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형에 꽂히면 모든 사물이 도형의 화신처럼 보인다. 특히 화장실과 목욕탕에 있을 때면 눈에 밟히는 게 바로 도형이다.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육각형 등 유난히 자잘한 도형들이 대군처럼 정렬해있는 도형의 천국이 바로 그러한 공간들이다. 호기심 어린 눈은 사물에서 도형을 찾아보고 남다른 특징을 이야기한다. 미국에서 수학교육 전문가로 활동하는 마릴린 번스의 그림책『욕심꾸러기 삼각형』(보물창고, 2022)은 삼각형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도형의 눈으로 본 흥미로운 사물 이야기를 들려주고, 도형의 기능적인 쓸모와 쓰임새에 주목하게 만든다.
영화 「전우치」에 이런 유명한 대사가 있다. "도사는 무엇이냐. 바람을 다스리고, 마른 하늘에 비를 내리게 하고, 땅을 접어 달리며, 날카로운 칼을 바람처럼 휘둘러 천하를 가르고… " 어라, 주인공 삼각형도 도사 전우치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세모는 무엇이냐. 트라이앵글이 되어 노래를 하고, 배의 돛이 되어 바람을 모으고,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이 되거나 상큼한 샌드위치 반 조각이 되기도…. 물론 그중에서도 개구진 삼각형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사람들이 손바닥을 엉덩이에 척 갖다 댈 때마다 그 안으로 쏙 들어가 자리를 잡는 일이다.
하지만 삼각형은 늘 똑같은 모양으로 똑같은 일만 하는 것이 지루해져서 변신 마법사를 찾아간다. 그리고 마법사를 찾을 때마다 각 하나와 변 하나를 추가 주문한다. 그렇게 사각형, 오각형, 육각형이 되고, 변과 각이 늘어날수록 원의 형태에 가까워진다. 마법사의 도움으로 사각형이 되자 바둑판, 장기판, 텔레비전, 극장 화면, 창틀 등으로 활약하고, 오각형이 되자 야구장 홈베이스, 축구공 조각, 별 가운데 모양, 미국 국방부 건물 모양 등으로 제 역할을 해낸다. 육각형이 되어 거실 바닥 타일, 크래커, 볼트, 꿀벌집 등으로도 열심히 일하곤 한다.
끝도 없이 욕심을 부려 점차 원이 되어가던 주인공은 다시금 옛날의 삼각형으로 되돌아가고 싶어진다. 원의 쓸모와 쓰임새에 금방 싫증이 난 것일까, 아님 뭔가 남다른 각성을 하게 된 것일까. 삼각형은 자기 본분과 역할을 다하려면 자기가 가장 잘 하는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지 않았을까 싶다. "세모란 무엇이냐. 돛이 되어 바람을 모으고, 팬티가 되어 소중이를 보호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