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에서 일하는 한 직원이엑스레이 기계에서 누군가의 휴대용 수하물 속에 처박혀 있는,크기와 모습이 영락없이 어린아이 같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공항 직원이 수하물 주인을 붙들었다. 러시아행 비행기로 갈아타려던 그 주인이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에 든 그 생명체는 탈수가 심해 축 늘어져 있었다. 공항 직원은 그 생명체가 죽었다고여겼다. 더구나 사람처럼 보였다. 어린아이일 수도 있었다. 그러다 침팬지라고 결론을 내렸다.

마침내 보노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파리 동물원이 데려오고 싶어 했다. 유럽에서 보노보가 있는 동물원은 손에 꼽았다.

보노보는 귀한 전시물이었다. 클로딘이 그 소식을 듣자마자 프랑스 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프랑스 대사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프랑스 대통령은 공항 공단에 전화를 걸어 말루를 콩고로, 말루가 왔던 곳으로 다시 보내라고지시했다. - P286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서슴없이 상처를 입힌다. 속이고거짓말하고 등을 돌린다. 은 30냥 때문에, 또는 내면의 이기심때문에, 사랑이 오래 가는 단 한 가지 이유는 아주 소박한 선물때문이다.

바로 용서다. - P338

이제 나는 안다. 죽고 싶다는 마음을 이기는, 보다 사람다운특별한 힘이 있음을.

다름 아닌, 살아내려는 의지다. - P382

현재의 우리를 있게 하는 건 우리다. 하지만 환경이 우리를빚기도 한다.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는 문제가 아니다. 항상 선천적인 동시에 후천적이다. 아버지가 지금의 아버지가 된 이유는 자신에게 저지른 일 때문이다. 선택권이 있었다면 분명 내가바라는 그런 아버지가 되었으리라. 선택할 수 있었다면 틀림없이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리라. 그런 믿음이 든다.

이제 아버지를 용서할 때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 P398

나는 침팬지를 사랑한다. 그 고집과 힘을 사랑한다. 손가락을 삶 속에 단단히 박고 그 삶이 손아귀를 빠져나가도록 절대허용하지 않는 그 모습을 사랑한다. 난폭한 기질 아래로 흐르는 다정함을 사랑한다. 자기 본연의 모습을 두고 결코 사과하려들지 않기 때문에 사랑한다.

보노보에게서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보노보와는 사랑에 빠진 기분이 든다. 이유를 딱 부러지게 밝힐 수 없다. 다양한 실험과 논문과 학회 발표를 이어왔음에도 그렇다. 하지만 나는 설명하려고 할 때마다 언제나 말루를 떠올린다. - P404

누구나 어느 정도는 믿는다. 그런데 보노보는 수긍할 만한수준을 넘어 지나치게 믿는다. 보노보가 부끄러움을 잘 타고위험을 매우 무서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참 이상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보노보는 일단 믿으면 온 존재를 바쳐 온 목숨을 바쳐 믿는다. - P405

보노보를 기리는 장례식은 없다. 다만 직원들은 보노보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야기하지 않는다. 보노보들이 오스트레일리아쯤으로 옮겨가기로 결심한 듯이, 그래서 어느 때든 부를 수 있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 P430

600만 년 전, 우리와 유인원의 마지막 공동 조상이 서로 다른 세 갈래로 나뉘고, 결국 침팬지와 보노보와 우리가 되었다.

우리가 걸어온 여정 어디쯤에서 특별한 일들이 일어났다. 뇌가커졌다. 불을 길들였다.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단한 가지 소박한 품성이 없었더라면 모래성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바로 관대함이다. 

관대함 덕분에 우리는 보다 유연하게협력할 수 있다. 인간이 이룬 위대한 업적은 하나같이 생각을나누는 데서, 타인의 사고와 개념을 토대로 쌓아 올린 데서 비롯한다. - P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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