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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 절망의 이야기에서 희망의 이야기로 나아가는 길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 지음, 유영미 옮김 / 지베르니 / 2025년 8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지구상에서 이야기를 먹고 성장하는 존재는 호모 사피엔스뿐이다.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인류는 이야기를 만들고 전파하고 공유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라는 말이 있다. '약식동원'이란 말도 있다. 이야기도 음식처럼 이로운 보약이 될 수 있고 해로운 독약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신중한 선택이 중요하다. 사회분열과 불신을 조장하는 이야기는 해롭다. 증오와 거짓, 악의와 망상으로 범벅된 가짜뉴스는 해롭다. 이성과 증거, 사실과 논리를 무시하는 '탈진실'이나 '대안사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악이다. 이야기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보니 똘똘하게 선택할 수 있는 선구안과 안목이 중요하다. 지금보다 나은 삶, 오늘보다 더 나은 미래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이야기를 능동적으로 가려 들어야 한다.
이야기는 자아와 세상에 대한 시각과 입장을 변화시킨다. 저널리즘도 바로 그러한 이야기다. 그런데 부정적인 이야기에 특화된 장르라는 게 문제다. 가령 기자는 경비견처럼 '문제'의 냄새를 맡는 데 뛰어나다. 사회적 불공정, 억압, 위기, 부정의, 재난, 전쟁 같은 냄새를 잘 탐지한다. 하지만 명탐정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미치지 못한다. 신속, 공정, 객관, 간결 등의 뉴스 가치가 오히려 기자의 발목을 잡는 일이 빈번했다. 그러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뉴저널리즘 운동이 일어났다. 뉴저널리즘은 묘사와 대화, 스토리텔링 같은 소설 문학 기법을 뉴스에 적용한 문학적 저널리즘이다. 뉴저널리즘의 대표적 인물로는 존 허시, 톰 울프, 노먼 메일러, 게이 탤리즈, 조앤 디디온 등이 있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진보 저널리즘의 새로운 가능성을 문학적 스토리텔링보다는 사회학적 상상력에서 찾았다. 그것이 바로 문제 해결에 특화된 '건설적인 저널리즘'이다. 건설적인 저널리즘을 공식으로 표현하면, '문제+X'이다. 여기서 '문제'는 "우리 마음에 들지 않는 모든 것"을 뜻한다. 사회적 차원의 적폐, 부조리와 불공정은 물론, 개인적 차원의 걱정거리와 어려움 등을 두루 포함한다. 'X'는 문제를 감소시키거나 문제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다.
저자가 사회학적 상상력을 구비한 '긍정과 희망의 저널리즘'과 문제해결적 글쓰기를 강조한 이유는 분명하다. 대중이 이야기를 선택하고 소비하는 청중의 차원을 넘어, 개인적인 삶과 세상의 이야기를 보다 능동적으로 재구성하는 생산적 주체로 탈바꿈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다른 이야기'를 생산하고 소비하고 재생산하는 주체가 되어, 세상의 점진적 변화와 일상적 진보를 이끌어내는 진보 세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