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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궁그미를 위한 물리 열두 살 궁그미를 위한 과학 시리즈 1
로라 베이커 지음, 알렉스 포스터 그림, 권영균 옮김 / 니케주니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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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궁그미가 물었다. "달이 사라지면 어떻게 돼요?" 내 머릿속엔 먼저 '조석 간만의 차'라는 기본 지식이 떠올랐다. 달이 사라지면 밀물과 썰물이 없으니 바다의 파도가 일지 않으리라는 것, 서핑을 할 수 없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자기 손가락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밤이 온통 칠흙같이 어두울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한달간 초승달에서 보름달, 다시 하현달로 변하는 아름다운 달빛 축제도 영영 볼 수가 없게 되고, 둥근 보름달과 풍성한 먹거리가 함께하는 민족 대명절 한가위도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정도가 내가 말해줄 수 있는 답이었다. 정작 가장 중요한 답은 한참 뒤에야 떠올랐다. 바로 인류의 멸망이다. 공룡 대멸망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인류 대멸망이야말로 바로 달이 사라져 인류가 치루는 가장 큰 재난이 아닐까 싶다. 

혹자는 달이 없어지면 지구 자전축이 불확실해져 극심한 기후변화가 도래하고, 갯벌이 사라지고, 해양 생태계가 붕괴되고, 야행성 동물들도 먹이를 찾을 길이 없어 멸종할 수 있다고 한다. 소행성 격돌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심지어 지구의 자전이 아예 멈출 지도 모른다고 한다. 역시나 달의 부재는 곧 지구의 괴멸이다.

아이가 과학자가 되길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물리와 화학, 지구과학 같은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지적 호기심이 강하고 관찰력과 논리력이 나름 좋다는 얘기이므로 꽤나 기분 좋은 일이다. 과학자처럼 생각하려면 혹은 물리학자처럼 생각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책은 '모든 것에 질문 던지기, 실험하기, 기록하기, 질문을 멈추지 않기'를 요건으로 꼽는다. 

이 책은 초등 고학년 궁그미들이 관심 가질 만한 물리학 분야(동역학, 에너지와 전자, 광학, 음향학, 천체 물리학, 응용 물리학)의 핵심 주제를 백과사전식으로 다루고 있다. 힘, 마찰력, 중력, 전기, 빛, 소리, 빅뱅, 달, 우주, 공학, 첨단 기술 등과 관련된 과학 개념들을 초등 수준의 눈높이에 맞추어 정리하고 있다. 그림과 도표 등을 활용한 깔끔한 구성이 맘에 든다. 중학생이 되어도 기초 과학 교재로 활용이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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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꾸러기 삼각형 I LOVE 그림책
마릴린 번스 지음, 고든 실베리아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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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형에 꽂히면 모든 사물이 도형의 화신처럼 보인다. 특히 화장실과 목욕탕에 있을 때면 눈에 밟히는 게 바로 도형이다.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육각형 등 유난히 자잘한 도형들이 대군처럼 정렬해있는 도형의 천국이 바로 그러한 공간들이다. 호기심 어린 눈은 사물에서 도형을 찾아보고 남다른 특징을 이야기한다. 미국에서 수학교육 전문가로 활동하는 마릴린 번스의 그림책『욕심꾸러기 삼각형』(보물창고, 2022)은 삼각형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도형의 눈으로 본 흥미로운 사물 이야기를 들려주고, 도형의 기능적인 쓸모와 쓰임새에 주목하게 만든다. 

영화 「전우치」에 이런 유명한 대사가 있다. "도사는 무엇이냐. 바람을 다스리고, 마른 하늘에 비를 내리게 하고, 땅을 접어 달리며, 날카로운 칼을 바람처럼 휘둘러 천하를 가르고… " 어라, 주인공 삼각형도 도사 전우치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세모는 무엇이냐. 트라이앵글이 되어 노래를 하고, 배의 돛이 되어 바람을 모으고,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이 되거나 상큼한 샌드위치 반 조각이 되기도…. 물론 그중에서도 개구진 삼각형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사람들이 손바닥을 엉덩이에 척 갖다 댈 때마다 그 안으로 쏙 들어가 자리를 잡는 일이다. 

