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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사고를 방해하는 64가지 오류
알베르트 뫼스메르 지음, 이원석 옮김 / 북캠퍼스 / 2022년 8월
평점 :
독일 작가 알베르트 뫼스매르는 합리적 사고를 방해하는 64가지 잘못된 추론을 소개하고 있다. 오류 추론 또는 잘못된 추론은 논증에서 거짓 전제나 논리적 실수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틀린 추론이다. 크게 형식적 오류 추론과 비형식적 오류 추론으로 나뉜다.
형식적 오류 추론은 실수가 논의 구조에 있을 때 나타난다. 비록 전제가 참일지라도 전제에서 결론을 유추할 수 없을 경우다. 예를 들면, "몇몇 남자는 의사다, 몇몇 의사는 키가 크다, 그러므로 몇몇 남자는 키가 크다"의 경우, '키가 크다'는 속성을 '여자다'로 바꿔보면 논리적 오류가 매우 쉽게 보인다. 한편, 비형식적 오류 추론은 실수가 불분명하거나 다의적이거나 틀릴 수 있는 내용에 있다. 가령 "확인할 수 없는 비행 물체는 UFO다, 어제 나는 하늘에서 그런 알 수 없는 비행물체를 보았다, 그러므로 나는 어제 UFO를 본 것이다"의 경우다.
인간은 타고난 인지 구두쇠이기 때문에 잘못된 추론의 길에 쉽게 빠지곤 한다. 탈진실의 메카인 대중매체와 유튜브, 그리고 인터넷 댓글이 마르지 않는 잘못된 추론의 근원지이기 때문에, 오류 추론의 목록은 무작정 늘어난다. 소피스트 같은 논객들이 아고라에서 맹활약하던 고대 희랍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13가지 오류 목록을 작성한 적이 있다. 그런데 요즘이야 맘만 먹으면 130가지에 이르는 오류 목록도 작성할 수 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누구나 소피스트가 될 수 있는 세상, 누구나 자기 손안에 아고라를 지니고 다니는 세상, 그리고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적 오류 추론을 체계적으로 다룬 최초의 철학자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적 오류 목록은 크게 표현 방식과 관련 있는 오류 여섯 가지와 표현 방식에 기인하지 않는 오류 일곱 가지로 나뉜다. 표현 방식과 관련 있는 오류는 애매어(동음이의어)의 오류, 모호함의 오류, 결합 오류, 분할 오류, 강조 혹은 억양 오류, 표현 형식의 오류이고, 표현 방식에 기인하지 않는 오류는 부수적인 것(우연)의 오류, 문장 자체가 참인 것과 맥락상 참인 것으로 구별하지 못한 오류, 논점 일탈에 근거한 오류, 선결 문제 요구의 오류, 순환에 의한 오류, 원인이 아닌 것을 원인으로 삼은 오해의 오류, 복합 질문의 오류다.
독자 여러분이 이 책에서 제시하는 64가지 오류를 제대로 숙지했다고 치자. 덕분에 토론과 대화에서 신경써서 합리적인 주장을 전개하고 상대방의 논리적 오류나 비약을 충분히 격파할 수 있다고 치자. 그래도 여전히 한 가지 골치 아픈 문제가 남는다. 바로 상대의 추론과 논증이 잘못되고 불완전하다는 점을 아무리 지적해도, 상대방이 꿈쩍도 하지 않고 그 주장과 의견을 그대로 고수하는 매우 답답한 경우 말이다. 정치 시사 프로그램을 보면 논리에 논리로 응수하는 이들보다는 감정과 신념으로 응수하는 이들이 더 많다. 설령 상대방이 자신의 오류를 신사답게 인정했다 해도 내세운 의견과 주장을 철회할지는 또다른 미지수다. 때문에 나는 토론과 대화에서 논리보다는 공감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책을 덮고서 자칫 '논리가 최고'라는 식의 발상은 유치하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