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이타주의자 -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결국 앞서가는 사람들
슈테판 클라인 지음, 장혜경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제학자가 범한 가장 큰 오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는 계산적인 인간상에 있다. 경제학자가 허무맹랑한 소설을 쓴 셈이다. 사회학자나 인류학자에 따르면, 인간은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아니라 호모 레시프로칸스(상호성 인간)다. 살만한 인간다운 사회는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정글 사회가 아니라 타인을 돌보고 배려하는 공생 사회다. 공생 사회의 씨앗이라 할 수 있는 친절과 신뢰는 우리 유전자에 내재해 있다. 석기 시대부터 공동 육아와 공동 사냥의 문화로 배태되어온 오랜 진화의 괜찮은 결과물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관계를 통해 증폭되고 재생산된다. 가령 자선은 새로운 자선 행위를 불러오고, 친절과 배려는 또 다른 친절과 배려를 불러오고, 신뢰는 또 다른 신뢰를 키운다. 우리는 친절의 대인 효능, 신뢰의 사회적 효능을 망각하곤 하는데,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처럼, 우리의 상호성 관계는 공명체처럼 작동한다.

"사람들은 조건부 이타주의자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이타적 행동의 여부를 결정한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일이 한 집단을 협력으로 이끌 수도, 각자의 길로 흩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224쪽)

우리는 호모 레시프로칸스다. 상호적 인간의 이타적 행동을 부추기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사회의 다양성, 네트워크화, 그리고 자원보다는 정보에 가치를 두는 새로운 지식 경제 기반이다. 이런 새로운 경제를 '무중력 경제'라고도 부른다. 유럽의 인문주의자 슈테판 클라인은 미래의 무중력 경제에선 나눔 정신과 이타심의 재능이 훨씬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타주의자는 관계에서 자란다. 그 관계의 동심원은 진화론자가 애초에 주장했던 것보다 더 넓고 크다. 가령 유전학자 윌리엄 해밀턴은 이타적인 행동이 친척 간에만 유익하다는 협소한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미국 화학자 조지 프라이스는 이타적인 행동은 혈연과 지연 관계를 넘어서 민족 집단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집단 간의 경쟁이 집단 내부의 경쟁보다 심할 경우, 이타적 성향이 강한 집단이 이기적 성향의 집단보다 우위를 점한다고 논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데일리 대드 - 철학자 아버지가 성찰하는 부모에게 전하는 365일 삶의 지혜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이현주 옮김 / 청림Life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다. 임금 노릇, 선생 노릇, 부모 노릇이 하나라는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물론 어느 노릇이나 쉬운 건 단 하나도 없다. 다 힘들고 어렵다. 다 희생과 사랑과 헌신이 기본 설정값인 노릇들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중 가장 어려운 노릇을 굳이 꼽자면 나는 당연히 '부모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상 아주 훌륭한 정치인이나 백 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뛰어난 참교육자를 떠올려보라. 그리고 이들이 과연 자녀들에겐 좋은 부모나 훌륭한 부모였는지 따져보라.

가령 '인도 민족의 스승'이라 불리는 마하트마 간디의 경우를 보자. 20년간 비폭력불복종 투쟁을 가열차게 이어온 간디는 세계사에 영롱하게 빛나는 탁월한 정치 지도자이자 위대한 철학을 몸소 실천한 대중적 스승이었다. 아시아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타고르가 '위대한 정신'이라는 뜻으로 '마하트마'라 부른 그런 간디다. 하지만 사적으로 간디는 매우 큰 약점이 있었다. 바로 부모 노릇에 철저히 실패했다는 점이다. 인도 민중의 사랑을 듬뿍 받았어도 아들 하나의 사랑을 전혀 받지 못했던 간디에게 부모 노릇과 양육의 길은 정치적 투쟁이나 민중교육보다 더욱 힘겨운 여정이었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작가 라이언 홀리데이가 부모 노릇과 자녀 교육에 대한 신간을 펴냈다. 지금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새내기 부모라면 '최애서 리스트' 일순위에 오를 그런 책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다양한 테마를 다룬, 1년 365일 다이어리 형식의 자기계발서라서, 날마다 혹은 달마다 부모 노릇에 대한 점검과 성찰이 필요할 때 매우 요긴한 기준점 혹은 참조점이 되어준다.

