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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예보 - 정신건강 위기의 시대, 아홉 명 전문의가 전하는 마음 사용법
윤홍균 외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1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기술문명이 발달할수록 마음 생태는 황폐화되는 경향이 있다. 인공지능과 소셜 미디어 기술이 발달할수록 현대인의 마음밭이 그만큼 황폐해진다. 상대적인 박탈감과 무감각으로 인해, 시기와 질투, 분노와 증오, 우울과 슬픔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가정과 거리에 범람한다. 좀비물이 대중적 인기를 끄는 것도 다 황량하기 그지 없는 현대인들의 허한 마음을 반영한다. 단언컨대, 지금은 정신건강 위기의 시대다. 국내 정신과 의사 아홉 명이 모여서 평범한 한국인을 위한 마음지침서를 펴냈다.
마음 건강도 트렌드가 있다. 윤홍균은 지금이 정서적 허기의 시대라고 진단한다. '자존감'과 '자기계발'을 지나서 지금은 '정서적 허기'가 마음 트렌드란다. "우리는 정서적인 거리 두기와 손절의 세상에 살고 있다." 정서적 허기란 "감정적으로는 공허함, 행동과학적 관점에서는 회피의 방어기제, 사회적으로는 혼자 있는 외로운 상태, 심리적으로는 애정 결핍과 무기력, 중독 행동이 혼재되어 있는 심리 증후군"이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 기술이 '연결된 외로움'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외로움을 만들었다. '군중 속의 고독'보다 더 불량한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늘 대화 중이지만, 공감 중은 아닌 상태. 정보는 넘쳐나는데, 마음을 나눌 사람은 없는 상태. 손가락은 바쁘지만, 가슴은 비어있는 상태. 이것이 현대인의 정서적 허기의 핵심인 외로움의 특징이다."(23쪽)
감정적으로 허기진 사람들이 거리에 좀비처럼 넘쳐난다. 정서적 허기에 빠진 사람은 중독으로 갈 것이냐 회복과 성장으로 갈 것이냐 갈림길에 선 상태다. 외로움과 정서적 허기는 뇌의 보상 중추 시스템, 다시 말해서 중독을 유발하는 도파민 시스템을 건드린다. 그래서 디지털 기기 중독, 쇼핑 중독, 탄수화물 중독은 물론 도박과 마약 중독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것이다. 정서적 허기는 종종 신체적 허기와 혼동된다. 정서적 허기와 배고픔 모두 시상하부, 편도체, 전전두엽 피질 등에서 느껴지기 때문에 두 가지를 구별해내기가 쉽지 않다. 먹방 콘텐츠의 범람이 이를 반증한다. 외로움은 옥시토신 결핍 외에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높이고, 세로토닌 감소, 염증 물질 생성, 교감 신경 항진 등 신체적 문제도 동반한다.
정서적 허기와 더불어 '가성 ADHD' 환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산만하고 충동적이며 집중력이 부족한 성인들이 너도나도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증세를 호소한다. ADHD의 주요 증세는 부주의와 과잉 행동, 충동성이다. 공존 질환이 많다는 것도 ADHD의 특징인데, 전두엽 조절 기능 저하로 알코올 의존, 약물 남용, 도박장애 등이 동반되기도 하고, 우울증과 조울증 같은 기분장애, 그리고 공황장애와 사회공포증 같은 불안장애도 흔하다. 문제는 겉보기에 ADHD 같은 '가성 ADHD'가 성인층에서 늘고 있는데, 이는 과잉 경쟁과 자기 착취의 시대가 낳은 정신병리적 부산물이다. 여기에 수험생들 사이에 ADH마음D 약물이 집중력을 높여 준다는 이유로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한 점도 가성 환자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