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구눙할리문쌀락 국립공원의
긴팔원숭이들은 털빛마저 신비롭고, 우아하다.
사진을 몇 번씩 본다.

특히 영장류는 동물중에서도 사회성이 발달된 종류로서 친지, 친구, 적수, 애인 등을 세세하게 따지는 복잡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정교한 사회 구조 없이 그저 큰 무리를 이루고 사는 동물과 바로 이런 점에서 다른 것이다.
우리자신을 생각하면 단번에 이해가 된다. 사람이 넘치는 도시에 살면서도우리는 고독하다. 단순히 군중에 둘러싸인 것만으로는 오히려 불행하다. 진정한 관계가, 고유한 인간관계가 필요하다.
영장류에게도 ‘영장류 관계‘가 절실하다. - P79
그런데 여기에 역설이 하나 존재한다. 대단한 발견에 집착하는 탐험은 필연적으로 실패한다는 사실이다. 금의 왕국을 상상하며 엘도라도를 찾아 나선 수많은 탐험가들이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듯이, 대상화된 목적지나 목표물을 가진 탐험은 원하는 게 너무 강한 나머지 눈앞에 펼쳐진 보물을 쉬이 놓치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성취에 대한 의지를바탕으로 공간에 완전히 몸을 담고되, 물속을 유영하듯 세상을 감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을 발견할지는 거의 전적으로 탐험을 하는자에게 달려 있다. 가장 멋진 광경을 보고도 시큰둥한 이가 있는가 하면, 채 몇 걸음 가지 않아도 스펀지처럼 진수를 빨아들이는 이가 있다.
나는 그 중간 어디쯤, 조금은 후자 쪽으로 기운 사람이라 스스로 말하고 싶다. - P91
우뚝 선거대한 무화과나무가 생물 다양성의 총화를 눈앞에서 보여 주듯이 온갖 동물의 만찬장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정작 나만 못 끼고 있는 기분을 아는가. 밀림의 열매를 억지로 먹으려면 한두 개 삼킬 순 있다. 그런데 실제로 먹어 보니 긴팔원숭이가 먹는 대부분의 과일은 쓰거나 신맛이라 무슨 맛으로 먹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그걸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물론 토착민들은 내가 감히 견줄 수 없는생활의 지혜를 갖고 있어 야생의 숲에서도 필요한 자원을 채취하고 가공할 줄 안다. 하지만 그런 노하우는 내게 요원하다. - P97
도시에서는 어떻게 하기가 곤란한 음식물 쓰레기가 여기서는 소중한자원으로 즉각 접수되어 자동적으로 처리된다. 순식간에 개미가 달려들고, 균류가 작업에 들어간다. 조금만 지나면 찌꺼기가 남은 흔적조차 없다. 물론 동물들이 내가 원하는 것만 처리해 주지는 않는다. 아직먹고 있는 중인 음식물도 자신들의 일거리로 여기는 일이 태반이다. 아끼던 책 한 권이 흰개미들의 잔칫상이 된 것을 안 시점은 이미 식사가상당히 진행된 후였다. 어찌나 맛있게도 지속적으로 갉아먹었는지 등고선 멋들어진 단면이 생겨 버렸다. 잘 안 보는 책도 많은데 하필 아끼는 이것을! - P98
그런데 동물 중에서도 영장류를 쫓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다 보면 이들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 말고도 누군가의 삶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우리의 모습이 투영되어서일까?
아침에 기지개를 켜고, 밥 먹다 낮잠 자고, 서로 엉켜 올라타며 놀다가, 해가지면 잠자리에 든다. 울다가 웃고, 먹고 싸고, 싸우다 화해하는 생활, 어디서 많이 본 장면들이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반복되는 이주행성 생활 패턴은 우리네 사는 모습을 꼭 빼닮았다.
그래서인지 영장류 연구는 동물을 관찰한다는 경험과 더불어 누군가의 스토커가 되어 버린 기분마저 들게 하는 특징이 있다.
관찰을 당하는 영장류의 반응도 남다르다. 동물들은 대개 정신없이 자기 일을 하거나, 도망가거나, 무관심하다. 영장류는 쳐다보는 자를 쳐다본다. 대체 넌 뭐 하는 녀석인고?한심한 듯 묻는 눈초리로 대면하고 응시한다. - P111
문명 속에 살다가 밀림 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한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한 가지는 이곳에서 감수성과 감각이 완전히 열린다는점이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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