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퍼맨의 열 번째 실수 I LOVE 스토리
제니퍼 촐덴코 지음, 김예원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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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안녕, 행크. 커다란 짐 하나를 내려놓아 정말 다행이야. 여동생 부와 함께 살 수 있게 되었으니깐. 그래도 여전히 무거운 짐 하나가 남았구나. 호적에서 파낼 수야 있겠지만 천륜이라 연을 완전히 끊을 수도 없고 말이야. 그래, 너를 강제로 소년 가장으로 만들어 버린 문제투성이인 네 엄마 게리 얘기야. 어린 너희 둘을 버리고 떠난 줄 알았지 뭐야. 헐, 알코올 중독은 개노답이다. 넌 분명 커서도 술은 한 모금도 안 마실 것 같아.

행크, 네 사연을 듣자마자 바로 한국 영화 「엄마 없는 하늘 아래」가 떠올랐어. 너랑 처지가 매우 비슷한 소년 가장의 이야기야.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가 사고로 머리를 다쳐 어쩔 수 없이 소년 가장이 된 주인공과 갓난아기 동생이 나오지. 당시엔 국민 영화였어. 주인공은 행크 너처럼 책임감이 강하고 어른스러워. 동생도 잘 보살피고 말이야. 동생을 업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너는 그래도 부를 친손녀처럼 여기는 루앤 할머니가 있어서 그런 수고를 덜 수 있었지. 생각해봐, 중학교까지 부를 데리고 다니며 수업받는 네 모습을 말이야. 정말 끔찍하지. 친구들 놀림은 또 어쩌고.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농구할 짬도 없었을걸.

아무튼 행크, 너의 용기는 대단해. 감탄했어. 열한 살인 네가 세 살짜리 여동생을 데리고 외할머니의 48년 지기 절친이던 루앤 할머니를 찾아 나선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였어. 덕분에 부는 어린이집에서 대소변을 제대로 가릴 수 있었고, 넌 '똥퍼맨'이란 꼬리표를 떼낼 수 있었지. 중학교 농구부에 들어가 '훕'이란 별명으로 불리고 여자친구 애나까지 만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자상한 레이 아저씨를 이웃으로 두고 말이야. 펄 아주머니, 루앤 할머니, 레이 아저씨 같은 사람들을 보면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그래서 행크 네가 루앤 할머니와 척을 지게 되었을 땐 속이 좀 상했단다. 루앤 할머니도 나름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으니 말이야. 감사하는 마음을 잊어선 안 돼, 행크.

행크, 네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날, 어쩌면 만년필을 선물로 받을 수 있어. '펠리칸'이라는 유명한 독일제 만년필이 있는데, 여기 로고가 정말 의미심장해. 어미 펠리칸이 제 가슴의 살을 뜯어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이야. 처음에는 새끼가 모두 네 마리였는데 두 마리로 됐다가 지금은 한 마리만 남았지. 너와 부를 생각하면 아기 펠리칸 두 마리인 것이 제격이겠다 싶어. 그런데 너도 알겠지만 제 새끼의 살을 뜯어먹고 사는 몹쓸 어미도 있지. 아, 내가 선물로 받은 첫 만년필은 파커였어. 클립의 화살 무늬가 유명하지. 두 번째 만년필은 입문용으로 유명한 라미 사파리였고. 너는 그림을 잘 그리니깐 만년필과 궁합이 아주 좋을 것 같아.

행크와 부의 '내일'을 미리 축복하고 싶은, 한국 아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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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리포트 - 인생 제2막을 위한 융 심리상담
대릴 샤프 지음, 정여울 옮김 / CRETA(크레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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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캐나다 출신의 융 심리학 권위자 대릴 샤프가 '소설'로 읽는 융 심리학 개론서를 펴냈다. 이 책 《서바이벌 리포트》(2026, 크레타)는 중년의 위기를 심하게 겪고 있는 가상의 내담자 '노먼'과 융 심리학 분석가 '나'를 등장시켜, 이들의 대화를 통해 분석심리학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덕분에 카를 융의 분석심리학 기법이 부부 문제, 우울증, 번아웃을 비롯한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지 파악할 수 있다. 가령 상담 과정에 '꿈 분석'과 그림 그리기, 글쓰기(일기 쓰기) 같은 '적극적 명상' 기법이 어찌 활용되는지 잘 보여준다. 책의 부제는 '인생 제2막을 위한 융 심리상담'이다. 참고로 문학평론가 정여울의 번역이기에 더욱 호감이 간다.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삼십대 후반의 노먼은 다국적 기업의 영업 관리자로, 현재 아내 낸시와 냉전 중이다. 자녀는 다섯 살 이안과 네 살 제니퍼가 있다. 노먼은 스스로를 헌신적인 가장으로 포장하지만, 말만 그렇지 바깥에선 바람을 피우느라 바쁘다. 아내를 사랑하고 의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즈니스 출장 중에 일탈의 모험을 즐기는 편이다. 기분이 꿀꿀해지면 자택 지하실에 내려가 홀로 대마초를 피우곤 한다. '제2의 사춘기'를 겪고 있다고 할까. 노먼은 안에서 철저히 무너졌다. "중년의 위기와 관련된 모든 증상이 보인다. 불안, 우울, 자기 연민과 죄책감. 그는 먹지도, 자지도 못한다. 그는 매사에 기운이 없고 깊은 혼란에 빠져 있다."

