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하는 동안에는 지휘자가 연주회장에 모인 군중의 영도자다. 그는 맨 앞에 서서 앞장서 나아간다. 다만 지휘자는 발이 아닌 손을 쳐들 뿐이다.
"그의 시선은 가능한 한 강렬하게 오케스트라 전체를 휘어잡는다. 단원들은 저마다 자기를 지휘자가 보고 있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자기가 내는 소리를 지휘자가 듣고 있다고 느낀다.
그가 가장 날카롭게 주의를 기울이는 단원들의 의견과 신념은 바로 악기 성부들의 소리다.
그는 전지하다.
왜냐하면 연주자들의 눈앞에 놓여 있는 것은 자신의 연주자용 성부 악보뿐이지만, 반면 지휘자에게는 완전한 홍보가 머릿속에 있거나 눈앞의 보면대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휘자는 각각의 순간에 각각의 연주자에게 무엇이 허용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가 그들 모두에게 한꺼번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그에게 편재의 명망을 부여한다.
말하자면 그는 모든 단원 각자의 머릿속에 존재한다.
그는 모두가 저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며, 모두가 저마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다.
법의 살아 있는 총체인 그는 도덕적 세계의 양면을 마음대로 주무른다.
그는 일어날 일을 자신의 손으로 지시함으로써 지정하고,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을 저지한다.
그의 귀는 금지된 것을 지향하는 공기를 잡아낸다.
그래서지휘자는 오케스트라를 위해서 사실 작품 전체를 한꺼번에 동시적으로 설명해 주기도 하고 차근차근 연속적으로 설명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세상을 이루는 것은 다름 아닌 작품뿐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는 바로 그동안만큼은 세상의 지배자다." - P485
그가 원했고 끝없이 추구했던 것은 언제나 완전함이었다.
여기서 그는 세상에 완전함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그래, 물론 그 자신의 상상 속에서라면 확실히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기 앞에 있는 관현악단이 한낱 80명 혹은 100명의 인간으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사실,
그리고 그 인간들은 자기와 같은 천재가 아니라 단지 솜씨 좋은 기능공들일 뿐이라는 사실을 망각했다.
그는 이들 때문에 종종 너무나 지독히 격앙되어 도저히 참기 힘든 지경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음악 독재자가 되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그를 이해할 수도, 너그럽게 볼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가 왜 그토록 냉혹하게 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어디서든 오해를 받았다.
그에게는 이 점이 근본적으로 비극이었던 것이 왜냐하면 가슴속 깊은 곳에 그는 박애정신과 인간에 대한 호의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어느 누구보다도 사랑스럽고, 누구보다도 친절한 인간이었다.
단 지휘를 할 때만 아니라면 말이다. 지휘봉을 손에 들자마자 그는 폭군이 되었다." - P486
말러가 당대의 가장 특이한 지휘자였던 것은 확실하다.
심지어 그가 오케스트라를 데리고 무엇을 의도하고 무엇을 목표로한 것인지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조차도 (그런 사람들이대다수였을지도 모른다) 그의 거친 몸짓 언어에 당혹해 했지만, 그러면서도 매혹되었다.
묵과해서는 안 될 사실은, 반유대주의자들은 당연히 이러한 특징을 장악하고서
"이것이 유대인 지휘자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유대인들은 말을 할 때면 바로 그렇게 격렬한 제스처를 해 대니까, 지휘대에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에도 이와 똑같이 격렬한 제스처를 한다는 것이다.
말러가 지휘대에서 "마우셀 말씨로 말한다"는 주장은 그가 빈 궁정 오페라 극장 감독으로 발탁되었다는 소식이 퍼지자마자,
빈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라이히스포스트Reickspost("제국통신)』 1897년 4월 14일 자에서 말러에 대한 ‘환영사로 나왔다.
즉, 말러는 올바른 독일어를 구사하려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유대 언어의 특징을 지휘자의 몸짓 언어로 옮겨 놓고 말았다는 것이었다.
프리츠 가라이스의 것과 같은 풍자화는 의도가 어떠했든 간에 이러한 측면을 부각시켜 그야말로 지휘대 위에서 무도병 환자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시밭의 유대인"을 그려 낸다. - P498
즉, 사방에 눈이 달려 있는 듯 오케스트라 속에서,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은 하나도 놓치지 않았던 말러는 자신이 지휘하는 작품들을 완벽하게 머릿속에 넣고 있어서 가수들이 부르는 가사를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함께 부를 수 있을 정도였고, 최소한 중요한 배역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 P501
그리고 그가 자신의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정복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했던 것도 바로 이날 저녁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로 그는 아무리 심한 타격을 입어도 이러한 확신을 잃지 않았으며,
"나의 시대가 올 것이야"라는 그의 명언은 이러한 확신을 근거로 해서 설명할 수 있다. - P502
그는 자신이 여러 차례 조금씩 변형시켜서 표현했던 생각
즉 교향곡을 쓴다는 것은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여 하나의 세계를 세우는 것이라는 생각을 이 작품(교향곡 제2번)에서 처음 실현시키려고 시도했다. - P516
이 침실에서 방문객은 초라한 침대와 먼지가 살짝 앉은 월계관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거기에 달린 리본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
"함부르크 오페라 극장의 피그말리온에게 한스 폰 뷜로."
그것은 함부르크에 사는 대지휘자가 이 도시의 오페라 하우스를 다시 소생시키고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애써온 말러의 공을 치하하기 위해서 준 선물이었다. - P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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