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쓰고 있을 때, 뉴욕의 한 편집자가 보르네오 섬의 파지르 팡장마을에 있는 집으로 전화를 걸어 왔다. 그때 칼리만탄의 오지 출신인 나이지긋한 다야크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아무도 없는데도 내가 말을 하고 있자, 그는 자기한테 말을 거는 줄 알고 이야기 상대가 되어 줄 요량으로 자리에 앉았다.

이 남자는 한 번도 보르네오 섬을 벗어나 본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전화라는 것을 본 일조차 없었을 터였다. 그러니 지구 반대 편의 20층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앞에 두고 앉아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다는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오랑우탄은 동물원에서나 보았을 뿐이고, 열대 우림은 텔레비전에서나 보았을 독자들이 읽을 책에 대해 전화로 이야기하고있다는 것을 그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었겠는가?

그 다야크인은 사냥을 다니고 밀림을 베어내 만든 들에서 농사를 지으며 있다. 고대 종교를 신봉하며 선조들의 생활 방식대로 살아가는 그는,열대 우림이 끝없이 펼쳐지고 야생의 생명들이 우글거리며 민가는 드문드문 있는, 지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그런 보르네오에서 태어나 자란사람이다. 1971년 내가 처음 발을 디딘 보르네오의 모습은 그랬다.
- P5

1971년 인도네시아령 보르네오인 칼리만탄을 찾은 내 목표는 자연에서식하는 야생 오랑우탄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내 인간들에게 생포되어 애완 동물로 길러지거나, 동물원, 서커스단, 실험실 등에 팔리는 야생 오랑우탄을 구출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에 뛰어들게 되었다.

나는 오랑우탄을 구하는 것은 이들을 연구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잡혀 있는 오랑우탄의 자연 복귀 운동을 벌이는동시에, 나는 이 지역에서의 오랑우탄 매매를 줄임으로써 야생 오랑우탄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 생포되어 있는 오랑우탄을 구출해 자연으로복귀시키는 일은, 내 본업인 야생 오랑우탄 연구와는 별개의 일이다. 여러해 동안 이러한 노력들은 상충되기도 하고 서로 도움이 되어 주기도 하였으나, 결코 태만해진 적은 없었다.

애크매드는 내가 구출해 밀림으로 되돌려보낸 최초의 오랑우탄에 속한다. 벌써 여러 해 동안 제 힘으로 살면서도, 그녀는 매일 먹이가 제공되는캠프에 가끔씩 모습을 나타내곤 한다. - P17

오랑우탄에게는 우리 인간들이 사회를 만들고, 두 발로 서고, 도구를 만들어 이 유성을 지배하기 전에 에덴 동산에 남겨 두고 온 순수함이 남아있다. 따라서 오랑우탄을 알면 완전한 인간이 되기 이전의 우리에 대해 흐릿하나마 부분적인 이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부분적인 이해는 타임머신을 발명해 살아 있는 선조들에게 돌아가서, 그들의 땀 냄새를맡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때까지 우리가 꿈꿀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 P33

나는 그때 캄캄하고 축축한 밀림의 차양부(遮陽部)에서 홀로 수없이 많은 세대를 살아온 오랑우탄들의 관계가 한 순간에 맺어짐을 깨달았다. 

오랑우탄은 침팬지나 고릴라 그리고 특히 인간들처럼 관계를 끊임없이 시험하고 확인하지 않는다. 

오랑우탄이 한번 맺은 관계는 영원히 지속된다는사실을 이해하는 데 15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것이다. - P35

나는 중앙 보르네오의 울창한 밀림에서 오랑우탄을 연구하게 되었다. 나는 책을 통해 초기의 인류가 이 유성의 평원과 사바나 지대에서 펼쳐질 인류의 운명에 부응해 열대 우림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조상들이 떠나면서 남겨 둔 것에 마음이 끌렸다. 이들이 우리의 근원지인 에덴, 이 고대의 열대 우림에 남겨 둔 유산은 바로 대형 유인원인 침팬지와 고릴라 그리고 오랑우탄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보르네오와 수마트라의 오지, 밀림의 차양부가 드리우는 그림자와 그늘 안에 바로 이 창조물, 오랑우탄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우리의 친척이며 동족이다. 

에덴 동산을 떠나지 않아 순수함을간직하고 있으며, 복잡한 도구를 만들지도 불을 피우지도 전쟁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또한 이들은 최고를 추구하지도, 단점을 보완하려 하지도 않으며, 이제는 이 세상을 떠난 우리 선조들과 흡사할 뿐 아니라,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기도 하다. 수천년동안 존재해 온, 살아 있는생물이 바로 나의 실험실인 셈이다. - P37

‘원숭이‘와 ‘유인원‘ 이라는 표현이 혼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유인원은 원숭이보다 훨씬 더 인간에 가까우며, 이러한 관련성은 유인원의 넓고 평평한 가슴, 회전 반경이 큰 어깨, 긴 팔과 손가락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인간처럼 유인원에게도 꼬리가 없다. - P42

1950년대에는 대다수의 인류학자들이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원시인을 초기 인류의 원형으로 여겼다. 하지만 루이스는 이에 반대했다. 고대의 초기인류를 콩고의 피그미족이나 칼라하리의 부시맨 같은 현대의사냥꾼이나 수확민들과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었다. 왜냐하면 이들은 생물학적으로는 우리와 완전히 동일한 현대의 인류이므로. 게다가 이들은 초기의 호미니드가 살았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대형 유인원이 수천 년에 걸쳐 서서히 진화해 왔다고는 하지만, 이들은해부학이나 행동 양식 그리고 생태학적 특성에 있어서 자신들의 조상과별반 다르지 않다. 

반대로 인류는 환경에의 적응 방식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해부학적으로도 선조들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따라서 현대의 대형 유인원은 현재의 우리보다 우리의 선조와 더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1950년대만 해도 대형 유인원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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