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 - 교하들판 새들의 이야기
황헌만 지음 / 소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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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는 생명을 키우는 보금자리다. '천고일월명, 지후초목생', 하늘이 높으니 해와 달이 밝고, 땅이 두터우니 풀과 나무가 자란다. 육지와 물을 이어주는 중간단계의 생태적 환경 특성 덕분에, 습지는 자연의 역동성을 파노라마처럼 다채롭게 선보인다. 사진작가 황헌만의 생태사진집《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소동, 2022)는 습지 생태의 화려한 파노라마를 다양한 앵글로 담아냈다. 

2008년부터 15년 가까이 사진작가의 눈으로 지켜본 공릉천 하류, 교하강과 교하들판의 풍광을 기록하고 있는데, 춘하추동 사계절에 따른 습지의 변화를 보고 있자니, '춘래리화백, 하지수엽청, 추량황국발, 동한백설래'란 싯구가 절로 떠오른다. 봄이 오니 배꽃은 희고, 여름이 되니 나뭇잎이 푸르다. 가을은 서늘하니 노란 국화가 피고, 겨울은 차가우니 흰 눈이 내린다. 

사진집은 교하습지의 '종 다양성'과 생명의 역동성을 한눈에 보여주고,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훼손되고 있는 습지 생태계의 가까운 미래에 경종을 울린다. '강산만고주, 인물백년빈'이라 했다. 강산은 만고의 주인이요, 사람은 백년의 손님에 지나지 않음을 정녕 잊었단 말인가. 

작가는 농부들의 바쁜 농사 일은 물론 텃새, 철새, 나그네새, 길잃은새 등 다양한 새들의 자취를 정성스레 기록하고 있다. 습지의 자연 생태를 무대로 삼아, 남한과 북한을 자유로이 오가는 새들의 모습에서 얼핏 '소요유'의 경지를 엿보기도 한다.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 황조롱이, 큰고니, 개리를 비롯해 60종이 넘는 새들이 카메라에 담겼다. 그밖에도 강을 건너는 고라니, 병 든 너구리 등이 무명의 조연처럼 스쳐 지나간다. 아, 습지의 버드나무와 갈대는 물과 바람과 함께 흔들리고, '풍구군비안, 월송독거주', 바람은 기러기 떼를 몰고 가고, 달은 외로운 배를 전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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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아파트 고스트볼Z 귀도퇴마사 최강 플러스 대백과
서울문화사 편집부 지음 / 서울문화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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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이 즐겨 보는 만화는 회기별로 한바탕 정리가 요구된다. 주요인물은 변하지 않더라도 시리즈마다 새로운 인물들과 악당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다.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Z' 시리즈도 예외는 아니다. 한번씩 '최강대백과'를 통해 내용과 맥락을 교통정리할 필요가 있다. 마치 내가 어릴 때 '건담 대백과'를 즐겨보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번엔 '귀도퇴마사' 편이다. 신비, 금비, 주비, 하리, 두리와 같은 핵심멤버 외에도 퇴마사 강림을 중심으로 귀도 현과 귀도 곤 같은 귀도퇴마사 무리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귀도 현은 최강림의 형으로 밝혀진다. 둘 모두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한편, 부모들이라면 언제나 헷갈리기 쉬운 주변인물에 대해서도 다시금 되짚어준다. 가령 괴담카페를 운영하는 현우, 하리의 절친인 가은, 뱀파이어의 왕 이안 등이 그러하다. 더불어 요술큐브, 파워큐브, 고스트볼 등 무기들에 대한 설명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은 '최강대백과'답게 등장인물 소개와 관계도, 귀신들의 스킬과 캐릭터 전격 분석, 그리고 귀도퇴마사편의 하이라이트 내용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등장인물에 대한 정리와 소개가 매우 깔끔하다. 신비아파트 공식채널을 주기적으로 체크하지 않는 독자라면 다소 중구난방처럼 튀어나오는 다양한 귀신들의 전격분석이 매우 유용할 것이다. 그런데 귀신명은 한자어가 대부분이라 어린 독자를 위해 나름의 설명과 해석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퇴마 기술에 사용되기에 목화토금수 오행 사상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도 별도로 추가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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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유령 아치와 포동포동 아이스크림 꼬마 유령 아치, 코치, 소치 2
가도노 에이코 지음, 사사키 요코 그림, 고향옥 옮김 / 가람어린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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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 꼬마 유령 캐스퍼가 있다면, 동양에는 꼬마 유령 아치가 있다. 아치는 종달새 레스토랑의 먹보 요리사다. 오싹오싹 별난 요리가 주특기인데, 모두 맛있지만 별난 요리들이 아닐 수 없다. 돼지 코 피자, 방그레 햄버그스테이크, 이히히히 유령 달걀찜처럼 말이다. 아치의 친구들은 드라큘라의 손녀 드라라, 길고양이 봉봉, 쌍둥이 쥐 치치와 키키, 인간 소년 두리다. 

어느날, 무시무시한 드라큘라 성에 사는 드라라가 까망까망 숲에서 뺨이 포동포동한 조그만 유령을 주웠다. 아치와 형제처럼 닮은 꼬마 유령이었는데 이름은 도치다. 드라큘라와 드라라는 꼬마 유령 도치를 새장에 가둬 놓고 뺨이 포동포동해지도록 맛있는 걸 잔뜩 먹인다. 조그만 꼬마 유령도 이들에겐 그저 맛나는 식자재에 불과할 뿐이다. 

