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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어 발음 무작정 따라하기
오경은 지음 / 길벗 / 2025년 9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 발음만큼은 학원 선생님이 아니라 배우님을 모델로 삼곤 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이 배우의 발음을 훔치고 싶다는 느낌적인 느낌에 강하게 사로잡히곤 했다. 멀리는 영화 《사관과 신사》의 리처드 기어, 《흐르는 강물처럼》의 브래드 피트, 《글래디에이터》의 러셀 크로우 등이 그러했다. 돌이켜보면, '테토남'의 멋진 발음을 무작정 따라하고픈 나였다. 그런데 토종 MZ세대라면, 영어 발음을 영상이 아닌 '책'으로 배웠다면, 다들 오경은 선생님의 『미국 영어 발음 무작정 따라하기』를 핵심 교본으로 삼지 않았을까. 1999년 처음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영어 발음 학습의 클래식이기 때문이다.
나는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이 외국어 학습을 방해하는 커다란 장애물 가운데 하나라고 믿는 사람이다. '오렌지'와 '인터넷'은 그나마 양반이다. '더블', '치즈버거', '다이어트 코크', '배터리' 등 무수히 잘못된 한국식 표기가 매끄러운 영어 듣기와 회화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곤 한다. 물론 해외 유학 경험이 일도 없는 토종 한국인이 치즈를 잔뜩 바른 것처럼 발음을 너무 굴려도 문제긴 하다. 적어도 내 눈엔 징글징글한 사기꾼처럼 보이니 말이다.
미국식 영어 소리를 완성하려면 다음 두 가지 기본을 숙지해야 한다. 첫째, 알파벳을 쓰는 미국인의 구강구조는 한국인과 다르다. 둘째, 미국식 발음은 소리보다 리듬, 단어보다 강세가 핵심이다. 먼저 구강구조의 차이는 요령만 알면 충분히 극복가능하다. 가령 아에이오우 같은 모음인 경우, 입을 더 크게 벌리고 턱을 뚝 떨어뜨려 발음하는 것이 좋다. 자음의 경우, 우리말에 없는 소리인 f, v, th 발음은 유난히 신경을 쓰지만, 우리말과 비슷하다고 착각하는 b, c, g 발음은 오히려 한글처럼 하려다 발음이 부정확해지고 만다. 서양인의 성대가 우리보다 안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음 발음의 차이를 극복하는 요령은 턱을 목쪽으로 더 당기는 것이다. 원어민의 발음을 듣다보면 안으로 삼켜지거나 입안에서 뭉개지는 소리에 애를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연음법칙이나 영어 특유의 리듬 이전에 구강구조의 차이에도 원인이 있다.
저자는 발음은 사전만 가지고 공부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사전의 발음 표기가 언어습관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t 발음은 영어 사전에 기록된 정석 [t] 발음 외에도 7가지 다른 형태로 변한다. 저자는 이를 'T법칙 8가지'로 정리한다. 정석 t 발음, 굴리는 소리, 콧바람 소리, n에 먹힌 소리, 사라지는 소리, 된소리, tr의 소리, 소리 없는 묵음이 그러하다. 저자는 "t 발음만 알아도 영어의 70%가 들린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