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나이듦 (리커버) - 노화와 질병, 거스를 수 없다면 미리 준비하라
정희원 지음 / 두리반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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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한계수명은 120년 정도다. 사람들이 말하는 장수란 결국 이 한계수명까지 건강하게 살아가는 일이다. 그럴려면, 노화의 속도를 줄이고 노쇠를 방지하는 일이 급선무다. 노년내과 의사 정희원은 그걸 가리켜 '지속가능한 나이듦'이라고 부른다. 노화의 속도는 개인이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 일단 번뇌, 나쁜 식습관과 술담배, 활동감소, 복부비만과 대사이상, 만성염증, 수면장애, 스트레스 등과 같은 현대사회가 가속노화를 부르는 요인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 젊었을 때 이런 요인을 피하지 못하면, 나이들어서 이른바 '노쇠의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노쇠의 악순환이란 인지기능저하, 활력감소, 신체기능저하와 운동감소, 만성질병 악화, 만성염증 악화, 기분 악화와 우울, 영양 악화와 근육량 감소 등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심해지는 경우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나쁜 생활습관이 노화속도를 앞당겨 만성질병을 일으키고 노쇠에 따른 각종 기능저하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노쇠의 악순환을 깨는 방법, 즉 신체적 노쇠를 방어하는 방법이 바로 장수의 비결이다. 노쇠의 악순환을 반대로 돌려줄 수 있는 여러 요소가 있는데, 저자는 영양, 운동, 질병/약, 인지/기분, 사회 자원의 다섯 요소를 강조한다.

저자는 노인은 '나이를 많이 먹은 성인'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한다. 아이가 병들면 소아과 의사가 필요한 것처럼, 노인이 병들면 노인의학을 전공한 노년내과 의사가 필요한 법이다. 노인의 생리적 기질이 젊은 성인과는 무척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젊은이에게 건강 수명을 늘리는 노화지연의 으뜸 원리는 '절식'이지만, 노인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노인은 영양과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장수한다. 연구에 따르면, 노인의 경우엔 뚱뚱한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 또한, 근육량이 감소되고 근력이 떨어지는 근감소증의 핵심 기제가 동화저항 현상인데, 노인은 근육 합성을 위해 더 많은 단백질 섭취가 필수적이다. 노인은 근력 운동을 했을 때 근육이 불어나는 자극이 현저히 떨어지고, 근육을 불어나게 하려면 필수 아미노산들, 특히 류신이라는 아미노산이 많이 필요하다. 반대로 동화 저항이 없는 젊은 사람들은 근감소증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단백질을 많이 먹어봐야 별 이득이 없다.

한국인의 경우 노쇠의 분기점이 대략 76세나 77세라고 한다. 노인의 경우 개개인의 건강차가 있겠지만, 대략 70대 중후반부터 노쇠, 인지기능 저하, 다중이환, 근감소증 등 노년기에 주로 나타나는 질병에 시달리기 쉽다는 얘기다. 특히 노년기에는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하게 되는데, 이런 다약제 사용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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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비극 - 차라리 공감하지 마라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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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은 만고의 진리다. 다다익선보다도 한 수 위의 진리가 과유불급이랄까. 정치인이 툭하면 사용하는, 진선미와 버금가는 아름다운 말들이 있다. 공감, 연대, 소통, 대화, 정의, 공정 등이 그러한 아름다운 말들이다. 그런데 혹시 그거 아는가, 공감이 과하면 오히려 차별과 혐오, 증오에 불을 붙인다는 것을. 공감이 과하면 소통과 대화를 단절시킨다는 것을. 공감이 과하면 정의와 공정을 빌미로 광기어린 마녀사냥을 잔혹하게 벌인다는 것을.

미국 심리학자 폴 블룸, 독일의 인지과학자 프리츠 브라이트하우프트, 국내 진화생물학자 장대익 모두 공감의 이면과 그림자를 힘써 지적한 바 있다. 가령 자아상실, 흑백사고, 편 가르기, 증오와 혐오의 집단적 갈등이 바로 공감의 '배신'이자 '이면'이다. 나는 이들 덕분에 맹목적인 공감 예찬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혐오는 공감의 이면이다. 공감의 그림자, 공감의 두얼굴이 바로 혐오와 배제다.