하지만 삼각형은 늘 똑같은 모양으로 똑같은 일만 하는 것이 지루해져서 변신 마법사를 찾아간다. 그리고 마법사를 찾을 때마다 각 하나와 변 하나를 추가 주문한다. 그렇게 사각형, 오각형, 육각형이 되고, 변과 각이 늘어날수록 원의 형태에 가까워진다. 마법사의 도움으로 사각형이 되자 바둑판, 장기판, 텔레비전, 극장 화면, 창틀 등으로 활약하고, 오각형이 되자 야구장 홈베이스, 축구공 조각, 별 가운데 모양, 미국 국방부 건물 모양 등으로 제 역할을 해낸다. 육각형이 되어 거실 바닥 타일, 크래커, 볼트, 꿀벌집 등으로도 열심히 일하곤 한다. 

끝도 없이 욕심을 부려 점차 원이 되어가던 주인공은 다시금 옛날의 삼각형으로 되돌아가고 싶어진다. 원의 쓸모와 쓰임새에 금방 싫증이 난 것일까, 아님 뭔가 남다른 각성을 하게 된 것일까. 삼각형은 자기 본분과 역할을 다하려면 자기가 가장 잘 하는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지 않았을까 싶다. "세모란 무엇이냐. 돛이 되어 바람을 모으고, 팬티가 되어 소중이를 보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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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의 나라 - 문화의 경계에 놓인 한 아이에 관한 기록
앤 패디먼 지음, 이한중 옮김 / 반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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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학의 범주 가운데 '날 것'과 '익힌 것'이 있다. 내가 앤 패디먼의 《리아의 나라》(반비, 2022)를 읽으면서 줄곧 뇌리에 떠오른 문화인류학적 개념이 바로 '날 것'과 '익힌 것'의 구조적 대립이다. 리아 리는 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 온 라오스 몽족 출신의 난민 아이다. 안타깝게도 리아는 생후 3개월에 심한 경직을 동반한 발작을 일으키는데, 미국 캘리포니아 병원 의사들은 가장 흔한 신경질환 중 하나인 '뇌전증' 진단을 내리지만, 몽족 출신의 부모인 나오 카오 리와 푸아 양은 오히려 딸이 샤먼이 될 수 있는 심신 조건인 '영혼에게 붙들려 쓰러진 병', 즉 우리식으로 치면 일종의 '무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 

리아를 둘러싼 의료분쟁의 배후에 뿌리깊은 문화적 장벽 혹은 신화적 장벽이 도사리고 있다. 병원에 몽족 언어를 구사하는 전문 통역자의 결여로, 의사와 환자 가족 사이에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문제도 적지 않았지만, 서구식 병원의 치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불신하는 몽족 부모와 환자 가족을 비협조적이라 여기고 몽족 신앙을 우매한 미신으로 간주하는 미국 의사들간의 보다 깊은 신화적 차원의 갈등이 존재했다. 

여기서 라오스 몽족의 무속 치료 문화는 '날 것'으로, 미국의 현대의료 시스템은 '익힌 것'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날 것과 익힌 것'은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신화학》이란 역작에서 내세운 개념적 대립쌍인데, 구조주의 인류학은 한 문화의 심층 신화는 음양, 남녀, 야생과 문명, 날 것과 익힌 것 같은 일련의 개념적 대립쌍으로 구조화되어 있다고 본다.

오만과 편견에 휘둘리는 사랑은 지혜롭지 못한 사랑이다. 타자 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결여된 자기중심적인 사랑은 정말 세상에서 제일 아끼는 이를 고통의 수렁으로, 심지어는 죽음의 늪으로 몰아넣곤 한다. 생후 8개월부터 네 살 반이 될 때까지, 리아는 총 열입곱 번 입원했다. 4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처방은 스물세 번이나 바뀌었다. 의사들의 노력과 헌신 혹은 연민이 부족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 리아의 가족들이 처방된 약을 제대로 투약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의사들은 그렇다고 굳게 믿었다. 약을 제대로 먹이지 않는 리아네 부모가 아동학대 수준이라고 보고 위탁보호 조치에 앞장섰다. 한편 리아 가족들은 리아에게 나타나는 여러 부작용을 보며 의사들과 약물을 불신했다. 위탁가정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온 리아는 세 번의 굿에도 불구하고 병세는 계속 악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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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역사
제임스 수즈먼 지음, 박한선.김병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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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의 문명 수레를 굴리는 두 바퀴가 있다. 바로 노동과 여가다. 주당 40시간의 노동과 잠깐의 휴식이 현대인이 일주일을 쓰는 주요 방식이다. 노동의 의미를 보다 깊이 알려면 여가의 역할과 가치에 대해서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영국의 사회인류학자 제임스 수즈먼은 사회인류학적 관점에서 노동과 여가의 역사를 고찰한다. 가령 석기 시대 수렵채집인의 원초적인 노동과 여가, 농업혁명을 달성한 고대 농부의 노동과 여가, 그리고 네 차례의 산업혁명을 거친 현대인의 노동과 여가가 비교된다. 

