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소설이 나에게 - 좋은 연애 소설, 어쩌면 그것은 작은 구원이다 나에게
오정호 지음 / 몽스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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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좋아했거나 기억에 남는 연애소설이 있나요?" ……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황순원의 「소나기」, 『춘향전』, 김용의 『신조협려』, 아가서 크리스티의 끝없는 밤』, 시드니 셀던의 『내일이 오면』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런 소설 이전에 먼저 '갑돌이와 갑순이' 같은 노래나 소월의 '진달래꽃' 같은 시로 연애의 설렘과 시큰함을 맛본 적이 있다. 교양 PD 출신의 저자 오정호는 "연애는 사랑과는 꽤나 다르고, 연애 소설은 에로티카, 로맨스, 러브 스토리 그 이상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싶다"라며 "좋은 연애 소설, 어쩌면 그것은 작은 구원이다"라고 강조한다. 뭐, 연애 소설이 실전 매뉴얼로 활용되지는 못할 것 같으니 다분히 대리만족 아닐까 싶다. 요즘 인기 있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처럼 말이다.

누구나 사랑에 목말라 있다. 하지만 연애는 유럽 여행 준비처럼 그 과정이 귀찮고 번잡하다. 그래서 한국의 청춘 남녀 가운데 연애를 피하거나 포기하면서 '홀로움'을 견디는 쪽이 늘어나고 있다. 대신 반작용으로 드라마와 영화에선 달달한 로코와 멜로의 판타지가 넘쳐난다. 타임슬립에 영혼 체인지까지 하면서 말이다. 최근에 12부작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를 봤는데, 단숨에 6회까지 내달렸다. 자잘한 고민을 잠시 잊고, '사랑'과 '통역'의 의미에 대해 나름 궁리해 보면서, "격정, 집착, 슬픔, 죄의식, 갈망, 불안, 절망 그리고 알 수 없음" 같은 연애물의 느낌적인 느낌을 체감할 수 있었다. 매 회마다 여주의 미모와 남주의 목소리가 수려한 배경과 더불어 몽글몽글한 위안을 주니, 덕분에 세상은 참 아름답구나, 인생은 그래도 살아볼 만 하구나, 새삼 깨닫곤 한다.

저자는 연애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고 고백한다. 원래 쓰고자 한 주제는 '야한 소설'이었다고 하는데, 이건 솔직히 그쪽 방면의 덕후나 고수급이어야 잘 쓸 수 있는 난감한 주제다. 내가 보기엔 야한 소설도 연애 소설도 본인이 그리 많이 보진 못한 것 같다. 책의 차례를 보면, '파편, 소설, 테네레의 나무, 발견, 부름, 연애, 손, 살, 가죽, 향기, 침대, 온기, 방, 섹스, 좋아하다, "사랑해", 조건, 죄의식, 도망, 음모, 타나토스, 구원'이란 소제목이 붙어 있는데, 순문학과 문예비평 분위기가 물씬 난다. 아니나 다를까, 등장하는 작가들의 리스트를 보니 딱 그러하다.

"이디스 워튼, 모니카 마론, 필립 로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이언 매큐언, 줄리언 반스, 마르그리트 뒤라스, 아나이스 닌, 윌리엄 트레버, 존 파울즈, 앤드루 포터, 제임스 케인, 제임스 설터, 존 윌리엄스, 다니자키 준이치로, 박범신, 이혁진 그리고 정영수."(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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