지금 한국 정치판에선 증오와 혐오의 집단적 갈등이 유달리 심각하다. 한국사회의 병폐를 지적하는 데 그 누구보다 열심인 비판적 지식인 강준만은 누차 한국 정치판의 그런 한계와 폐해를 지적한 바 있다. 이번에도 신작 『공감의 비극』(인물가사상사, 2023)에서 편 가르기와 국민적 차원의 집단 패사움이 '선택적 과잉 공감'에서 기인한다고 예리하게 지적한다. 공감은 근력처럼 한계가 있다. 자기가 속한 내집단에 공감을 과하게 쓰면 다른 집단에 쓸 공감이 턱없이 부족해진다. 그래서 공감은 선택적 과잉 공감으로 빠지기 쉽다. 선택적 과잉 공감은 자기 성찰의 계기를 차단하면서 내로남불을 일삼게 하고, 맹목적인 흑백논리로 사상 무장을 한 뒤 적대 세력을 악마나 사탄의 무리로 몰아간다. 쉽게 말해서, 마녀사냥의 원동력이 바로 내집단에 대한 선택적 과잉공감과 외집단에 대한 선택적 과잉 혐오인 것이다.

나는 일부 유명 정치인들의 언행을 지켜보면서 이들의 노골적인 과잉공감의 제스처가 실은 사이비 광신도나 범죄자들의 전형적인 사고방식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부족정치 혹은 팬덤 정치에 유능한 정치인들은 선택적 과잉 공감을 연출하여 적대적인 타자를 향한 증오와 혐오의 파이를 크게 키운다. 흔히 '빠'로 지칭되는 팬덤이 시원하게 사이다를 들이킬 수 있도록 말이다. 일부 학자들은 선택적 과잉 공감에 브레이크를 거는 수단으로 공감의 질적 변화를 요구한다. 가령 장대익은 학자다운 순수한 열정을 품고서 정서적 공감을 넘어 역지사지와 같은 인지적 공감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땅의 정치인이 모두 인지행동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는 이상,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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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대처하는 법 - 불안장애 이해하고 극복하기
안드레아스 슈트뢸레.옌스 플라그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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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진화의 산물이다. 불안과 두려움은 인류의 유전자에 뿌리 깊이 박혀든 생존 기제다. 문제는 불안이 생활에 지장을 주고 생존 자체를 크게 위협할 때다. 즉 신경의학자와 심리학자가 말하는 이른바 '불안장애'의 경우다. 불안장애는 크게 공포증인 것과 공포증이 아닌 것으로 구분된다. 공포증의 경우는 거미, 개, 쥐 같은 특정 대상이나 고소공포증이나 광장공포증처럼 높은 곳이나 넓은 곳 등 특정 상황으로 말미암아 유발되는 유형이 있다. 반면에 비공포적인 불안장애는 트리거(방아쇠)가 되는 요인을 확인할 수 없거나 불분명할 때다. 가령 공황장애나 범불안장애 등이 그러하다.

독일의 불안장애 전문가 안드레아스 슈트뢸레와 옌스 플라그가 공저한 《불안에 대처하는 법》(나무생각, 2023)은 불안장애의 기제와 유형, 증상과 특징, 진단과 치료법에 대해 알려준다. 꽤 전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저자들은 불안장애가 '시스템적 질환'이라고 강조한다. 시스템적 질환은 "하나의 건강상의 문제가 다른 부위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이는 불안장애가 스트레스 반응성 정신 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료사는 불안장애에 시달리는 당사자의 이야기에 우선적으로 촛점을 맞추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불안장애 환자를 돕는 가족과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까지 염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이 다루는 불안장애의 유형은 공황장애와 광장공포증, 범불안장애, 사회공포증(대인공포증), 분리불안증, 특정공포증, 선택적 함구증 등이 있다. 이들 유형 분류는 두려움이나 공포를 유발하는 트리거와 관련이 깊다. 가령 사회공포증은 사회불안장애, 대인공포증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트리거는 모임, 회식, 강연, 면접, 외식 등 대중 앞이나 공공장소에 나서야 하는 상황들이다. 증상은 갑작스레 얼굴이 붉어지는 홍조 현상이나 신경과민 증상이 나타나며, 종종 수면장애나 위장장애를 겪거나 두통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럼, 불안장애를 극복하는 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크게 약물치료와 심리치료가 있다. 심리치료의 경우는 인지행동치료, 정신분석 심리치료, 심층심리치료, 체계치료 네 가지가 있는데, 이중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판명된 것은 인지행동치료다. 인지행동치료는 우선 심리교육이 이루어지고 이어서 인지적 재구성과 노출요법이 뒤따른다. 노출요법은 인지행동치료의 핵이라 할 수 있는데, 원칙적으로 모든 불안장애에 적합하다. 그 방식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사회공포증과 분리불안증에서는 두려운 상황이나 대상이 유발되고, 공황장애에서는 불안과 더불어 결국 공황 발작을 일으키는 신체 증상이 유발된다. 공황장애에서는 가령 빠르게 계단을 오름으로써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회전의자에서 뱅뱅 도는 것을 통해 어지러움을 불러일으키고, 의도적으로 빨대를 통해 빠르게 호흡하는 것을 통해 과호흡을 불러일으킨다. 범불안장애의 노출은 걱정과 직면하는 데 있다. 대부분은 생각으로, 혹은 병원 같은 걱정과 연결된 장소를 방문하면서 걱정되는 내용을 불러일으키고, 이어 그것을 견디도록 한다."(264쪽)

