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코드
캐럴 스티버스 지음, 공보경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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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소설은 현실적이다. 호모사피엔스의 멸종을 야기하는 후보들 가운데 유력한 것이 바로 바이러스다. 코로나 19라는 심각한 성장통을 경험해보았으니 잘 알 것이다. 전염병의 창궐은 인류를 순식간에 멸종시킬 수 있다. 코로나 19외에도, 인류의 종족보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바이러스가 앞으로도 창궐할 가능성은 얼마든지다. 그게 인공 바이러스든 남극의 빙하에서 깨어난 고대 바이러스든 말이다.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건 비밀연구소에서 유전공학적으로 만들어진 인공 바이러스일 확률이 높다.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등 패권을 노리는 나라들일수록 유력한 용의자다.

생화학 박사 출신의 작가 캐럴 스티버스의 처녀작 『마더코드』(폴라북스, 2023)는 인류의 멸망이라는 암울한 묵시론적 미래를 배경으로 로봇 부모에게서 자라나는 아이들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류의 멸망을 막아보려는 숨은 영웅들의 마지막 안간힘과 더불어 인간 부모가 아닌 로봇 부모의 품속에서 키워진 아이들의 삶이 어떨지 궁금하다면, 이 소설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이 어떠할지.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를 보기 전에 말이다.

마더 로봇이 인간 아기를 키우는 세상이 되었다. 평범한 아기가 아니라 인간 배아의 유전자 조작으로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가진 아이들, 다시 말해, 인류의 새로운 기원을 열어줄 아이들이다. 카이와 셀라, 카말은 마더 로봇에게서 태어난 생존자이며, 마더코드 프로젝트의 소중한 결실이다.

책은 마더코드 이전과 이후의 이야기가 지그재그로 전개되는 구성이다. IC-NAN 생물 전쟁 프로젝트로 인류가 사멸의 위험에 처하자 마더코드란 프로젝트를 진행시킨다. 마더코드는 마더 로봇이 뱃속에서 유전자 조작으로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가진 아이를 길러내고 독자적으로 생존하도록 설계한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팀의 주요 구성원은 데트릭 기지의 조지프 블랭컨십 장군, 릭 블레빈스 준장, 로즈 맥브라이드 대위, 루디 가르자 박사, 제임스 세드 박사 등이다.

"5세대 로봇을 만든 팀원들은 그 로봇을 '마더'라고 불렀다. 농담으로 붙인 명칭인가 싶을 때도 있기는 했지만 로봇이 맡게 될 일이 엄마의 역할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로봇의 뒤쪽 짐칸에는 출산을 진행하게 될 작은 실험실이 있고, 비어 있는 앞쪽 배는 어린아이가 편안하게 앉을 수 있도록 좌석이 마련돼 있었다. 로봇은 강력한 관절식 팔다리 외에도 종아리 부분에 장착된 묵직한 트레드를 갖췄다. 로봇이 무릎을 꿇고 쭈그리고 앉으면 거친 지형에서도 트레드가 천천히 안정적으로 굴러 이동이 가능했다."(147, 148쪽)

마더코드 이후의 이야기는 카이의 출생과 더불어 시작된다. 카이의 마더는 로지, 셀라의 마더는 알파-C다. 둘은 물과 음식을 찾아서, 그리고 또다른 생존 아이들을 찾아서 유목민처럼 끊임없이 이동한다. 그러다 카말과 카말의 마더 베타를 찾게 된다. 카말은 마더 로봇을 힌두교 신화에 나오는 신성한 나무인 반얀나무에 비유한다. "똬리를 튼 뱀처럼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고 있어",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살아있는 집"이라면서 믿고 의지한다. 마더 로봇은 생물학적 엄마와 다를 바 없는 모성애를 보여준다. 아이를 보호하고 아끼며, 언어와 문화는 물론 독자적인 생존술을 가르쳐 준다. 이를테면 명상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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