낸시는 노먼과 2년 전부터 섹스리스 부부처럼 지낸다. 남편과의 잠자리에 흥미를 잃은 것이다. 하지만 낸시에게는 상간남이 있으며, 남편은 이 사실을 모른다고 믿는다. 낸시는 직접 등장하지는 않고 오직 노먼의 이야기를 통해서 재현될 뿐인데 심리치료에선 오히려 이런 재현 자체가 중요하다. 한편, 분석가 '나'는 15년 경력의 융 심리학 전문가인데, 자기 경험에 비추어 남들의 '행복한 결혼생활'에 꽤나 회의적인 편이다.

융은 인간의 인격 요소를 의식과 무의식으로 나누며,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가 '콤플렉스'라고 보았다. 꿈이나 병리적 징후 뒤에 콤플렉스가 있다는 얘기다. 무의식의 콤플렉스가 내 기억, 사고, 기분,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콤플렉스에 압도되거나 끌려다니는 상태가 바로 신경증이다. 우리는 의식적인 선택에 따라 행동할 때도 있지만, 무의식의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행동을 할 때도 있다. 연애나 결혼도 그러하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자연스럽게 어머니와 매우 닮았거나 정반대인 여성에게 끌린다. 노먼도 예외는 아니다.

콤플렉스에는 원형적 뿌리가 있다. 누구나 무의식에 아버지 콤플렉스나 어머니 콤플렉스가 있다. 가령 어머니 원형의 경우, 크게 긍정적인 어머니상과 부정적인 어머니상으로 구성된다. 긍정적인 어머니상이란 양육과 안전을 제공해 주는 보편적 어머니의 이미지를 말하고, 부정적인 어머니상이란 아이를 집어삼키는 소유욕의 어머니를 말한다. 노먼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어머니 콤플렉스와 깊은 관련이 있다.

융에 따르면 누구나 세 개의 얼굴(정체성)이 있다. 내가 나 자신을 인식하는 방식이자 남에게 보이는 얼굴인 '페르소나', 나 자신도 잘 모르는 어둠의 얼굴인 '그림자',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이성적 얼굴인 '아니마'와 '아니무스'다. 페르소나는 '본캐'가 아니라 사회적 가면이다. 가령 무인도의 로빈슨 크루소도 홀로 있지만 사회적 페르소나는 가지고 있다. 표류자가 아닌 '섬의 영주'로서 말이다.

