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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내려놓고 그냥 행복하라 - 꺾이지 않는 마음을 위한 인생 수업
알렉상드르 졸리앵 지음, 성귀수 옮김 / 월요일의꿈 / 2023년 3월
평점 :
우울하고 심란할 때가 있다. 불안하고 짜증이 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경전을 보며 마음을 추스려 본다. 경전은 단순한 삶, 지혜로운 삶, 인간다운 삶, 있는 그대로의 삶, '내려놓음'의 삶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스위스 출신의 철학자 알렉상드로 졸리앙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 뇌성마비라는 선천적인 장애가 있는 이 철학자는 선불교의 으뜸 경전인 《금강경》의 한 구절을 정말 절묘하게 일상생활에다 적용한다. 알렉상드르의 글을 보니 《금강경》이야말로 인지행동치료의 근본 교과서 아닌가 싶다.
잘 알다시피, 인지행동치료는 부정적이고 왜곡된 사고방식을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생각으로 바꾸는 훈련으로, 긴장이나 불안, 공포를 다스리는 치유법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금강경》도 그렇다. 《금강경》의 핵심은 생각을 잘 보호하고, 응하되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이 생기며, 일체에 집착하지 말고 상을 갖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금강경》도 인지행동치료도 '생각을 바꿔야 세상이 바뀐다'는 점을 강조한다.
프로이트와 융의 정신분석은 우리의 과거나 성장 배경에 주목한다. 그래서 '내면아이'나 유년기의 트라우마 같은 지나간 과거의 흔적들을 부풀린다. 하지만 선불교나 불교심리학은 과거보다도 오히려 우리가 '지금 여기' 생각하고 느끼는 핵심 패턴, 즉 현재의 사고방식에 주목한다. 이처럼 불교심리학은 자기의 생각과 감정과 의지를 바르게 고치는 일을 그 무엇보다 강조한다. 내려놓음이란 무엇일까? 《금강경》에 따르면, '마음을 일으키되 머무는 바가 없는 것'이다. 즉 존재하는 모든 것에 미련을 갖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삶의 행불행은 유전이나 환경이 아니라 우리가 자신과 타자, 세상을 보는 시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책 《질문은 내려놓고 그냥 행복하라》(월요일의꿈, 2023)는 철학자의 일상을 배경으로 선불교(불교심리학)의 가르침에 기대어, 내려놓는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는지를 독자들에게 몸소 보여준다.
저자는 책말미에 자신이 실천해온 선 수행의 세 가지 원리를 공개한다. 첫 번째 원리는 선불교의 육조대사 혜능에게서 나온 한 구절이다. "우리가 하나의 생각에 멈추는 순간 생각의 흐름 자체가 멈추고 만다. 이것을 바로 집착이라 부른다." 이 구절에 따라, 생각이든 감정이든 멈추지 않고 흘러가버리게 그냥 놔두라고 말한다. 두번째 원리는 《금강경》의 즉비사상(即非思想)이다. 특히 "붓다는 붓다가 아니니, 바로 그래서 내가 이를 붓다라 이르니라."라는 한 구절을 강조한다. 일본의 선학자 스즈키 다이세츠는 《금강경》의 '무엇이 무엇이 아니고, 이름이 무엇이다'라는 부정의 논리를 '즉비사상'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저자는 이 즉비사상을 적재적소에 활용한다. 세 번째 원리는 운문 선승의 한 구절이다. "그대가 걸을 때는 그냥 걷고, 그대가 앉아 있을 때는 그냥 앉아 있어라. 무엇보다 서둘지 마라." 저자는 궁극적으로 이런 선 수행의 세 가지 지침이 "있는 그대로 소탈하게, 삶에 바짝 다가가, 실존 속으로 돌아갈 것"을 권하고 있다고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