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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앉기를 권함 - 스즈키 슌류, 마지막 가르침
스즈키 슌류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9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선 수행은 자기발견의 여행이다. 여행의 목적은 마음을 밝히고 성품을 보는 것, '명심견성'이다. 조동종의 명상 마스터 스즈키 슌류 노사는 자기발견의 여행으로 '그저 앉아 있기'를 권한다. 지관타좌, 그것이 자기 발견의 여행인 참선의 시작이자 끝이다. 불립문자, 직지인심, 견성성불과 같은 선불교의 전통적인 가르침은 자기발견의 여행을 돕는 조언일 뿐이다.
스즈키 슌류 노사는 1959년 55세의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미국 최초의 불교 선원인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와 타사하라 선 센터 등을 창설했다. 대표작 《선심초심》이 참선 수행의 교과서라면, 《그저 앉기를 권함》(쌤앤파커스, 2025)은 '나답게 살아가는 수행'의 일상성을 강조한 어록집이다. 강연록, 센터 소식지, 정기간행물 《윈드벨》과 기타 기록물 등에서 스즈키 노사의 말씀과 음성을 가려뽑았고, 각 장에 사용된 내용의 출처까지 알려주고 있다. 부록으로 조동종 불교의 윤리원칙인 십육조계를 설명하는 〈열여섯 가지 계율에 대해〉와 노사가 직접 들려주는 짤막한 개인사인 〈스즈키 슌류의 삶〉이 딸려있다.
진정한 나, '나다운 나'가 되는 법이 좌선이다. 그저 묵묵히 앉아 있는 것은 "순간순간 무슨 일이 벌어지든 상관없이 온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자신이 되는 방법"이다. 조급해하며 과하게 애쓸 필요도 없고 게을리할 이유도 없다. 삶의 모든 순간이 수행이기 때문이다.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우리가 가진 느낌을 나누는 것이 선 수행의 근본"이며, 좌선 수행을 바탕으로 한 일상선이야말로 진정성 있고 지속 가능한 선 수행이다. 지관타좌를 바탕으로 행동하면 가족, 이웃, 그리고 마주하는 만물과 멋진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뭔가를 얻겠다는 생각은 잊고, 그저 묵묵히 앉아 있을 때 진정한 자신이 되고 만물을 아우를 수 있다. 스즈키 노사는 좌선의 수행과 관대함의 수행, 그리고 계율 준수 간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적 수행과 함께 신체적 수행이 함께 이뤄질 때 계정혜에 격차가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