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사이에서 나를 응시하는 피너츠의 눈이 빛났다. 피너츠는 당당하고 으스대는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내 옆에앉더니 마치 이젠 내가 재미있는 걸 보여 주어야 할 차례라는 듯 나의‘먹기‘ 기술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피너츠가 풀을 씹어 먹는 나를 지겨워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자 나는 머리를 긁었고, 피너츠도 거의 동시에 똑같은 동작을 했다.
그가 나에게 완전히 익숙해진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나는 수풀 위에 누워 천천히 손을 뻗고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여 풀 위에 올려놓았다. 내손을 뚫어지게 보더니 피너츠는 일어서서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내 손을 잠시 동안 만졌다. 피너츠는 자신의 용감한 행동에 흥분하여 짧게 가슴을 두드려 흥분감을 표시하고는무리에 합류했다. 그날 이후로 그 장소는 손과 손이 만난 곳이라는 뜻의 ‘파시 야 음코니 Fasi Ya Mkoni‘ 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 사건은 고릴라와 함께한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이다. - P262
카리스케에 와서 자신이 캠프에서의 일이나 센서스에 적응할 수없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들은 마치 우주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고립되어 훈련하는 우주비행사들과 놀랍게도 비슷하다. 그들은 막연한 공포감에 휩싸여 땀과 오한, 발열, 식욕부진, 심각한 우울증 등을 겪는다. - P281
올드 고트가 쉬고 있는 다른 고릴라들과 합류하는 것을 보고 나서 나는 그녀의 새끼에게 타이거 Tiger라는이름을 붙였다. 올드 고트의 어떤 새끼라도 이 이름에 걸맞게 살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동시에 플로시의 새로운 새끼는 심바 Simba 라는이름을 갖게 되었다. 심바는 스와힐리어로 사자라는 뜻이다. - P300
어느 날 나는 작은 손거울을 제4집단에 가져가 디지트가 볼 수 있는 수풀 속에 세워 두었다. 디지트는 주저 없이 다가가 팔로 기대서서거울에 손은 대지 않고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젊은 검은둥은 처음으로 자기의 모습을 보자 머리를 우스꽝스럽게 젖히고 입을 오므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디지트는 거울에 반사된 자기의 모습을조용히 응시한 다음 자기 앞에 있는 모습의 실체를 느껴 보기‘ 위해거울 뒤로 돌아갔다. 하지만 거울 뒤에서 아무것도 찾지 못하자 다시돌아와 5분 정도 뚫어지게 지켜보더니 한 번 더 한숨을 내쉬며 거울뒤로 돌아갔다.
나는 디지트가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열심히 쳐다보며 거울 속의 상을 자신이라고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서와 거울을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디지트가 자신을 알아본다고 믿는 것은 나의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냄새를 통해 다른 고릴라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리라. - P318
그때 고른 관광청에 제공할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고릴라 중 하나인 디지트였다. 그 후 나무 조각을 먹고 있는 디지트의 대형 칼라 포스터가 르완다 전역의 호텔과 은행, 공원 관리사무소, 키갈리 공항에 배포되었고, 나아가 여행 사무국을 통해 전 세계로퍼져 나갔다. 그 포스터에는 다양한 언어로 "저를 보러 르완다로 오세요"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르완다 밖에서 그 포스터를 처음 봤을때 나는 만감이 교차했다. 지금까지 디지트는 그가 태어난 집단에서성장한 젊은 수컷이라는 것 이외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존재였지만,
갑자기 디지트의 얼굴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의사생활이 침해받게 될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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