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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7 : 손자병법 - 병서의 바이블 ㅣ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7
채지충 지음, 이신지 옮김 / 들녘 / 2024년 1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만화로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세계 최고의 병법서 『손자병법』을 테마로 삼으면 된다. 동양 고전과 동양 사상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화로 풀어낸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시리즈'는 한자 문화권의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손에 잡게 되는 그런 베스트셀러다. 다만 이번 들녁에서 펴낸 번역본이 채색판이 아닌 점이 아쉽다. 채색에다 판형을 더 키웠다면 좋지 않았나 싶다.
잘 알다시피, 『손자병법』은 이천오백 년 전 중국 춘추시대에 오나라 군사 전문가인 손무가 저술한 병서다. 선진시대 병가의 대표작으로, 동양의 모든 병서는 『손자병법』에 대한 주석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손자병법』은 전쟁의 기술을 다룬다. 가령 '병자궤도야'(싸움은 속임수다)나 '지피지기 백전불태'(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등의 명언이 그러하다. 현대에 이르러 『손자병법』은 "정치 및 기업 경영이나 스포츠 전략, 처세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롭게 해석·활용되고 있다."
『손자병법』이 다른 평범한 병서나 전략서와 가장 다른 점은 싸움에서 이기는 기술을 다루면서도 결국은 경쟁상대와 더불어 서로 윈윈하는 공존의 철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데 있다. 훌륭한 장군은 전쟁을 삼가고, 최상의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는 주장이 한 예다. 손무의 군사 전략과 전술이 재현하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전쟁, 갈등, 생존보다 한 차원 더 높은 평화, 타협, 인간다운 생활에 있다는 얘기다.
『손자병법』은 총 13편으로 크게 이론편과 실전편으로 나뉜다. 이론편의 핵심은 권모와 형세이고, 실전편의 핵심은 전투와 기술이다. 권모는 시계(始計), 작전(作戰), 모공(謀攻) 세 편이다. 시계편에선 전쟁의 다섯 가지 원칙인 '도(道)·천(天)·지(地)·장(將)·법(法)'을 소개한다. 바로 치도, 천시, 지리, 장군, 기율이다. 작전편은 야전시의 속전속결을 강조하고, 모공편은 적의 성곽을 공략하는 법을 다룬다.
"가장 뛰어난 전략은 모략으로 적을 이기는 것이고
그 다음은 외교적인 수단을 써서 적을 굴복시키는 것,
마지막이 강대한 군사력을 동원하여 적을 항복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최하책이 적의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44, 45쪽)
군쟁편에선 변화무쌍하게 기만을 잘해야 전쟁에서 성공할 수 있다며, '풍·림·화·산·음·뇌정(風·林·火·山·陰·雷霆)'의 자연 물상에 비유해 용병의 묘미를 설명한다.
"군대가 행동할 때는 질풍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고요할 때는 엄숙하고 숙연하기가 숲속의 나무와 같다.
공격할 때는 초원을 삼키는 거센 불길 같아야 한다.
방어할 때는 큰 산처럼 우뚝 서서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숨을 때는 마치 먹구름이 하늘을 가리듯, 적들이 알 길이 없게 한다.
신속하게 행동할 때는 번개같이 쳐서 적을 피할 수 없게 한다."(81~83쪽)
첩보전을 다루는 용간편에선 향간, 내간, 반간, 사간, 생간이라는 다섯 종류의 첩자를 이야기한다. 향간은 적국의 고장 주민을 이용하는 것, 내간은 적국의 관리를 이용하는 것, 반간은 적의 첩자를 매수하여 역이용하는 것이다. 사간은 적국에 파견되어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데 살아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지만, 생간은 적진에서 정보를 염탐한 뒤 귀국하여 보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