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며 두 가지 생각을 했다.
1. 그 스승에 그 제자
글쓴이는 최재천 교수님의 제자다.
글 솜씨도 사제간 어찌 닮았는지..
지루할 틈이 없으며,
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일상의 모습마저
신선하며 재밌다.
2. 동물의 왕국
내가 어릴적엔 TV가 테레비였다.
테레비는 진짜 마법 상자로,
책에서만 보던 동물이 실존함을 알려주는 매체였다.
동물의 왕국을 참 좋아했다.
언젠가 동물들이 사는 저곳을 모두 찾아가야지
다짐 했건만, 지금은 하루하루 일정에 시달리며
개학만 손꼽아 기다리는 어른이 되고 말았다.
웃픈!
그래도 좋은 책으로 위안을 삼는다.
한 시절을 동물과 함께한 그의 값진 경험을
내게 나눠준 글쓴이에게 감사한다.

화면이 지배하지 않는 이곳에서 나는 여기 사람들처럼 눈앞의 세계에 충실했다. 빈 방을 물끄러미 둘러보았고, 벽에 붙여 놓은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본 책은 또 보고, 바닥에 떨어진 이파리는 주워서 돌리고쓰다듬었다. 앞마당에 부는 산들바람에 내 다리털이 흔들리는 것을 보다가 눈을 들어 야자나무 잎의 야성적인 움직임에 감탄했다. 끊임없는벌레의 이민 행렬을 지켜보았고, 음식을 바라보며 식사하였다. 고양이의 기지개를 따라 하고, 물고기가 첨벙거리며 남긴 동심원을 따라갔다.햇빛이 빨래를 밀리는 속도를 목격하고, 달빛으로 박쥐 날개의 실루엣을 분간했다.
나는 진짜 삶을 살았다. 현실은 충분했다. 증강 현실도 가상현실도, 강화 현실도 모두 불필요했다. 풍요와 연결 속의 빈곤 대신 제한과 단절 속의 자족을 누렸다. 그리고 나는 붓과 색연필을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나의 것이었던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의세계에서는 따라가기 어려운 긴팔원숭이와 어깨동무도 가능하지 않은가? - P239
나의 삶은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다. 야생 영장류의 뒤꽁무니를 좇으며 열대 우림을 누빈 이 커리어가 우리 사회에 과연 어떤 도움이 될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언뜻 보기에는 학계나 동물원 등을 제외한 세상하고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듯하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처음 영장류학으로 사회에 일말의 기여를 한 계기는 예상치 않은 곳에서 왔다.
바로 영화 「킹콩이 2005년 말에 세계 동시 개봉을 하게 된 것이다. 건물을 때려 부수고 여자를 납치하는 광폭한 성격의 이 상상 속 괴물이실제 고릴라와 얼마나 비슷한지 기자가 물어 온 것이었다. 영화에서 묘사된 바와는 달리 고릴라는 인간이 자극하지만 않으면 온순한 동물이며 난폭한 모습은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또 침팬지라면 때때로 원숭이를 합동으로 사냥해서 잡아먹는 등 살육을 하기도 하지만고릴라는 거의 순전히 채식만 한다는 점도 곁들였다. 인간의 그릇된 편견에 맞서 동료 유인원을 변호해 주었던 것이 내가 전공한 영장류학을사회적으로 활용한 첫 번째 사례였다. - P298
침팬지에서 출발해모든 생명에게로 나아간 그 삶의 빛이 내 가슴 어딘가를 비췄기에 나도 비숲으로 떠날 수 있던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제인 구달이 동물 대표단과 상봉하는 모습의 그림을 그려 선물했다. 그녀는 몹시 기뻐했다. 나는 오죽하랴.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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