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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잃은 소라게의 외침 ㅣ 맛있는 그림책 5
아시에 일드림 지음, 휘세인 쉰메자이 그림, 명혜권 옮김 / 맛있는책 / 2023년 7월
평점 :
자연은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다. 지구별에 쓰레기를 남기는 종은 인류가 유일하다. 산과 바다에, 숲과 하천에 무수히 많은 쓰레기를 내다버리고 있다. 문명과 산업과 개발의 가장 큰 폐해가 바로 자연 환경과 생태계의 훼손이다. 새들은 노래하지 않고, 꿀벌은 사라졌다. 꿀벌의 소멸이 곧 인류의 멸종을 알리는 경종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예전에는 쓰레기를 잘 줍거나 제대로 분리수거를 해야 문명인이나 교양인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쓰레기를 거의 만들지 않는 삶을 지향해야 그런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 BBC의 한 자연 다큐물에 사람들이 버린 해양 쓰레기로 고통받고 있는 소라게들의 생태를 방송한 적이 있다. 그림책작가 아시에 일드림은 태국의 한 해안에 사는 소라게들이 깡통, 플라스틱병, 유리병 등의 해양 쓰레기로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는 경고에서 착안해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뭐 굳이 남태평양의 섬들을 들여다 볼 것도 없다. 국내 유명 휴양지의 해변가를 좀 거닐어 보라. 그럼 알게 된다. 해변가에 넘쳐나는 더러운 쓰레기들을 말이다.
'해변의 청소부'라 불리는 소라게도 인간이 내버린 쓰레기에는 속수무책이다. 몸집이 커진 소라게는 새로운 껍데기가 필요하다. 사람으로치면 몇 번의 큰 이사가 필요한 셈이다. 그런데 해변 모래밭엔 소라 껍데기 대신에 사람들이 내다버린 해양 쓰레기들이 한가득이다. 소라게에게는 생물권의 존엄성을 해치는 파국적 상황인 것이다. 소라게의 입장이 되어 한번 생각해보라. 이사가 급한데 쓸 만한 집은 없고 살 만한 데가 영 못되는 폐가들만 넘쳐나는 판이니 말이다. 소라게들이 버려진 플라스틱 컵, 깡통, 깨진 유리병 등을 집으로 삼고 살아가는 모습은 말그대로 살풍경하다. 자연 존중은 언제나 작은 행동으로 시작한다. 더러워진 해변을 치우고 소라 껍데기는 그냥 놔두고 가져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