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 아처는 전환점이었다. 
서구 언론과 대중이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냉전 시대의무시무시한 대결이 벌어진 그 순간은 느리지만 확실히 감지되는 해빙의 계기가 되었다. 

레이건 정부는 반(反)소련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대처는 모스크바에 손을내밀기로 결심했다. <총리는 <악의 제국》이라는 말을 넘어서서, 서방이 어떻게 냉전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고 보았다.> 한 고위급 보좌관의 말이다. 

크렘린의 의심증도 특히안드로포프가 1984년 2월에 세상을 떠난 뒤 수그러들기 시작했다.KGB 요원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여전히 핵전쟁 준비의 징후를찾아보아야 했지만, 라이언 작전의 동력은 서서히 시들어 갔다. - P284

<소련의 우리 정보원들은 주로 군대와 군사 R&D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사람들이었다. 고르디옙스키가 우리에게 준 것은 지도자들의 사고방식에 대한 정보였다. 우리에게는 아주 희귀한 정보였다.> 레이건은 보고서를 읽고 크게 감탄했다. 소련 체제 깊숙한 곳 어딘가에서 누군가 목숨을 걸고 전해 준 정보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 P285

세상을 바꿔 놓은 스파이들의 전당에는 소수의 선별된 사람들만 들어가 있다.

그 사람 중 한 명이 올레크 고르디옙스키다. 

그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KGB의 내부를 열어젖혀, 소련 정보기관이 무슨 일을 하는지 그리고 하지 않는지 뿐만 아니라 크렘린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계획을 꾸미는지까지 보여 주었다.
그 덕분에 서방은 소련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꿨다. 
고르디옙스키는 목숨을 걸고조국을 배신해 세상을 조금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었다. 기밀로 분류된 CIA 내부 검토서는 에이블 아처 사건을 <냉전의 마지막 격동>이라고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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