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7주년 기념 개정판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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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선수들을 보면 종합무술을 배웠어도 기본 베이스가 되는 무술이 있기 마련이다. '태권도 베이스'나 '유도 베이스'처럼 말이다. 학자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는 '애착 이론 베이스'다. 고수답게 심리학에 두루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만, 신의 한 수는 여전히 애착이론이다. 인간관계에서 애착이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마르크스의 하부구조, 즉 경제적 결정론에 빗댈 수 있을 정도다. 저자는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 가령 유난히 거슬리거나 불편한 사람이 생기는 이유를 알레르기 반응에서 찾는다. 몸의 알레르기 반응과 마음의 알레르기 반응을 서로 연관지은 셈이다. 특히 누군가에게 유난히 짜증과 분노와 혐오감이 드는 현상을 '인간 알레르기'라고 명명한다.

"인간이 인간을 과도한 이물질로 인식하고 심리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이는 중상. 나는 그것을 '인간 알레르기'라고 명명한다."(21쪽)

몸에 이물질이 침입하면 면역체계가 작동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가리켜 '알레르겐'이라고 하는데, 보통 꽃가루, 땅콩 같은 견과루, 밀가루, 복숭아 등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흔히 만나볼 수 있다. 마음의 알레르기 반응도 다르지 않다. 다만,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알레르겐에 해당하는 특정 인물이 존재할 뿐이다. 저자는 인간 알레르기가 유발하는 여러 증상들을 소개한다. 가령 사람에 대한 거부감, 부정적인 감정, 분노와 공격성, 지나치게 결백하거나 무정한 성격, 술담배 중독, 모 아니면 도의 흑백논리, 자기에 대한 강한 집착 등이다.

"상처받기 쉬운 성격, 공감능력의 부족, 자신에 대한 집착, 극단적인 성향이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과도한 이물 반응인 인간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사회부적응, 인간관계의 갈등, 가정불화, 육아 문제 등 고단한 삶의 배경 속에서 인간 알레르기가 탄생하는 것이다."(40, 41쪽)

흥미롭게도 저자는 "학대, 집단 따돌림, 괴롭힘, 가정 폭력, 이혼 같은 비교적 가까운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문제들과 "혼인율 저하나 섹스리스 부부, 핵가족화, 연애하는 젊은이의 감소 등등의 현상"들이 모두 인간 알레르기의 증가를 알려주는 지표라고 강조한다.

그럼, 인간 알레르기 체질이 되기 쉬운 요인은 무엇인가. 저자는 불안정한 애착관계(애착장애), 인격장애, 공감과 자기성찰의 부족 등을 언급한다. 저자는 꽤 공을 들여 애착이론을 통해 인간 알레르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다양한 임상 사례를 소개한다. 특히 생텍쥐페리, 니체, 쇼펜하우어, 나쓰메 소세키, 해리 할로, 서머싯 몸 등 유명인사들의 인간 알레르기 사례까지 소개해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원인을 알면 해법도 나오는 법. 인간 알레르기 체질에서 벗어나려면 안정적인 애착관계, 공감과 자기성찰의 의식적인 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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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새로운 기회 - 초거대 AI 시대, 경제와 투자의 기준이 바뀐다
김재필.브라이언 곽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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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전격Z대작전'을 보면서 '키트'와 같은 만능 친구가 있었으면 했다. 영화 '스타워즈'를 보면서 '쓰리피오' 같은 로봇 비서가 있었으면 했다. 그런데 공상과학의 '공상'이라는 두 글자가 무색할만큼, 비현실적이던 키트와 쓰리피오가 조만간 우리 눈앞에 나타날 것만 같다. 바로 인공지능 언어모델인 '챗GPT'의 성공 덕분이다. 챗GPT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했던 AI 연구기관인 오픈 AI가 개발한 GPT-3.5 버전에 해당하는 대화형 AI 서비스를 말한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로 볼 때는 잘 몰랐지만, 키트나 쓰리피오나 모두 '초거대 AI'급의 발명품이다. 초거대 AI란 "방대한 데이터와 파라미터(매개변수)를 활용해 인간 뇌와 흡사하게 스스로 판단하고 추론하는 AI"를 말한다. 초거대 AI의 시초는 1,750개의 파라미터를 활용한 GPT-3다. 챗GPT는 2023년 출시된 GPT-4의 베타 버전에 해당한다.

IT트렌드 전문가 김재필의 『챗GPT 새로운 기회』(한스미디어, 2023)는 챗GPT와 초거대 AI 혁명이 미래 산업 및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력을 주로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챗GPT의 개념과 사용방법을 다룬 입문서 혹은 활용서이자, 앞으로 닥칠 초거대 AI 혁명의 물결에 대비하는 비전을 제공하는 미래 전망서다. 저자는 2022년에 등장한 챗GPT가 2007년에 세상에 나온 아이폰에 비견된다고 평한다.

