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세계사 365 - 역사책 좀 다시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요나스 구세나에르츠.벤저민 고이배르츠.로랑 포쉐 지음, 정신재 옮김 / 정민미디어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달력을 보면 절기와 기념일이 표시되어 있다. 가령 음력 8월 15일 한가위, 10월 9일한글날, 12월 25일 성탄절 등이 예다. 종교 달력이나 문학 달력은 좀더 디테일한 구석이 있다. 일테면 천주교 달력을 보면, 1월 1일은 신정이면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자 세계평화의 날이기도 하다.

나라와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르게 체감되는 날도 있다. 10월 10일을 예로 들어보자. 10월 10일은 중화권에서 신해혁명을 기념하는 국경일로 '쌍집절'이라 불리는데, 한국에선 소설가 한강이 한국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매우 기념비적인 날이다. 전날인 9일이 마침 한글날이라서 더더욱 기억하기 쉽고 실로 겨레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아주 먼 옛날, 그러니깐 680년 10월 10일에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카르발라 전투가 있었다. 우마이야 왕조의 칼리프 야지드 1세가 카르발라 전투에서 라이벌인 후세인 이븐 알리를 물리친다. 후세인은 참수당하고, 그의 목은 다마스쿠스의 우마이야 대사원에 걸렸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6월 25일은 또 어떤가. 한국인이라면 1950년 6월 25일 민족상잔의 비극을 모르는 이가 없다. 불과 4일만에 서울이 북한군에게 점령당했다. 하지만 세계사 덕후가 아니라면 1530년 6월 25일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5세가 종교갈등 해결을 위한 아우구스부르크 화의를 소집했다.

세계사를 기록한 달력이 출시된다면 연표 방식이 좋을까 아니면 일력 방식이 좋을까. 내가 보기에 이상적인 편집은 일력과 연표 방식을 서로 혼용한 스타일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짠다면, 국사적으로나 세계사적으로나 오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쓸모있는 세계사 365》(정민미디어, 2024)는 365일 일력 방식을 채용해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의미 있는 역사적 사건들을 소개하고 있다. 유로화의 출범(2002년 1월 1일)부터 파나마 운하의 반환(1999년 12월 31일)까지 다채로운 세계사적 순간들을 들려준다.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한강 작가의 대표작이 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와 1948년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가 그러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주도에서 학살이 벌어지던 바로 그 날에, 미국 국무장관 조지 마셜은 전후 폐허 상태인 유럽을 대규모로 지원하는, 이른바 마셜 플랜에 의거한 대외원조법을 제정했다. 마셜 플랜 홍보 포스터의 한 문구는 "어떠한 난항을 겪더라도 우리는 함께 잘 사는 길을 추구한다"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제주의 그 날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역사는 언제든지 되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