그동안 일과 밥벌이에 대해 가장 많이 토를 단 것은 경제학자들이었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일을 "인간의 필요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소모하는 시간과 노력"이라고 정의하는데, 이런 정의는 두 가지 문제를 놓치고 있다. 하나는 일과 여가를 구분하는 유일한 차이가 '맥락'에 달려 있거나 보수를 주느냐 받느냐에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필요'의 범위와 모호성 문제인데, 식량, 물, 공기, 온기, 친교, 안전 같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소모하는 에너지를 제하면 보편적인 필요로 간주될 만한 다른 어떤 것이 거의 없다는 것과, 필요는 흔히 '욕구'와 서로 구별하기 힘들게 뒤섞인 애매어라는 점이다. 

전통적 경제학의 '일=밥벌이'라는 협소한 정의 대신에, 저자는 사회인류학적 관점에서 일의 보편적 정의를 "어떤 목표와 결말을 달성하기 위한 과제에 에너지와 노력을 의도적으로 소모하는" 것으로 넓힌다. 사회인류학자는 일과 인간의 관계사에서 꽈배기처럼 서로 교차하는 두 가지 길을 고려한다. 하나는 "인간이 에너지와 갖는 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인류의 진화와 문화가 가려는 방향"이다. 두 길의 교차점은 불의 활용, 농경의 보급, 도시의 탄생, 굴뚝 공장의 출현이다. 이 네 가지에 새로운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인공지능(AI)'이 될 것이다.

정말 세상이 확 달라졌다. 평균 수명은 길어졌지만, 인공지능과 자동화 같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고용 안정성은 대폭 떨어졌다. '평생직장'이란 말은 쏙 들어가고, 대신에 직업이 서너 가지가 넘는 'N잡러'와 본캐와는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내세우는 '부캐'라는 말이 성행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020년 '일자리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향후 25년간 8.5천만 개의 일자리가 자동화로 대체되고, 9.7천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이 소식이 장미빛이 아닌 게 문제다. 직업 수는 늘지만 대우는 박해지고 경쟁은 한없이 치열해져, 번아웃증후군, 공황장애, 성인 주의력결핍증 등 현대인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목록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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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한국사연구소 지음 / 챔프스터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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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에 역사책을 펼치면 특별한 감수성이 샘솟는다. 다만 펼친 책이 우리나라 통사가 아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기출 문제집이지만, 시대별에 따른 분류라서 그런지 우리 민족사의 핵심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복습하는 효과가 있다. 맘에 든다. 해커스 한국사연구소에서 펴낸 시대별 기출문제를 풀어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사 흐름은 물론 전반적인 출제 경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선사시대, 고대, 고려 시대, 조선 시대, 근대, 일제 강점기, 현대, 통합 주제의 순이다. 통합 주제는 지역사, 문화유산, 세시 풍속을 다룬다.

최신 기출 트렌드에 따라 총 500 개의 문제를 골랐는데, 기출문제 바로 옆에 맑은 거울처럼 풀이와 개념정리까지 나와있어 실력 검증과 복습을 동시에 다잡게 해준다. 한 페이지당 네 문제가 나오고, 바로 옆에 정답 개념과 오답 개념까지 모두 잡을 수 있는 상세한 해설이 딸려 있다. 

시대별 출제 비율을 보면, 조선 시대(21%), 근대와 일제강점기(각 16%), 고대와 고려 시대(각 14%), 현대(10%), 선사 시대(5%), 통합 주제(4%)의 순이다. '주제별 기출 트렌드'로 이론 학습의 주안점을 파악할 수 있고, 각 시대의 핵심 내용을 요약한 시대별 '최종 암기 점검'으로 결전 당일의 최종 점검이 용이하다. 가령 지역사의 경우, 기출 트렌드 항목은 "충주, 부산, 독도가 빈출 포인트이니 해당 지역의 역사적 사실은 꼭 기억"해두라고 당부하고, 최종 암기 점검 항목은 충주, 부산, 독도는 물론 평양, 원산, 개성, 서울, 인천, 공주, 청주, 강화도, 진도, 거문도, 완도, 거제도 등을 아우른다. 개인적으로 지역사 항목에 관심이 많은데, 왕들의 정책 이야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지역과 환경의 이슈까지 포함하기에 그러하다. 또한 책은 수험생을 위해 '14일 학습 플랜'과 '7일 학습 플랜' 두 시간표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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