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초보자의 차이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해서 자연스레 비범함과 탁월함 그리고 천재성에 대한 연구의 길에 빠져들었다. 물론 반대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탁월함에 대한 일반 연구에서 시작해서 보다 협소한 전문성 연구로 나아가는 길도 있다. 전문성 분야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파고 있지만, 절차적 지식과 암묵지를 강조하는 인지모델이나 교육심리학의 차원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학제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깊이도 유지해야 하지만 폭을 넓히는 과정도 필수적이라 본다.
일만 시간의 법칙, 좌뇌와 우뇌의 기능, 다중지능, 마인드셋, 전문가의 인지 구조, 광기 가설을 넘어선 자기계발이나 자기설계의 통합 로드맵을 제시한 이론이 있을까. 내가 FBI 요원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조 내버로의 『자기 설계자』(흐름출판, 2022)를 펼쳐 든 이유다.
성공학과 처세술의 분야에서, 'FBI식~'은 '하버드식~'만큼이나 한국에서 잘 통한다. 시중에 넘쳐나는 '하버드식' 성공학은 솔직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감상이 들게 하는 졸작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조 내버로의 책은 역시나 믿을 만하다. 이 책은 비범한 사람들의 다섯 가지 특징을 소개하고 있는데, 자기 통제력(Self-Mastery), 관찰력(Observation), 소통력(Communication), 행동력(Action), 심리적 안정(Psychological Comfort)이 탁월한 사람들이 바로 비범한 사람들이다.
비범한 사람들은 셀프 멘토링의 달인이다. 이들은 자신의 삶과 성장을 스스로 설계하고 지휘할 수 있는 깜냥이 뛰어나다. 비범한 사람들의 다섯 가지 특징 가운데 가장 근간이 되는 특성이 또한 자기통제력이다.
비범한 사람들은 작은 정보들을 포착해 상황을 전체적으로 통찰하는 숙달된 관찰자다. 다른 사람을 관찰하여 사람과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통찰력과 상황 인식이 뛰어나 '각성한 인식'을 보여준다. 각성한 인식이란 "할 수 있는 모든 감각을 이용해서 주변 세계를 최대한 편견 없이 관찰하고 해독하는 능력"을 말한다. 관찰과 상황 인식이 호기심과 배려심과 결합할 때 각성한 인식이 탄생한다.
"비범한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살피고 조사하고 깊이 파고들고 시험하고 입증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 그리고 세상에 대해 더 정밀하게 배운다."(135쪽)
비범한 사람들은 마음을 사로잡아 사람을 움직이고 변화를 만들어 내는 소통 능력자다. 신뢰감을 주고 친밀감을 주는 언어적 소통법과 상대방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은 몸짓과 같은 비언어적 소통법에 모두 능하다. 저자는 흥미롭게도 심리적 위안을 제공하고 때로는 치유를 돕는 '치유자의 소통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샤먼과 유능한 의사들의 소통법에 기반한 것으로, 치유자의 소통법은 시각, 목소리, 말, 촉각의 순서로 진행된다. '낭만 닥터 김사부'나 '슬기로운 의사생활' 같은 휴먼 메디컬 드라마에서 명의로 소문난 의사들이 환자들을 대하는 태도와 방법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비범한 사람들은 시의적절한 올바른 행동력을 선보인다. 다시 말해서, 시의적절하게 옳은 행동을 하여 나를 알리고 신뢰의 발판을 쌓는다. 이들은 행동의 윤리적·사회적 기반을 잊지 않고 배려, 신뢰, 책임이 있는 행동을 실행하려고 노력한다. 저자는 '좋은' 행동을 결정하는 네 가지 기준 혹은 윤리적 행동 규칙을 제시하는데, '신뢰', '가치', '긍정적인 영향', '친사회성'을 기준점으로 삼는다. 윤리적 행동 규칙은 실행을 고려 중인 행동이 적절한지 평가하는 데 유용한 네 가지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의 행동과 행위는 신뢰를 형성하는가', '나의 행동과 행위는 가치를 더하는가', '나의 행동과 행위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거나 영감을 주는가', '나의 행동과 행위는 친사회적인가'.
비범한 사람들은 두려움을 통제하고 심리적 안정을 끌어올려 최대치의 성장을 이뤄낸다.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법이다. 불안함과 두려움을 제거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하는 일은 리더십의 중요 덕목이기도 하다.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준비성과 의지, 그리고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는 종종 리더십이란 책임을 맡고 방향을 정하고 아이디어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하지만 리더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닥치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다루는 것임을 잊는다. 눈을 가리는 불합리를 벗어던지고 객관적으로 보는 것, 더 명확한 비전을 상기시키는 것, 더 용감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라고 격려하는 것, 비합리적인 두려움에 숨을 불어넣지 않는 것, 또는 두려움이 우리를 방해하고 해치고 산만하게 만들고 분열하고 파괴하도록 놔두지 않는 것이 리더가 할 일이다."(3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