건으로 꼽는다. 

이 책은 초등 고학년 궁그미들이 관심 가질 만한 물리학 분야(동역학, 에너지와 전자, 광학, 음향학, 천체 물리학, 응용 물리학)의 핵심 주제를 백과사전식으로 다루고 있다. 힘, 마찰력, 중력, 전기, 빛, 소리, 빅뱅, 달, 우주, 공학, 첨단 기술 등과 관련된 과학 개념들을 초등 수준의 눈높이에 맞추어 정리하고 있다. 그림과 도표 등을 활용한 깔끔한 구성이 맘에 든다. 중학생이 되어도 기초 과학 교재로 활용이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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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꾸러기 삼각형 I LOVE 그림책
마릴린 번스 지음, 고든 실베리아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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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형에 꽂히면 모든 사물이 도형의 화신처럼 보인다. 특히 화장실과 목욕탕에 있을 때면 눈에 밟히는 게 바로 도형이다.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육각형 등 유난히 자잘한 도형들이 대군처럼 정렬해있는 도형의 천국이 바로 그러한 공간들이다. 호기심 어린 눈은 사물에서 도형을 찾아보고 남다른 특징을 이야기한다. 미국에서 수학교육 전문가로 활동하는 마릴린 번스의 그림책『욕심꾸러기 삼각형』(보물창고, 2022)은 삼각형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도형의 눈으로 본 흥미로운 사물 이야기를 들려주고, 도형의 기능적인 쓸모와 쓰임새에 주목하게 만든다. 

영화 「전우치」에 이런 유명한 대사가 있다. "도사는 무엇이냐. 바람을 다스리고, 마른 하늘에 비를 내리게 하고, 땅을 접어 달리며, 날카로운 칼을 바람처럼 휘둘러 천하를 가르고… " 어라, 주인공 삼각형도 도사 전우치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세모는 무엇이냐. 트라이앵글이 되어 노래를 하고, 배의 돛이 되어 바람을 모으고,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이 되거나 상큼한 샌드위치 반 조각이 되기도…. 물론 그중에서도 개구진 삼각형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사람들이 손바닥을 엉덩이에 척 갖다 댈 때마다 그 안으로 쏙 들어가 자리를 잡는 일이다. 

하지만 삼각형은 늘 똑같은 모양으로 똑같은 일만 하는 것이 지루해져서 변신 마법사를 찾아간다. 그리고 마법사를 찾을 때마다 각 하나와 변 하나를 추가 주문한다. 그렇게 사각형, 오각형, 육각형이 되고, 변과 각이 늘어날수록 원의 형태에 가까워진다. 마법사의 도움으로 사각형이 되자 바둑판, 장기판, 텔레비전, 극장 화면, 창틀 등으로 활약하고, 오각형이 되자 야구장 홈베이스, 축구공 조각, 별 가운데 모양, 미국 국방부 건물 모양 등으로 제 역할을 해낸다. 육각형이 되어 거실 바닥 타일, 크래커, 볼트, 꿀벌집 등으로도 열심히 일하곤 한다. 

끝도 없이 욕심을 부려 점차 원이 되어가던 주인공은 다시금 옛날의 삼각형으로 되돌아가고 싶어진다. 원의 쓸모와 쓰임새에 금방 싫증이 난 것일까, 아님 뭔가 남다른 각성을 하게 된 것일까. 삼각형은 자기 본분과 역할을 다하려면 자기가 가장 잘 하는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지 않았을까 싶다. "세모란 무엇이냐. 돛이 되어 바람을 모으고, 팬티가 되어 소중이를 보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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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의 나라 - 문화의 경계에 놓인 한 아이에 관한 기록
앤 패디먼 지음, 이한중 옮김 / 반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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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학의 범주 가운데 '날 것'과 '익힌 것'이 있다. 내가 앤 패디먼의 《리아의 나라》(반비, 2022)를 읽으면서 줄곧 뇌리에 떠오른 문화인류학적 개념이 바로 '날 것'과 '익힌 것'의 구조적 대립이다. 리아 리는 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 온 라오스 몽족 출신의 난민 아이다. 안타깝게도 리아는 생후 3개월에 심한 경직을 동반한 발작을 일으키는데, 미국 캘리포니아 병원 의사들은 가장 흔한 신경질환 중 하나인 '뇌전증' 진단을 내리지만, 몽족 출신의 부모인 나오 카오 리와 푸아 양은 오히려 딸이 샤먼이 될 수 있는 심신 조건인 '영혼에게 붙들려 쓰러진 병', 즉 우리식으로 치면 일종의 '무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 

리아를 둘러싼 의료분쟁의 배후에 뿌리깊은 문화적 장벽 혹은 신화적 장벽이 도사리고 있다. 병원에 몽족 언어를 구사하는 전문 통역자의 결여로, 의사와 환자 가족 사이에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문제도 적지 않았지만, 서구식 병원의 치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불신하는 몽족 부모와 환자 가족을 비협조적이라 여기고 몽족 신앙을 우매한 미신으로 간주하는 미국 의사들간의 보다 깊은 신화적 차원의 갈등이 존재했다. 

여기서 라오스 몽족의 무속 치료 문화는 '날 것'으로, 미국의 현대의료 시스템은 '익힌 것'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날 것과 익힌 것'은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신화학》이란 역작에서 내세운 개념적 대립쌍인데, 구조주의 인류학은 한 문화의 심층 신화는 음양, 남녀, 야생과 문명, 날 것과 익힌 것 같은 일련의 개념적 대립쌍으로 구조화되어 있다고 본다.

오만과 편견에 휘둘리는 사랑은 지혜롭지 못한 사랑이다. 타자 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결여된 자기중심적인 사랑은 정말 세상에서 제일 아끼는 이를 고통의 수렁으로, 심지어는 죽음의 늪으로 몰아넣곤 한다. 생후 8개월부터 네 살 반이 될 때까지, 리아는 총 열입곱 번 입원했다. 4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처방은 스물세 번이나 바뀌었다. 의사들의 노력과 헌신 혹은 연민이 부족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 리아의 가족들이 처방된 약을 제대로 투약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의사들은 그렇다고 굳게 믿었다. 약을 제대로 먹이지 않는 리아네 부모가 아동학대 수준이라고 보고 위탁보호 조치에 앞장섰다. 한편 리아 가족들은 리아에게 나타나는 여러 부작용을 보며 의사들과 약물을 불신했다. 위탁가정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온 리아는 세 번의 굿에도 불구하고 병세는 계속 악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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