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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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를 심리역동적으로 읽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내면아이(inner child)' 독법이다. 양을 그려달라고 부탁하는 어린왕자를 우리 내면의 '참나'인 내면아이로 간주하고, 조종사나 여우, 장미는 물론 다른 등장인물들을 우리 내면의 '거짓된 자아'인 성인아이의 양태로 해석하는 독서법이다. 간단히 말해서, 《어린 왕자》 이야기를 한 사람의 내면세계에서 벌어지는 역동적인 심리극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저자 정여울은 《나의 어린 왕자》(크레타, 2022)에서 내면아이 독법으로 《어린 왕자》를 읽어낸 경험에 기대어, 내면아이와 성인자아의 대화를 펼쳐보인다. 정신분석에서 즐기는 '카우치의 대화치료'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여울은 재밌게도 내면아이에게 '조이'라는 이름을, 그리고 성인자아에게는 '루나'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세종대왕이 들으면 꽤나 섭섭했을 서양식 이름이다. 아무튼 조이와 루나의 대화를 통해, 독자들은 작가가 유년시절에 경험한 두 가지 트라우마를 알게 된다. 하나는 학창시절 절친이라 믿었던 친구의 배신을 동반한 왕따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친척에게 당한 성추행 사건이다. 왕따와 성추행이 얼마나 지속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어릴 때 겪은 두 사건이 성인이 된 작가에게 여전히 아픔과 불안, 두려움을 던지는 마음의 그림자로 남아있다는 건 확실하다. 

저자가 내면아이와 성인자아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자기성찰과 자기치유에 도달하는 길을 보여주려는 의도는 이해했다. 하지만 자기서사가 갖는 치료적 효과가 조이와 루나의 대화에선 그리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아직 트라우마의 속살까지 헤집고 들어간 수준이 아니라서 그런진 몰라도, 내면 심리극의 통합과정이 그다지 원만하게 전개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좀 유치한 면도 없지 않다. 저자 스스로도 이런 결핍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저자가 영문판 《어린 왕자》에서 직접 번역한 힐링 대목을 보면, 조이와 루나의 내면 심리극을 보충하려는 지지대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저자의 이 책은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김영사, 2019)의 자매편 혹은 '힐링 사례집'에 해당하는데, 두 책을 한데 합쳐 교정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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