노먼의 핵심 갈등은 페르소나와 그림자 사이의 갈등이다. 노먼의 페르소나는 '가정적인 남자'인데, 그림자는 도처에 정을 뿌리는 난봉꾼 '돈 주앙'이다. 한편, 노먼의 아니마는 분열된 상태다. 융에 따르면, 남성의 심리적 발달 과정에서 아니마는 이브, 헬레네, 마리아, 소피아 네 가지 단계를 거쳐 발달한다. 그런데 노먼의 아니마는 현재 이브와 헬레네 사이에 갇혀 있다. 아내 낸시를 볼 때 이브를 보고 다른 여성들에게 끌릴 때는 헬레네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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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의 몸과 마음 돌봄 매뉴얼 - 일러스트로 이해하는
Kei(케이) 외 지음, 이지호 옮김, 이나가와 도시미쓰 외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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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고령자 돌봄 문제로 고민하는 모든 가족에게 유익한 책이다. 고령자의 몸과 마음에 관해 상세한 일러스트로 노인의학의 기초 지식을 소개하고 있고, 여기에 일본의 주간보호와 재활 현장에서 터득한 돌봄 노하우까지 알려준다. 노인의학의 기본을 고령자의 몸, 움직임, 병과 약, 치매와 마음, 일상생활 등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는데, 가령 고령자의 몸을 예로 들면, 다시 '뼈와 관절, 근육, 뇌·신경계, 호흡기·순환기, 소화기, 면역, 비뇨기' 등 7가지 계통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부모님 모두 당뇨가 있어서 그런지 고령자의 혈압에 대한 내용에 눈길이 자주 간다. "고령자의 혈압은 작은 생활 움직임에도 쉽게 바뀐다"거나 "입욕, 배설, 기상 등 혈압이 바뀌기 쉬운 타이밍에 주의한다"라는 내용은 요즘 같은 겨울철에 고령자와 돌봄자가 각별히 주의해야 할 항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중식 식당에서 회식하던 어르신이 갑자기 쓰러진 모습을 본 적도 있고, 아파트 앞 동의 어르신이 욕실에서 쓰러졌다거나 식후에 의식을 잃었다는 비보를 접할 때도 있다. 복용하는 혈압약도 체크해야 한다. "강압제나 승압제 등 혈압을 조절하는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약의 효과가 너무 강해서 혈압이 급격하게 변동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생활의 질을 급격히 낮추는 질환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고령자의 낙상과 골절 위험을 빼놓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낙상 리스크는 노화에 따른 근력, 감각, 균형 능력 등의 저하가 근본 원인이지만, 약의 부작용으로 넘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고령자의 낙상 사고 중 절반가량은 집에서 일어나는데, 욕실·탈의실, 마당·주차장, 침대 주변의 순서로 자주 일어난다. 또한 자주 가는 슈퍼마켓이나 통원 치료를 받는 병원 등 익숙한 장소에서도 의외로 낙상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파킨슨병에 걸린 고령자를 가장 괴롭히는 문제도 역시 낙상이다. 파킨슨병에 걸린 사람은 일어설 때나 걷기 시작할 때, 방향을 전환할 때 넘어지는 일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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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이 나에게 - 좋은 연애 소설, 어쩌면 그것은 작은 구원이다 나에게
오정호 지음 / 몽스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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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좋아했거나 기억에 남는 연애소설이 있나요?" ……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황순원의 「소나기」, 『춘향전』, 김용의 『신조협려』, 아가서 크리스티의 끝없는 밤』, 시드니 셀던의 『내일이 오면』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런 소설 이전에 먼저 '갑돌이와 갑순이' 같은 노래나 소월의 '진달래꽃' 같은 시로 연애의 설렘과 시큰함을 맛본 적이 있다. 교양 PD 출신의 저자 오정호는 "연애는 사랑과는 꽤나 다르고, 연애 소설은 에로티카, 로맨스, 러브 스토리 그 이상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싶다"라며 "좋은 연애 소설, 어쩌면 그것은 작은 구원이다"라고 강조한다. 뭐, 연애 소설이 실전 매뉴얼로 활용되지는 못할 것 같으니 다분히 대리만족 아닐까 싶다. 요즘 인기 있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처럼 말이다.

누구나 사랑에 목말라 있다. 하지만 연애는 유럽 여행 준비처럼 그 과정이 귀찮고 번잡하다. 그래서 한국의 청춘 남녀 가운데 연애를 피하거나 포기하면서 '홀로움'을 견디는 쪽이 늘어나고 있다. 대신 반작용으로 드라마와 영화에선 달달한 로코와 멜로의 판타지가 넘쳐난다. 타임슬립에 영혼 체인지까지 하면서 말이다. 최근에 12부작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를 봤는데, 단숨에 6회까지 내달렸다. 자잘한 고민을 잠시 잊고, '사랑'과 '통역'의 의미에 대해 나름 궁리해 보면서, "격정, 집착, 슬픔, 죄의식, 갈망, 불안, 절망 그리고 알 수 없음" 같은 연애물의 느낌적인 느낌을 체감할 수 있었다. 매 회마다 여주의 미모와 남주의 목소리가 수려한 배경과 더불어 몽글몽글한 위안을 주니, 덕분에 세상은 참 아름답구나, 인생은 그래도 살아볼 만 하구나, 새삼 깨닫곤 한다.