이와 병행할 수 있는 치료 방법들도 짧게 소개하고 있다. 가령 운동과 신체활동, 근육이완법과 마음챙김, 셀프 헬프 그룹, EFT와 같은 태핑과 동종요법, 신경자극술, 다른 사람과 연대하기, 스트레스 감소시키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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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 인생의 중간항로에서 만나는 융 심리학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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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백세시대다. 중년은 말그대로 '인생 이모작'을 위한 발판이 된다. 중년의 위기는 곧 재도약의 기회이기도 하다. 충만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사는 지혜를 구현할 수 있는 그런 소중한 기회 말이다. 융 심리학자 혹은 심층심리학자 제임스 홀리스는 중년의 위기를 인생의 '중간항로'에 비유한다. 중간항로는 성년기와 노년기 사이에서 한 인격을 재정의하고 전환할 수 있는 기회이자 통과의례다. 통과의례는 반복적인 수행이 요구된다. 십대에 유년기에서 성년기로 가는 통과의례를 거쳤어도 마흔이 넘어가면 다시금 중년 위기를 겪게 되는데, 이를 잘 넘기기 위해선 또다른 통과의례가 필요하다.

저자는 중간항로의 의제를 다음 다섯 가지로 정리한다.

"우리는 원래의 자기감을 어떻게 습득했을까? 중간항로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삶의 변화는 무엇일까? 자기감을 어떻게 재정립할 수 있을까? 카를 구스타프 융의 개성화 개념과 우리의 타인을 향한 헌신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개성화를 이루고 중간항로를 지나 어두운 숲에서 의미 있는 삶으로 이동하려면 어떤 태도와 행동 변화가 필요할까?"(9, 10쪽)

중간항로는 성격을 재정의하고 삶을 재검토하고 방향을 바꾸는 기회다. 부모, 사회, 문화가 물려준 성격인 '잠정 인격'에서 진정한 자기감을 확립하기 위해 갈등을 겪는 시기, 다시 말해서, 성격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시기가 바로 중간항로다. 중간항로에 들어서면 사회적 성격인 페르소나와 지금껏 억압해온 그림자가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림자는 분노, 이기심, 욕망, 질투 등 우리가 숨기고 싶어하는 내면의 모든 부정적인 부분을 의미한다.

"후천적 자기감은 내면아이를 지키기 위해 지각 및 콤플렉스와 결합하며, 스스로를 실현하려 애쓰는 더 큰 '자기'와 삐걱거리기 시작한다."(35쪽)

중간항로는 의미 있는 삶으로 가는 여정의 시작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면, '1차 성인기'에서 '2차 성인기'로 넘어가는 문턱이다. 그런데 중간항로의 통과의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1차 성인기는 약 12세에서 40세까지의 기간이다. 전통 사회에서 소년이 어른이 되려면 통과의례를 거친다. 우리의 삶에 의미와 깊이를 부여하는 통과의례는 보통 '분리, 죽음, 재생, 가르침, 시련, 귀환'의 6단계로 구성된다. 저자는 전통 성인식이나 문화인류학에서 말하는 통과의례의 부재나 결여가 현대사회의 주요 문제나 적폐와 관련이 깊다고 지적한다.

중간항로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삶의 변화는 불치병, 사고, 배우자의 상실 등 극단적인 의식의 충격으로 인한 정체성 변화와 관련이 깊다. 유년기, 성년기, 노년기마다 고유한 특징적 사고패턴과 정체성 과제 그리고 정체성 축이 있다. 가령 유년기는 주술적 사고, 정체성 축은 '부모-자식' 관계라면, 1차 성인기는 영웅적 사고, 정체성 축은 '자아와 세계'이고, 2차 성인기는 현실적 사고, 정체성 축은 '자아와 자기', 그리고 노년기의 정체성은 '유한성'이고, 중심축은 '자기-신' 혹은 '자기-우주'이다.