"기존의 AI를 혁신적인 모델로 업그레이드하고 챗(chat)이라는 사용하기 친숙한 UI(유저 인터페이스)를 통해 누구나 쉽게 AI를 쓸 수 있도록 한 점이 아이폰과 유사하다. 챗GPT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확장 프로그램이 사용자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점도 흡사하다. 많은 사람이 쓰면 쓸수록 데이터가 모이고 투자와 인재가 집중되면서 다양한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진다. 챗GPT를 중심으로 한 경제권이 생겨나고 생태계가 형성된다. 이것이 챗GPT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기회이다."(10쪽)

챗GPT는 책, 기사 및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포함한 다양한 출처의 대량의 텍스트 데이터를 사용하며 훈련된다. 이런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해 인간이 쓰거나 말하는 방식과 유사한 텍스트를 생성한다. 챗GPT의 활용 범위는 단순 대화형 서비스에서 업무 효율 향상 및 비즈니스 차원으로 확대되었다. 유튜브에는 챗GPT를 업무나 교육, 코드 작성, 창업, 재테크에까지 활용하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챗GPT는 대화를 통한 질의응답은 물론 챗봇 개발, 자동 번역, 문서 요약, 감정 분석, 자동 작문, 검색엔진 등이 가능하다. '맥락을 이해하는 대화형 글쓰기 능력'을 갖추고 있어, 각종 보고서와 신문기사를 쓸 수 있고, 새로운 게임 케릭터를 만들거나 시와 소설, 그림 같은 예술작품까지 창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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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잃은 소라게의 외침 맛있는 그림책 5
아시에 일드림 지음, 휘세인 쉰메자이 그림, 명혜권 옮김 / 맛있는책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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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다. 지구별에 쓰레기를 남기는 종은 인류가 유일하다. 산과 바다에, 숲과 하천에 무수히 많은 쓰레기를 내다버리고 있다. 문명과 산업과 개발의 가장 큰 폐해가 바로 자연 환경과 생태계의 훼손이다. 새들은 노래하지 않고, 꿀벌은 사라졌다. 꿀벌의 소멸이 곧 인류의 멸종을 알리는 경종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예전에는 쓰레기를 잘 줍거나 제대로 분리수거를 해야 문명인이나 교양인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쓰레기를 거의 만들지 않는 삶을 지향해야 그런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 BBC의 한 자연 다큐물에 사람들이 버린 해양 쓰레기로 고통받고 있는 소라게들의 생태를 방송한 적이 있다. 그림책작가 아시에 일드림은 태국의 한 해안에 사는 소라게들이 깡통, 플라스틱병, 유리병 등의 해양 쓰레기로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는 경고에서 착안해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뭐 굳이 남태평양의 섬들을 들여다 볼 것도 없다. 국내 유명 휴양지의 해변가를 좀 거닐어 보라. 그럼 알게 된다. 해변가에 넘쳐나는 더러운 쓰레기들을 말이다.

'해변의 청소부'라 불리는 소라게도 인간이 내버린 쓰레기에는 속수무책이다. 몸집이 커진 소라게는 새로운 껍데기가 필요하다. 사람으로치면 몇 번의 큰 이사가 필요한 셈이다. 그런데 해변 모래밭엔 소라 껍데기 대신에 사람들이 내다버린 해양 쓰레기들이 한가득이다. 소라게에게는 생물권의 존엄성을 해치는 파국적 상황인 것이다. 소라게의 입장이 되어 한번 생각해보라. 이사가 급한데 쓸 만한 집은 없고 살 만한 데가 영 못되는 폐가들만 넘쳐나는 판이니 말이다. 소라게들이 버려진 플라스틱 컵, 깡통, 깨진 유리병 등을 집으로 삼고 살아가는 모습은 말그대로 살풍경하다. 자연 존중은 언제나 작은 행동으로 시작한다. 더러워진 해변을 치우고 소라 껍데기는 그냥 놔두고 가져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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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 - 타인을 도우려 하는 인간 심리의 뇌과학적 비밀
스테퍼니 프레스턴 지음, 허성심 옮김 / 알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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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타성은 인간다움의 굳건한 증표다. 그럼 이타성은 어떤 메커니즘에 따라 작동하는 것일까. 심리학자 스테퍼니 프레스턴은 이타성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이타적 반응 모델'을 제시한다. 이 모델은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의 양심과 사단론을 포유류의 새끼돌봄행동에 주목해 보다 과학적으로 검토한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저자는 생판 모르는 타인에게 이타적 행동을 취하고, 심지어 영웅적 구조행동까지 보이는 인간의 이타주의가 느리게 발달하는 무력한 새끼를 돌보고 새끼의 요구에 재빨리 반응해야 했던 포유류 조상을 둔 우리의 진화적 계통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증거는 인간의 이타성과 모성을 지닌 설치류의 본능적이며 능동적인 돌봄행동과의 유사성이다. 저자는 설치류의 새끼돌봄행동을 뒷받침하는 신경회로를 통틀어 '새끼돌봄 시스템'이라 부른다. 새끼를 낳은 어미 쥐만 이런 돌봄행동을 보이는 게 아니라 수컷과 새끼를 낳지 않은 암컷도 일단 낯선 새끼에 적응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면 새끼를 돌보곤 한다. 저자가 보기에, 이타주의는 기본적으로 모성애적 돌봄에서 기원한 진화의 산물이다. 이타주의는 더이상 인간 유일의 본성이 아니다. 이타성은 모든 동물종의 본능에 기반한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이타적 반응 모델이 직관적이고 적극적인 이타성 욕구를 방출하는 상황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인간의 이타주의는 인간 특유의 인지능력이 필요하지 않은 원시 뇌 회로의 도움을 받고, 신경호르몬 회로가 직관적으로 빠른 반응을 보장한다. 가령 갑자기 길에 쓰러진 사람을 보았을 경우처럼 이타적 행동이 필요한 상황에 마주치면, 우리의 선천적인 회피-접근 신경회로가 작동된다. 만약 길에 쓰러진 이가 취약하고 무력하고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 즉 새끼돌봄과 비슷한 경우, 우리는 접근 모드를 취한다. 그러나 상황에 압도되어 무서워하거나 도와줄 수 없다고 느낄 경우에는 회피하기도 한다. 회피 행동을 마냥 손가락질 할 수는 없다. 이런 회피성 덕분에 우리의 생존이나 적응도가 지나치게 훼손당하지 않는 선에서 도움이 필요한 타인을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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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코드
캐럴 스티버스 지음, 공보경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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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소설은 현실적이다. 호모사피엔스의 멸종을 야기하는 후보들 가운데 유력한 것이 바로 바이러스다. 코로나 19라는 심각한 성장통을 경험해보았으니 잘 알 것이다. 전염병의 창궐은 인류를 순식간에 멸종시킬 수 있다. 코로나 19외에도, 인류의 종족보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바이러스가 앞으로도 창궐할 가능성은 얼마든지다. 그게 인공 바이러스든 남극의 빙하에서 깨어난 고대 바이러스든 말이다.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건 비밀연구소에서 유전공학적으로 만들어진 인공 바이러스일 확률이 높다.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등 패권을 노리는 나라들일수록 유력한 용의자다.