저자는 연애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고 고백한다. 원래 쓰고자 한 주제는 '야한 소설'이었다고 하는데, 이건 솔직히 그쪽 방면의 덕후나 고수급이어야 잘 쓸 수 있는 난감한 주제다. 내가 보기엔 야한 소설도 연애 소설도 본인이 그리 많이 보진 못한 것 같다. 책의 차례를 보면, '파편, 소설, 테네레의 나무, 발견, 부름, 연애, 손, 살, 가죽, 향기, 침대, 온기, 방, 섹스, 좋아하다, "사랑해", 조건, 죄의식, 도망, 음모, 타나토스, 구원'이란 소제목이 붙어 있는데, 순문학과 문예비평 분위기가 물씬 난다. 아니나 다를까, 등장하는 작가들의 리스트를 보니 딱 그러하다.

"이디스 워튼, 모니카 마론, 필립 로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이언 매큐언, 줄리언 반스, 마르그리트 뒤라스, 아나이스 닌, 윌리엄 트레버, 존 파울즈, 앤드루 포터, 제임스 케인, 제임스 설터, 존 윌리엄스, 다니자키 준이치로, 박범신, 이혁진 그리고 정영수."(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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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예보 - 정신건강 위기의 시대, 아홉 명 전문의가 전하는 마음 사용법
윤홍균 외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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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기술문명이 발달할수록 마음 생태는 황폐화되는 경향이 있다. 인공지능과 소셜 미디어 기술이 발달할수록 현대인의 마음밭이 그만큼 황폐해진다. 상대적인 박탈감과 무감각으로 인해, 시기와 질투, 분노와 증오, 우울과 슬픔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가정과 거리에 범람한다. 좀비물이 대중적 인기를 끄는 것도 다 황량하기 그지 없는 현대인들의 허한 마음을 반영한다. 단언컨대, 지금은 정신건강 위기의 시대다. 국내 정신과 의사 아홉 명이 모여서 평범한 한국인을 위한 마음지침서를 펴냈다.

마음 건강도 트렌드가 있다. 윤홍균은 지금이 정서적 허기의 시대라고 진단한다. '자존감'과 '자기계발'을 지나서 지금은 '정서적 허기'가 마음 트렌드란다. "우리는 정서적인 거리 두기와 손절의 세상에 살고 있다." 정서적 허기란 "감정적으로는 공허함, 행동과학적 관점에서는 회피의 방어기제, 사회적으로는 혼자 있는 외로운 상태, 심리적으로는 애정 결핍과 무기력, 중독 행동이 혼재되어 있는 심리 증후군"이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 기술이 '연결된 외로움'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외로움을 만들었다. '군중 속의 고독'보다 더 불량한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늘 대화 중이지만, 공감 중은 아닌 상태. 정보는 넘쳐나는데, 마음을 나눌 사람은 없는 상태. 손가락은 바쁘지만, 가슴은 비어있는 상태. 이것이 현대인의 정서적 허기의 핵심인 외로움의 특징이다."(23쪽)

감정적으로 허기진 사람들이 거리에 좀비처럼 넘쳐난다. 정서적 허기에 빠진 사람은 중독으로 갈 것이냐 회복과 성장으로 갈 것이냐 갈림길에 선 상태다. 외로움과 정서적 허기는 뇌의 보상 중추 시스템, 다시 말해서 중독을 유발하는 도파민 시스템을 건드린다. 그래서 디지털 기기 중독, 쇼핑 중독, 탄수화물 중독은 물론 도박과 마약 중독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것이다. 정서적 허기는 종종 신체적 허기와 혼동된다. 정서적 허기와 배고픔 모두 시상하부, 편도체, 전전두엽 피질 등에서 느껴지기 때문에 두 가지를 구별해내기가 쉽지 않다. 먹방 콘텐츠의 범람이 이를 반증한다. 외로움은 옥시토신 결핍 외에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높이고, 세로토닌 감소, 염증 물질 생성, 교감 신경 항진 등 신체적 문제도 동반한다.

정서적 허기와 더불어 '가성 ADHD' 환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산만하고 충동적이며 집중력이 부족한 성인들이 너도나도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증세를 호소한다. ADHD의 주요 증세는 부주의와 과잉 행동, 충동성이다. 공존 질환이 많다는 것도 ADHD의 특징인데, 전두엽 조절 기능 저하로 알코올 의존, 약물 남용, 도박장애 등이 동반되기도 하고, 우울증과 조울증 같은 기분장애, 그리고 공황장애와 사회공포증 같은 불안장애도 흔하다. 문제는 겉보기에 ADHD 같은 '가성 ADHD'가 성인층에서 늘고 있는데, 이는 과잉 경쟁과 자기 착취의 시대가 낳은 정신병리적 부산물이다. 여기에 수험생들 사이에 ADH마음D 약물이 집중력을 높여 준다는 이유로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한 점도 가성 환자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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