"아이들은 스펀지이기도 하면서 거울이기도 하다." "누구나 부모가 될 수 있지만 누구나 부모라고 부를 수 없다." 정말 하나같이 가슴 속에 쏙쏙 박히는 말이다. 좋은 부모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부모들, 자녀의 진정한 팬이 되는 방법을 알고 싶은 부모들,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해보고 싶은 부모들에게 정말 강추하는 바다. 양육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세상의 모든 부모들에게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줄 그런 구원군 같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행복을 풀다 - 구글X 공학자가 찾아낸 불안을 이기는 행복 코드
모 가댓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각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일까. 구글 엔지니어 출신의 작가 모 가댓은 우리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바로 '생각'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우리가 삶에서 견뎌야 하는 가장 가혹한 상황보다 우리 머릿속의 작은 목소리가 우리 기분과 감정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고로 생각의 재구성과 생각의 파수꾼이 행복의 첩경이다.

공학도 출신답게, 저자는 뇌를 컴퓨터에 비유한다. 우리가 뇌에 특정한 정보를 입력하고 특정한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항상 똑같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 뇌/컴퓨터의 가장 큰 특징이다. 따라서 부정적인 감정이나 반복되는 부정적인 생각을 지우고, 스트레스와 긴장 국면을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훈련해야 한다. 저자는 컴퓨터과학과 신경과학에 근거해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내재된 사고 과정을 바꿀 수 있는 효과적인 훈련볍을 알려준다.

가령 저자는 "오늘날의 현대 사회에 끊임없이 뚝뚝 떨어지는 거짓된 정보"를 '감춰진 도화선'이라고 부른다. 감춰진 도화선의 대명사는 매스 미디어다. TV채널, 소셜 미디어, 리얼리티 방송, 인터넷 등이 오늘날 가장 강력한 '오염된 정보원'이다. 오염된 정보원을 청소하고 감춰진 도화선을 제거하는 기본 작업이 바로 똘똘한 정보 다이어트 혹은 정보 단식이다. 스스로 부정적이고 타당하지 않은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도록 점검해야 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행복은 우리의 초기 설정값이다. 우리 뇌에는 행복을 위해 최적화된 네 개의 주요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삶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경험하는 프로그램,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 몰입하게 하는 프로그램, 베푸는 프로그램이 그러하다. 이들 네 가지 프로그램은 꾸준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업그레이드의 요령은 학습하기 전에 존재하고, 행동하기 전에 학습하는 것이다. 저자의 슬로건을 빌면, '존재하라, 학습하라, 행동하라'이다. 우리 뇌 안에서 꼬리를 무는 안전에 대한 불안과 불필요한 것에 대한 집착을 피하려면 행동하기 전에 학습하고 학습하기 전에 존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라리를 판 수도승 - 꿈을 실현하고 운명의 주인으로 사는 법
로빈 샤르마 지음, 이균형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도승이 된 백만장자 변호사가 있다. 변호사가 세속적인 성공과 서구 합리성을 대표한다면, 수도승은 영적인 깨달음과 동양의 지혜를 대표한다. 수도승의 이름은 줄리안 맨틀. 자기계발의 멘토 로빈 샤르마가 베스트셀러 『페라리를 판 수도승』(라이팅하우스, 2024)에서 내세운 가공의 인물이다. 줄리안은 전국 최고의 소송 전문 변호사로 승승장구하던 차에 그만 심장발작으로 쓰러지고 만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줄리안은 변호사직을 내던지고 인도로 영적인 모험을 떠난다. 아끼던 자신의 빨강 페라리를 팔아버리고 말이다.

줄리안은 히말라야에서 조우한 '시바나의 위대한 현자들'에게서 '꿈을 실현하고 운명의 주인으로 사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 비법을 신비로운 우화의 형식으로 후배 변호사인 존에게 전수한다. 이처럼 페라리를 판 수도승 줄리안 맨틀이 영성 멘토로 등장해 후배 변호사 존을 일깨우는 자기계발 스토리가 이 책의 골간이다.

