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읽으면 여한이 없을 한비자
김영수 엮음 / 창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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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왕학의 교과서'로 일컬어지는 『한비자』는 사상서이자 철학서이자 역사서이자 우화집이다. 인문학자 김영수는 『한비자』를 "오늘날 인간관계의 속성과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유용한 이해의 틀"로써 바라본다. 기실 현대를 살아가는 교양인의 눈으로 보아도, 『한비자』는 여전히 유효한 리더십 계발서이자 사회심리학 교과서다. 또한, '모순', '역린', '식여도', '양약고구', '수주대토'와 같은 우화와 고사성어의 보물창고이기에, 인문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

저자는 비운의 천재 한비자의 일생을 사마천의 〈노자한비열전〉에 기반해 한비자와 진왕(훗날 진시황)을 중심으로 톺아본다. 진왕은 한비자의 〈고분〉과 〈오두〉 두 편을 읽고선, "과인이 이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한비자의 사상에 매혹됐다.

한비자는 전국 말기 약소국 한나라의 왕실 서자 출신으로, 유가 사상을 집대성한 순자 문하에서 이사와 함께 수학했다. 훗날 진나라 재상이 되는 이사는 출세지상주의자였는데, 자기 스스로 한비자보다 못하다고 인정했다. 출세를 위해 이사는 동문인 한비자를 해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한비자의 고향은 오늘날 하남성 서평현 한당촌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한비자 사상의 핵심은 법·술·세라는 세 범주다. 이런 한비자의 사상에 영향을 준 법가 사상가로는 상앙과 신불해, 신도가 있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개혁가로 꼽히는 상앙은 법령의 원칙인 법(法)을 중시했고, 저서 『상군서』가 전해진다. 한나라에서 활약한 신불해는 법을 시행하는 방법인 술(術)과 형명을 강조했고, 저서로 『신자』 두 편이 있다. 신도는 신하들을 굴복시키는 세(勢)를 중시했는데, 세는 권세, 위세를 말한다.

저자는 한비자의 법·술·세의 관계를 바퀴 셋 달린 삼륜차(조직, 나라, 백성)의 세 바퀴에 비유한다. 가장 중요한 앞바퀴에 해당하는 것을 '세'로 보고, 뒷바퀴인 '법'과 '술'은 리더십을 뒷받침하는 수단과 방법으로 파악한다. 리더가 리더십의 본체인 세를 놓치거나 잃으면 법과 술도 쓸모가 없게 된다는 해석이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한비자의 다음과 같은 예리한 일침에 눈길이 절로 간다.

"리더가 고집만 세서 화합할 줄 모르고, 바른말을 듣지 않고 승부에 집착하며, 사직을 돌보지 않고, 경솔하게 자신감만 앞세우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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