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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 - 타인을 도우려 하는 인간 심리의 뇌과학적 비밀
스테퍼니 프레스턴 지음, 허성심 옮김 / 알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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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타성은 인간다움의 굳건한 증표다. 그럼 이타성은 어떤 메커니즘에 따라 작동하는 것일까. 심리학자 스테퍼니 프레스턴은 이타성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이타적 반응 모델'을 제시한다. 이 모델은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의 양심과 사단론을 포유류의 새끼돌봄행동에 주목해 보다 과학적으로 검토한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저자는 생판 모르는 타인에게 이타적 행동을 취하고, 심지어 영웅적 구조행동까지 보이는 인간의 이타주의가 느리게 발달하는 무력한 새끼를 돌보고 새끼의 요구에 재빨리 반응해야 했던 포유류 조상을 둔 우리의 진화적 계통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증거는 인간의 이타성과 모성을 지닌 설치류의 본능적이며 능동적인 돌봄행동과의 유사성이다. 저자는 설치류의 새끼돌봄행동을 뒷받침하는 신경회로를 통틀어 '새끼돌봄 시스템'이라 부른다. 새끼를 낳은 어미 쥐만 이런 돌봄행동을 보이는 게 아니라 수컷과 새끼를 낳지 않은 암컷도 일단 낯선 새끼에 적응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면 새끼를 돌보곤 한다. 저자가 보기에, 이타주의는 기본적으로 모성애적 돌봄에서 기원한 진화의 산물이다. 이타주의는 더이상 인간 유일의 본성이 아니다. 이타성은 모든 동물종의 본능에 기반한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이타적 반응 모델이 직관적이고 적극적인 이타성 욕구를 방출하는 상황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인간의 이타주의는 인간 특유의 인지능력이 필요하지 않은 원시 뇌 회로의 도움을 받고, 신경호르몬 회로가 직관적으로 빠른 반응을 보장한다. 가령 갑자기 길에 쓰러진 사람을 보았을 경우처럼 이타적 행동이 필요한 상황에 마주치면, 우리의 선천적인 회피-접근 신경회로가 작동된다. 만약 길에 쓰러진 이가 취약하고 무력하고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 즉 새끼돌봄과 비슷한 경우, 우리는 접근 모드를 취한다. 그러나 상황에 압도되어 무서워하거나 도와줄 수 없다고 느낄 경우에는 회피하기도 한다. 회피 행동을 마냥 손가락질 할 수는 없다. 이런 회피성 덕분에 우리의 생존이나 적응도가 지나치게 훼손당하지 않는 선에서 도움이 필요한 타인을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