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반댓말은 무관심이다. 무관심과 냉소 그리고 혐오는 세상의 빛을 어둡게 하는 새까만 먹구름이다. 다행히도 세상이 암담할 때 스스로 빛이 되어준 인물들이 있다. 마치 활활 불타는 햇불처럼 말이다. 최제우나 최시형 같은 동학의 성인들이나 충무공 이순신과 안중근 의사처럼 역사 교과서나 위인전에 나오는 민족 영웅들이 그러한 어둠을 밝히는 빛과 같은 존재들이다. 이런 대단한 성인들과 영웅들은 책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그런데 평범한 장삼이사도 충분히 빛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우리가 평범한 일상에서 타인을 위해 마음을 쓰고 기꺼이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 우리 얼굴에는 빛이 꽃처럼 환하게 피어오른다.
강경수의 그림책 『당신의 빛』(모든요일그림책, 2022)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선한 마음을 ‘후광’으로 나타낸다. 선한 마음을 담아 실천한 자그마한 행동이 빛을 끊임없이 발하는 원동력이다. 학창시절 선생님의 말씀이 훗날 인생에 숙성된 맛을 더하는 효모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림책의 주인공 역시 그러했다.
담임은 중세 종교 미술의 특징 중 하나인 후광을 설명하면서 성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선한 마음의 소유자이고 서로 돕고 사랑한다면 누구나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친절을 보여준 빛나는 인물들로 소방관과 구급대원, 무료 급식소를 연 아저씨, 연탄 배달을 돕는 자원봉사자들, 죽은 다람쥐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 준 반 친구 등이 등장한다. 담임의 말을 가슴에 품은 주인공은 약자를 위한 관심과 배려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실천한다.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할머니를 돕는 주인공의 머리 위로 훤한 빛이 드리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어린 독자들의 마음에 단단히 자리잡은 선한 마음의 씨앗이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