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가지 꿈꾸기가 시작된 아홉살에
되길 희망했던 여럿 중 하나.
지휘자!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나서야
그 때 그 순간들을 기억하며 책을 읽는다.

레니는 점심 식사를 들면서 뭔가 진지한 화두를 던지고대화를 이어나가려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허사였다면서 "헤르베르트는 아마 태어나 책이라는 걸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 같더라"고 했다(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위대한 지휘자가 독서에 흥미를 두지 않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열렬한 독서가이자 역사광이었고 선생님이자 정치 운동가이기도 했던 번스타인이 카라얀과 논하고 싶었던 주제는 아마 차고넘쳤을 것이다. 말러나 베르디, 혹은 그 어떤 작곡가의 작품이라든가 음악감독 노릇에 따르는 어려움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그러나 식사 자리에서 다른 마에스트로가 어쨌네 저쨌네 하는 이야기를 주워섬기는 건 레니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레니=레너드 번스타인 헤르베르트=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 P18
오케스트라가 초행길을 순탄히걸으려면 지휘자가 평소보다 말을 훨씬 많이 해야 한다. 곡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선율은 어디에 있는지, 수많은 해석상 선택에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단원들에게 설명해야하고, 작곡가와 그가 받았을 영감에 관한 배경지식을 알려줘야 한다.
일단 오케스트라가 작품에 대해 집단적 지식을갖추게 되면 (이는 보통 수년간 많은 지휘자들과 함께 연주한 뒤에야 얻을 수 있는 산물이다), 단원들은 이런 식의 설명과 강론을필요로 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 - P22
위대한 지휘자들은 저마다 다 다르다. 그러나 고만고만한 지휘자들은 서로 비슷비슷해서 구분하기 어렵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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