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두렵지만, 너도 두렵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진작 서로의 두려움을 알았더라면 세상이 좀 바뀌었을까? 현장에서 나의두려움은 항상 억눌려 있다가 범인을 체포한 후 자동차 액셀 위에서 터져나왔다. 달달 떨고 있는 발을 보면서 나의 두려움과 긴장을 인정했고,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평정심을 찾은 후에야 다음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럼 범인은 언제 가장 두려울까?
형사의 두려움은 예견되어 있고, 법인의 두려움은 자초한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두려움은 난데없다. 왜 겪어야 하는지모를 세상 억울한 두려움이 될 수 있다. - P182

우리 삶은 각자의 것이지만, 
인간이 인간으로서, 내가 나로서 그다음을 장담할 수 없는 영역도 있다는 것을 나는 마약수사를 할 때마다 실감한다. 마약의 중독성보다 강인한 인간의 의지는 없으며, 마약은 인간의 의지를 희미하게 하고 한 인간을 한낱 마약의 숙주로 전락시킨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삶의 영역도 있다는 것을, 인생엔 언데나 겸손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마약에 휘둘린 사람들을 보면서 늘 되새긴다. - P200

범인들을 검거할 때마다 그의 가족관계가 쓰인 글자를 천천히 읽어본다. 그리고 경악 속에 달려온 가족들의 얼굴을 마주하기도 한다. 가족이란 어찌 그리 본능적인 사랑을 눌러버릴 정도로 무겁고 버거운 감정을 안겨주는 걸까. 그토록 가까이 있는 사람이건만 왜 내 아픔밖에 보이지 않을까. 우리는 왜 아픔을 합리화해야만 견딜 수 있을까. 도대체 인간의 이 나약함은 무엇때문이고 어디까지일까.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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