생화학 박사 출신의 작가 캐럴 스티버스의 처녀작 『마더코드』(폴라북스, 2023)는 인류의 멸망이라는 암울한 묵시론적 미래를 배경으로 로봇 부모에게서 자라나는 아이들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류의 멸망을 막아보려는 숨은 영웅들의 마지막 안간힘과 더불어 인간 부모가 아닌 로봇 부모의 품속에서 키워진 아이들의 삶이 어떨지 궁금하다면, 이 소설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이 어떠할지.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를 보기 전에 말이다.

마더 로봇이 인간 아기를 키우는 세상이 되었다. 평범한 아기가 아니라 인간 배아의 유전자 조작으로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가진 아이들, 다시 말해, 인류의 새로운 기원을 열어줄 아이들이다. 카이와 셀라, 카말은 마더 로봇에게서 태어난 생존자이며, 마더코드 프로젝트의 소중한 결실이다.

책은 마더코드 이전과 이후의 이야기가 지그재그로 전개되는 구성이다. IC-NAN 생물 전쟁 프로젝트로 인류가 사멸의 위험에 처하자 마더코드란 프로젝트를 진행시킨다. 마더코드는 마더 로봇이 뱃속에서 유전자 조작으로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가진 아이를 길러내고 독자적으로 생존하도록 설계한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팀의 주요 구성원은 데트릭 기지의 조지프 블랭컨십 장군, 릭 블레빈스 준장, 로즈 맥브라이드 대위, 루디 가르자 박사, 제임스 세드 박사 등이다.

"5세대 로봇을 만든 팀원들은 그 로봇을 '마더'라고 불렀다. 농담으로 붙인 명칭인가 싶을 때도 있기는 했지만 로봇이 맡게 될 일이 엄마의 역할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로봇의 뒤쪽 짐칸에는 출산을 진행하게 될 작은 실험실이 있고, 비어 있는 앞쪽 배는 어린아이가 편안하게 앉을 수 있도록 좌석이 마련돼 있었다. 로봇은 강력한 관절식 팔다리 외에도 종아리 부분에 장착된 묵직한 트레드를 갖췄다. 로봇이 무릎을 꿇고 쭈그리고 앉으면 거친 지형에서도 트레드가 천천히 안정적으로 굴러 이동이 가능했다."(147, 148쪽)

마더코드 이후의 이야기는 카이의 출생과 더불어 시작된다. 카이의 마더는 로지, 셀라의 마더는 알파-C다. 둘은 물과 음식을 찾아서, 그리고 또다른 생존 아이들을 찾아서 유목민처럼 끊임없이 이동한다. 그러다 카말과 카말의 마더 베타를 찾게 된다. 카말은 마더 로봇을 힌두교 신화에 나오는 신성한 나무인 반얀나무에 비유한다. "똬리를 튼 뱀처럼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고 있어",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살아있는 집"이라면서 믿고 의지한다. 마더 로봇은 생물학적 엄마와 다를 바 없는 모성애를 보여준다. 아이를 보호하고 아끼며, 언어와 문화는 물론 독자적인 생존술을 가르쳐 준다. 이를테면 명상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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