시바나는 '깨달음의 오아시스'란 뜻이다. 시바나의 현자인 요기 라만이 알려준 더 나은 삶의 지혜는 일곱 가지 기본 덕목을 강조한다. 이는 "자기 지배와 자기 책임 그리고 영적 각성의 열쇠가 되는 일곱 가지 근본원리"이기도 하다. 요기 라만이 줄리안에게 알려준 우화 속엔 일곱 가지 덕목을 나타내는 각각의 상징물이 제시된다. 정원, 등대, 스모 선수, 밧줄, 스톱워치, 장미, 다이아몬드 길이다. 이들 상징은 깨달은 삶을 위한 일곱 가지 영원한 덕목을 나타낸다.

가령 정원은 '마음의 주인이 되라'는 덕목을 나타내고, 등대는 '삶의 목적을 따르라'는 덕목을 나타낸다. 스모 선수는 '카이젠을 실천하라'는 덕목을 나타내고, 밧줄은 '수행의 삶을 살라'는 덕목을 상징한다. 스톱 워치는 '시간을 소중히 여겨라'는 덕목을, 장미는 '이타적으로 봉사하라'는 덕목을 상징한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길은 '현재를 끌어안아라'는 덕목을 상징한다.

백만장자 변호사에서 깨달은 수도승이 된 줄리안이 전한 지혜로운 말들 가운데 가장 내 가슴을 울린 구절은 다음과 같다.

"상처는 지혜로 바뀔 수 있다. 마음을 고쳐먹기만 하면 걸림돌이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역경이, 심지어는 비극이 선사해 주는 놀라운 기회를 놓치지 말라. 가슴을 찢어놓는 일이 그대의 삶을 역전시켜 줄 수 있다."

이 말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인쇄공의 '오자' 개념을 빌어 강조한 수정 가능한 삶을 상기시킨다. 때론 위기가 기회가 되거나 기적이 되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뇌 살인
혼다 데쓰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상력에도 맑고 탁함이 있다. 탁하고 어둑한 상상력의 막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르가 범죄 스릴러다. 특히 일본 작가 혼다 데쓰야의 엽기적인 범죄소설《세뇌살인》(북로드, 2024)은 상당히 오싹하고 역겨운 범죄 수법을 그리고 있는데, 한 맨션에서 일곱 명이 살해되고 해체된 잔혹 범죄를 다룬다. 나처럼 비위가 약한 분이라면, 독서의 후유증이 상당할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고기를 잘 먹고 비위가 좋아도 식사 직후라면 이 책의 독서는 다소 무리가 아닐까 싶다.

땅딸막한 몸집의 곰 같은 느낌을 풍기는 남성 범죄자가 등장한다. 소설 속 묘사에 따르면 기생적인 착취형 스타일이다. 독자는 범죄 수법의 잔인함에 한 번 놀라고, 공범이 피해자면서 가해자이기에 두 번 놀라고, 2002년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난 존속살인 '기타큐슈 일가족 감금살인사건'을 재구성한 이야기라고 해서 세 번 놀란다.

핵심 범인은 마쓰나가 후토시라는 남자인데, 남자의 끊임없는 조종과 세뇌에 시달리던 일가족 일곱 명이 서로를 학대하고 죽인 후 시신을 해체했다고 한다. 마치 미스터리 공포영화처럼 끝나도 끝나지 않은 듯한 찜찜함과 오싹함이 남는데, 이를 '범죄의 세습' 혹은 '범죄의 학습'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범행(살인상해) 장소는 선코트마치다 맨션 403호. 생존자는 고다 마야(17세), 용의자는 아쓰코(하라다 유키에)라 불리는 여성이다. 맨션 임대인은 마야의 아버지 고다 야스유키다. 소설에선 마쓰나가 후토시에 해당하는 인물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둘은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다. 우메키 요시오라는 신원 미상의 남자가 유아사 메구미의 일가족과 하라다 유키에의 가족들을 조종하고 세뇌하고 고문하고 살인을 저지르게 한 핵심 인물이라면, 세이코의 친부인 나카모토 사부로는 원흉 요시오(다케이 노부오)를 처단한 복수혈전의 인물로 나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