아치는 친구들은 많았지만 그래도 가족이 없어 외로웠다. 그래서 드라라에게 붙잡힌 꼬마 유령 도치가 자기 동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구하려고 나선다. 하지만, 아치조차 사로잡히고 새장에 갇히고 만다. 아치는 아주 커다랗고 포동포동한 꼬마 유령 아이스크림 두 접시를 요리해내고, 드라큘라와 드라라가 할짝할짝 맛보는 틈을 타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도치는 가족을 찾아 떠나고 다시 외톨이가 된 아치는 종달새 레스토랑으로 돌아간다. 거기서 자기를 걱정하면서 기다려준 친구들과 재회하고, 더이상 외톨이가 아님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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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발자취를 따라서 CHRISTIAN FOUNDATION 3
피터 워커 지음, 박세혁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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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복음서 가운데 나는 요한복음을 가장 좋아한다. 아무래도 영성과 말씀의 신비를 강조하는 복음서이기에, 그리고 예수의 초역사적 지평을 강조하고 있기에 내 맘에 와닿지 않았나 싶다. 공자나 붓다와 달리, 나는 예수의 역사적 현실성을 그리 중시하지 않았다. 가령 요한복음에는 동정녀 마리아 탄생설화와 유년설화가 누락되어 있다. 솔직히 '예수는 신화다'라는 말에도 그 어떤 위화감도 들지 않는다. 그런데 신학자 피터 워커의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서》(도서출판씨유피, 2022)를 읽고 나니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의미와 가치에 새삼스레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 

잘 알다시피, 누가는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저자다. 그리고 사도 바울과 함께 여행한 동역자로도 유명하다. 저자 피터 워커는 누가복음을 통해 예수의 삶과 사역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되짚는다. 예수의 삶과 연관된 특정한 장소나 지역에 초점을 맞추는데, 베들레헴, 나사렛, 요단강, 유대 광야, 갈릴리, 사마리아, 가아사랴 빌립보, 여리고, 베다니, 감람산, 성전, 예루살렘, 골고다, 엠마오 등 예수가 남긴 발자취를 차근차근 살피고 있다. 독자들은 저자의 해박한 성경 지식과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에 기댄 꼼꼼한 역사적, 지리적 검토 덕분에 그 어떤 성지순례자들보다도 깊이 있게 예수의 사역과 관련된 성경 유적지를 톺아볼 수 있게 된다. 

누가복음은 역사적 예수를 강조하고, 예수의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킨다. 특히 여성과 이방인에 대한 신앙 공동체의 개방과 포용력을 강조하고, 예수가 선포하신 메시지의 핵심이 '구원'과 '죄 사함'에 있음을 강조한다. 갈릴리부터 예루살렘에 이르는 누가의 '여행 서사'를 참을성 있게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역사적인 예수가 신화적인 예수로 탈변하는 거룩한 영적 과정에 동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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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us Gabriel VS -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차이와 분열을 극복하는 철학,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살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쓰키타니 마키.노경아 옮김 / 사유와공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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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론'하면 내겐 바로 떠오르는 세 가지가 있다. 소박한 실재론, 사변적 실재론 그리고 신실재론이다. 소박한 실재론이란 주체와 무관한 외적인 실재가 존재한다는 믿음이다. 분주한 일상에 이리저리 치이는 평범한 현대인이라면 평생 소박한 실재론자로 살다 갈 것이다. 반면에 나머지 두 실재론은 약간의 먹물이 요구된다. 사변적 실재론은 미국 철학자 그레이엄 하먼의 이름이 대표적으로 따라 붙고, 신실재론은 독일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이름이 따라 붙는다. 

얼핏 소박한 실재론을 넘어서면 누구나 '신실재론'이란 이름을 갖다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는 물정을 몰라도 한참 모른 얘기다. 사변적 실재론과 신실재론의 관계는 다소 애매하지만, 확실한 것은 둘 다 구성주의나 자연주의라는 동일한 적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포스트모던 이후의 새로운 실재론이라는 점에서도 비슷한 맥락에 위치하고 있다. 넓게 보면 사변적 실재론과 신실재론 모두 '새로운 실재론'에 포함된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신실재론은 '인간'과 '세계' 두 항목에 대해 '신실존주의'와 '의미장'을 내세운다. 신실존주의에선 인간은 타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근원적으로 사회적인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가령 《새 시대를 살아가는 도덕철학》에서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 함께 집을 짓는 꿀벌 같은 존재"라고 했다. 타자가 없으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리고 타자성을 '차이의 총칭'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타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두 가지 처방전으로 존엄과 관용을 강조한다. 존엄에는 타자의 인간성을 인정한다는 태도가 포함되어 있다. 신실존주의에 근거해,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윤리자본주의, 부모자격증, 이상적 포럼, 차이에 얽매이지 않는 정치 등 다소 급진적인 제안을 한다.

한편, '세계'에 대해선 '세계는 실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얼핏 말도 안 되는 헛소리같다. 어떤 사물에 대해 그 사물 자체의 존재뿐만이 아닌 그 사물에 대해 생각하는 사고 역시 동시에 존재하므로, 그것들이 나란히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상이기에, 신실재론에서 세계는 일종의 거대한 메타 인지장으로 해석된다. 

이 책에서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정체성, 가족, 사랑, 종교, 윤리 등 본질적인 측면에서 '타자'와 '차이의 양극화' 문제를 설명한다. 전통 독일철학은 타자성을 정체성과 같은 의미, 즉 '동일성의 반복'으로 이해해왔지만, 타자성은 정체성과는 별개의 개념이다. 정체성은 인간의 출발점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는 정체성을 강요한다. "미디어는 고정된 정체성을 메뉴판처럼 제공하고 그것을 확산시킨다." 때문에 현대인은 타자와 자기의 관계를 매우 왜곡된 형태로 인식한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소셜 미디어는 의존증을 유발하는 마약과도 같다." 소셜 미디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인간의 비인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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