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까지 읽었는데..

지휘자는

공무원 단체를 이끄는,
복잡한 총보를 보며,
팔을 휘저어 수신호를 45분~90분간 계속 보내고,
눈으로는 들어와야 하는 악기에 신호를 쏘고,
작곡가의 복잡하고, 예민한 의도를 표현하여
청중에게 눈물, 웃음, 환희,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온몸을 쓰는!!
노동자다^-^;;




지휘의 끌힘은 심오하다. 소리의 창조와 소리의수용 사이 중심에 존재하는 데서 오는 기쁨은 마치 마약처럼 우리를 끌어당긴다. 지휘를 잘하는 건 무척 까다로운 일이지만,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는 음악가들과 청중 사이에 예측할 수 없는 신성한 ‘화합‘이 이루어진다. 

누군가의인생에 진한 각인을 남기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빚어내며,신비에 빛을 비추고, 시간을 멈추며, 인간으로서 우리의 본질을 모든 것, 모든 이와 연결하는 불가해한 그 무엇의 일부가 된 듯한 순간이다. 

그렇다, 지휘란 그런 경험일 수 있는것이다. - P29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사용하는 불 밝힌 보면대, 꺽다리콘트라베이스나 바순이 무대로 향하는 관객의 시선을 가리는 문제에 대한 19세기의 해법은 지휘자를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만들었다.

그 해법이란 바로 오케스트라 피트였다.

무대 앞 공간을 낮추어 오케스트라를 들어앉힘으로써 첫 운을 뗀 이 해법은 1876년 바이로이트에 개관한 바그너의 꿈 극장 페스트슈필하우스에서 그 궁극적인 완성을 보았다.

무대 아래로 절반쯤 굴을 파듯이 들어간 오케스트라 피트 형태로서 말이다. - P61

오랜 시간 동안 대규모 인원을 통제하기 위해 모든 지휘자는 말하지 않고도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을 익혀야 하는것은 물론이요, 팔과 어깨의 특정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 

하루에 여섯 시간씩 팔을 흔드는 것은 지휘자에게는 일상다반사이며, 이따금은 아홉 시간까지도 각오해야 한다. 

바그너의 <라인의 황금> 같은 경우, 저음역 E플랫 페달음의 포문을 여는 업비트부터 신들이 발할라 궁전으로 들어가는 가운네 내려오는 마지막 커튼까지 두 시간 45분을 내쳐 달려야한다. 

그리고 무대 위성악가들은 말할것도없고 심지어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잠깐씩 숨을 돌릴 짬이 있기 마련이지만지휘자는 단 한 순간도 쉴 수가 없다(딱 한 번, 무대 뒤에서 모루가 연주되는 여덟 마디 동안 지휘봉을 내려놓고 주스 한 곽을 마신 적이 있는데, 무척 아슬아슬했다.) - P75

오른손으로는 박자를 짚는다. 즉 음악의 템포 혹은 맥박을 결정하는 것이 오른손의 역할인 셈이다. 오른손에는 지휘봉을 들 수도 있다. 

왼손으로는 악보를 넘기고 개별 연주자들을 가리키거나 이끌어 들이는 듯한 동작을 구사할 수도 있으며 대체로 음표의 소리 속성(분절적이라든지 부드럽게 이어서 연주하라든지 충분히 음을 끌라든지 등등)을 지시한다.

지휘자가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양팔이 동등한 중요성을 갖기 때문이요,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구애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 P77

이처럼 지휘자마다 스타일이 하늘과 땅처럼차이를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세계 그 어느 오케스트라 앞에 아무 지휘자나 턱 떨궈놓아도, 그리고 지휘자가 단원들이 쓰는 언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지휘를 하는 데 큰 어려움이없을 것은 분명하다. 

모든 오케스트라는 우리 지휘자들이사용하는 동작의 기본 법칙과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 P83

지휘자는 바통을 쓰는 것이 옳을까? 결정은 전적으로 개인 몫이다. 

지휘봉은 팔의 연장선처럼 기능하며 박자를 명쾌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지휘봉을 든 지휘 동작은 플라이 피싱 낚시꾼의 동작처럼 유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자가 손목에 몰려서 단원들이 온통지휘자 손목만 쳐다볼 노릇이 되고 만다. 

바통은 또한 팔의 긴장을 크게 덜어주기도 한다. 바통을 손에 드는 방식이 다양하여 지휘자로하여금 어깨와 팔의 여러 근육을 골고루 활용할 수 있게 하고 때로는 그저 손목만 까닥이는 지휘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확한 균형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바통은 아무런 힘을가하지 않은 채 검지와 엄지만으로도 가볍게 쥘 수가 있다.

지휘자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이러한 특장점은 더더욱 마력적으로 부각되기 마련이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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