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초창기에는, 그러니까 올림픽 대회 전까지 독일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어요. 유대인 탄압도 없었고, 모든 것이 정상적이었죠. 책을 불태우는 걸 본 적도 없어요.물론 신문에는 그런 기사들이 났지만요. 하지만 그런 건 남의 일이었어요. 나는 알았다고 해도 그 근처에는 가지 않았을 거예요. - P77

모든 게 그래요. 아무리 아름다워도 오점은 있고, 아무리 끔찍해도 밝은 부분이 있기 마련이죠. 흑백이라고 해서 완벽하게 흑과 백은 없어요. 흑과 백 속에는 항상 어느 정도씩 회색이 들어 있어요. - P201

영원히 풀릴 것 같지 않던 책임에 대한 문제만큼은 스스로 답을 일찍 찾았어요. 
그래요 난 책임이 없어요. 
어떤 책임도 없어요. 
대체 뭣에 책임을 져야 하죠? 
아무리 생각해도 난 잘못한게 없어요. 
그러니 져야 할 책임도 없죠. 
혹시 나치가 결국 정권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독일 민족 전체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그건 어쩔 수 없지만요. 그래요. 그건 우리 모두가 그랬어요. 나도 물론이고요. - P206

그건 내 책임이 아니에요.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내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도 없어요. 
그건 세상으로부터 나치라고 지목된 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그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순 없어요. 
민족이라는 게 뭐죠? 
모두가 함께 속한 바다와 같은 게 아닌가요? 
이리저리 출렁이는 바다 말이에요. - P211

완전히 잘못된 예언으로 사람들을 호도한 나치 자신들.
즉 나치 지도부만 빼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사람들의 무관심이었어요. 어떤 특정한 사람들이나 계층만의무관심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오늘날에도 늘 반복해서 볼수 있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무관심을 말하는 거예요. 오늘날 우리는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 끔찍한 일들을 텔레비전으로 생생하게 보고 있어요. 또 수백 명의 난민들이바다를 건너다 죽는 것도 보고 있어요. 하지만 그게 끝이에요. 방송이 끝나면 금세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고개를돌리고 즐겁게 저녁을 보내죠. 그런 걸 본다고 해서 우리의삶이 바뀌지도 않아요. 그런 게 인생이겠죠. 모든 게 그렇게 섞여 있는 게 난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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