융 심리학은 자아성숙의 길을 '개성화'라는 개념을 이용해 표현한다. 개성화는 운명이 우리에게 부여한 한계 속에서 우리 모두가 온전한 자신이 되게 하는 개인발달의 필수 요소다. 내가 보기에, 융 심리학의 전반적인 개성화 단계는 결국 속박에서 갈등을 거쳐 자유의 주체로 나아가는 '성장 시나리오'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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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내려놓고 그냥 행복하라 - 꺾이지 않는 마음을 위한 인생 수업
알렉상드르 졸리앵 지음, 성귀수 옮김 / 월요일의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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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심란할 때가 있다. 불안하고 짜증이 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경전을 보며 마음을 추스려 본다. 경전은 단순한 삶, 지혜로운 삶, 인간다운 삶, 있는 그대로의 삶, '내려놓음'의 삶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스위스 출신의 철학자 알렉상드로 졸리앙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 뇌성마비라는 선천적인 장애가 있는 이 철학자는 선불교의 으뜸 경전인 《금강경》의 한 구절을 정말 절묘하게 일상생활에다 적용한다. 알렉상드르의 글을 보니 《금강경》이야말로 인지행동치료의 근본 교과서 아닌가 싶다. 

잘 알다시피, 인지행동치료는 부정적이고 왜곡된 사고방식을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생각으로 바꾸는 훈련으로, 긴장이나 불안, 공포를 다스리는 치유법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금강경》도 그렇다. 《금강경》의 핵심은 생각을 잘 보호하고, 응하되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이 생기며, 일체에 집착하지 말고 상을 갖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금강경》도 인지행동치료도 '생각을 바꿔야 세상이 바뀐다'는 점을 강조한다. 

프로이트와 융의 정신분석은 우리의 과거나 성장 배경에 주목한다. 그래서 '내면아이'나 유년기의 트라우마 같은 지나간 과거의 흔적들을 부풀린다. 하지만 선불교나 불교심리학은 과거보다도 오히려 우리가 '지금 여기' 생각하고 느끼는 핵심 패턴, 즉 현재의 사고방식에 주목한다. 이처럼 불교심리학은 자기의 생각과 감정과 의지를 바르게 고치는 일을 그 무엇보다 강조한다. 내려놓음이란 무엇일까? 《금강경》에 따르면, '마음을 일으키되 머무는 바가 없는 것'이다. 즉 존재하는 모든 것에 미련을 갖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삶의 행불행은 유전이나 환경이 아니라 우리가 자신과 타자, 세상을 보는 시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책 《질문은 내려놓고 그냥 행복하라》(월요일의꿈, 2023)는 철학자의 일상을 배경으로 선불교(불교심리학)의 가르침에 기대어, 내려놓는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는지를 독자들에게 몸소 보여준다. 

저자는 책말미에 자신이 실천해온 선 수행의 세 가지 원리를 공개한다. 첫 번째 원리는 선불교의 육조대사 혜능에게서 나온 한 구절이다. "우리가 하나의 생각에 멈추는 순간 생각의 흐름 자체가 멈추고 만다. 이것을 바로 집착이라 부른다." 이 구절에 따라, 생각이든 감정이든 멈추지 않고 흘러가버리게 그냥 놔두라고 말한다. 두번째 원리는 《금강경》의 즉비사상(即非思想)이다. 특히 "붓다는 붓다가 아니니, 바로 그래서 내가 이를 붓다라 이르니라."라는 한 구절을 강조한다. 일본의 선학자 스즈키 다이세츠는 《금강경》의 '무엇이 무엇이 아니고, 이름이 무엇이다'라는 부정의 논리를 '즉비사상'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저자는 이 즉비사상을 적재적소에 활용한다. 세 번째 원리는 운문 선승의 한 구절이다. "그대가 걸을 때는 그냥 걷고, 그대가 앉아 있을 때는 그냥 앉아 있어라. 무엇보다 서둘지 마라." 저자는 궁극적으로 이런 선 수행의 세 가지 지침이 "있는 그대로 소탈하게, 삶에 바짝 다가가, 실존 속으로 돌아갈 것"을 권하고 있다고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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